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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김밥말고, 학생은 대상타고"



“교사는 김밥말고, 학생은 대상타고”




3월 3일, 뉴질랜드(이하NZ) 오클랜드에 나라님이 오신다고 교장 선생님들을 초대했다. 덕분에 곧 있을 ‘NZ 우리말 말하기대회’ 준비를 위해 행사 전에 미리 모여 의논을 하기로 했다. 여러 논의 중에 지난 3년간은 주최하는 오클랜드 지역의 한국학교에게 500불(1달러 약 800원)을 드리면 알아서 점심 준비를 해주셨는데, 올해는 그것이 힘들다는 교장 선생님들의 말씀에 따라 김밥을 맞추기로 했다.




난 혼자 갸웃거렸다. 김밥 100줄에 500불 주고 맞추면 조금 손해 보는듯한 아줌마(?) 계산의 느낌이 들어, 내가 반을 만들어 올 테니 누가 반을 더 만들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러나 모두 바쁘다며 그냥 이번에는 100줄을 식당에 전부 맞추자는 의견이 대세였다. 집으로 오는 내내 ‘흠...우리 선생님들과 함께 의논해서 학교 후원금을 마련해봐?’ 라는 생각으로 내 머릿속은 김밥이 데구루루 굴러다니고 있었다.^^




이어진 토요일 우리학교 교사회의 아침, 학교 일들을 모두 의논한 후 이 김밥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냈다. 후원금 마련을 위해 본선 말하기 대회 날 아침 우리가 김밥을 만들면 어떻겠냐고 했더니 얼마의 이익금이 남겠냐고 되물으신다. 쌀값도 많이 올랐고, 재료비도 적잖이 들어가기에 정확하진 않지만 그래도 반은 남지 않겠냐는 답변에, 그럼 우리가 해보자며 한 교사가 손을 번쩍 든다. 그리고 이어서 여기저기 “한번 해보죠.” 하며 찬성의 의사를 표시한다. 교사들이 수업 준비만으로도 벅찰 텐데 이렇게 학교 후원금 마련을 위한 제안에 흔쾌히 협조하는 걸 보며 고맙고 마음이 참 짠했다.




드디어 첫 번째 텀(term) 마지막 날, 와이카토 한국학교 강당에서 10번째 교내 우리말 말하기 대회가 열렸다. 지난해 대상받은 학생의 부모님이 기증한 자전거를 대상 상품으로 앞에 두고, 한국어 전문가 네 분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과 함께 진행을 했다. (참고로 NZ는 10주간씩 4번 공부하고 중간에 2주간 쉬는 텀 별 학제가 이루어지고 12월 여름방학에 6주간을 쉬며 1년을 마무리한다.)




2009년 말하기 대회 결과는 흥부놀부반의 9살 강나은 학생이 한국으로 유학 다녀온 이야기를 정말 똑 소리 나게 하여 모든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대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NZ본선 말하기 대회는 10살 이상만 출전할 수 있기에 효녀심청반의 강시연 학생이 와이카토 대표로 나가게 되었다.




이번 말하기 대회는 말하는 학생들의 발표도 사뭇 진지했지만 듣는 청중의 태도가 가히 압도적이었다. 행사는 3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는데 선녀와 나무꾼반 3세 아이들까지도 그 긴 시간을 잘 참고 자리를 끝까지 지켜주어 10년간을 이끌어온 교장의 맘에 환한 미소를 건네주었다.




드디어 4월 가을 방학, 겨우 쉬는 토요일 방학을 못된(?) 교장은 잠시도 가만두지 않고 지역 사회에 함께하는 한국학교를 만들자며 들먹인다. NZ 여성회 주관 밤 줍기 행사가 와이카토에서 있으니 함께 도와달라는 것을 시작으로, 김밥 쌀 재료준비에 도우러 올 교사, 그리고 다음날 이른 아침에 김밥 싸러 올 교사, 또 안작데이(우리나라 현충일)에 아이들 데리고 헌화할 교사 등, 자원으로 수고할 교사들을 불러 모았다.




그러던 중 밤 줍기 행사를 위해 회의를 하는데 뉴질랜드 전 용경중 한인회장님이 후원금 마련을 위해 수고하는 와이카토 교사들에게 힘을 보탠다며 김밥 재료비는 모두 기증하신다는 말씀을 주셨다. 역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였던가. 교사들이 힘을 모으니 이렇게 주위에서 아름다운 마음도 보태주신다. 결국 우리 학교는 재료비에 상관없이 500불의 온전한 후원금이 생기게 되었다. 아자!




이제 드디어 4월 18일 NZ 본선 우리말 말하기 대회가 열리는 날이다. 전날 여러 선생님들이 만들어 놓은 형형색색의 10가지 재료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는 가운데 김밥을 만들러 온 교사들로 우리 집 주방은 새벽부터 온정이 넘쳤다. 단무지, 오이, 계란, 당근, 햄 등의 기초 재료 외에 한국 수입품인 오뎅, 맛살, 우엉에 아삭아삭한 피망과 NZ에서 제철을 맞은 맛있는 아보카도까지... 그득한 김밥 재료는 어서 자기들로 맛있게 김밥을 싸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듯 보였다.




김밥을 마는 교사, 써는 교사, 포장하는 교사, 그리고 김밥 옆구리 터진 것을 서로 입에 넣어주며 분위기를 이끄는 교사까지 7분의 교사들 손놀림은 김밥 시장이 저리가라하게 하하 호호 분주했다. 기본 100줄에 수고하는 NZ 한국학교 교장선생님들 몫의 10줄을 보너스로 더 만들어 드디어 110줄이 박스 안에 모두 모였다. 나머지는 수고한 우리 교사들에게 맡기고 떠나야 했다. 새벽 5시부터 두 개의 영업용 큰 밥통에 밥을 하며 서둘렀지만, 우리는 겨우 시간에 맞춰 오클랜드 행사장에 도착할 정도였다. 비전문가들이 아줌마란 이름과 학교 사랑만으로 만들어 그랬을까?^^




길을 헤매다가 이미 시작된 행사장에 허겁지겁 도착한 강시연 학생 가족과 내 몸에서는 참기름 냄새가 진동을 했다. 차 안에 110줄의 김밥 영향력이 대단했던 것 같다.^^ 아무튼 무사히(?) 김밥을 행사장에 풀고 우리는 차분히 차례를 기다렸다. 예쁘게 장식된 오클랜드 한국학교 강당은 발표하기에 딱 좋은 분위기였고 드디어 4번째인 우리 학교 강시연 학생 차례가 되었다. 비록 연습 때보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긴장되는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너무너무 잘해주어 큰 박수를 보냈다.




발표를 끝내고 들어오는데... 밤 10시 넘어 까지 가르친 일, 서로 시간이 안 맞아 전화로 1시간을 넘게 토시 하나하나 사용과 발음 억양 등을 지도한 일, 너무 바쁜 교장 덕에 늦은 시각에 만나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소품 준비나 기타 졸음을 잘 참고 따라주었던 일, 그리고 열심히 딸을 위해 힘든 간호사 일을 하면서도 적극 지원해준 학부모가 고마움으로 남았다. 이제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는 없으며, 우리가 처음 목표로 삼았던 말하기 대회를 스트레스 받지 말고 ‘재미있게 하자’는 결론에 마침표를 찍었다.




심사위원들의 발표가 있기 전, 관중들은 특별순서로 준비된 창과 사물놀이를 여유롭게 즐기고 있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긴장감 속에서 집계가 진행 중이었다. 드디어 결과가 진행자 손에 넘겨졌다. 궁금증이 발동한 난 발표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슬그머니 가서 봤다. 종이에는 강시연이라는 이름에 동그라미가 쳐져있었고 1등이라고 쓰여 있었다. NZ 말하기 대회는 각 학교 이름을 심사위원들에게 절대로 알려주지 않는 공정성으로 정평이 나있기 때문에 강시연 이름만 보아서는 어느 학교 학생인지 아무도 모른다. 옆에 있던 다른 학교 교장 선생님이 살짝 묻는다.

“강시연이 어느 학교 학생이야?”

난 두 손이 나도 모르게 입으로 가며 꺅 소리가 나는 걸 겨우 멈출 수 있었다. 내가 너무 놀라서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을 본 선생님이

“또 와이카토 한국학교야?”

이 말인즉슨 NZ 본선 말하기 대회가 1회 비공식 대회까지 합쳐 4회가 진행됐는데, 그 중 두 번씩이나 일등 기회가 와서 나온 말이지 싶다.




이제 와이카토 강시연 학생은 NZ를 대표해 7월 23일 미국에 가서 ‘세계 나의 꿈 말하기 대회’에 출전하게 된다. 지난해 NZ 갈지연 학생이 일등을 하였으니 또 일등의 기회가 돌아올까만 서도 이번 역시 ‘재미있게 하자’로 최선을 다해보련다. ‘그래도, 나는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시연이의 꿈이 꼭 이루어지길 바라면서.......




와이카토 한국학교는 학생 80여명에 특별수업 교사까지 포함한 20명의 교사가 토요일 아침마다 3시간 30분간 아이들에게 한국어와 문화, 역사 그리고 우리의 얼과 혼을 열심히 가르치고 있는 작은 학교다. 지역은 오클랜드에서 2시간 내려오는 NZ 북섬의 중앙에 위치한 ‘해밀턴’ 이란 곳인데 오클랜드 교민의 1/10도 안 되는 약 2000명이 가족처럼 모여 사는 곳이다. 이런 곳에서 NZ 각 지역에서 모두 모인 15명의 학생 중 일등을 두 차례나 하였으니 나름 자부심을 가질 수 있지 않나 싶다. 물론 이 수고는 열심히 가르친 교사들과 잘 배운 학생들 그리고 늘 학교 위해 후원해 주시는 학부모와 교민들이 있기 때문임을 잘 안다.




난 오늘도 말한다. 학교를 사랑하고 교사를 사랑하고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말을 듣는 교장이라면 얼마든지 팔불출(?) 교장이 될 수 있다고.

그리고 고백한다. 이 머나먼 이국 땅 그것도 계절도 정 반대인 뉴질랜드란 낯선 이방인의 나라에서 우리가 끝까지 성공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잘 알고 유지해야만 *키위들에게 대접받고 살 수 있음을!




*(키위=뉴질랜더)

고정미(와이카토 한국학교 교장)


위 글은 한글넷 8호에 실린 글입니다. 부족하지만 함께 나누고파 퍼옵니다.
지구촌의 한마당 샘들...각 학교의 아름다운 소식을 전하여 서로가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평안하십시오. 떨어지던 낙옆도 잠들은 가을나라에서...








천사 (2009-05-20 21:13:02)
아고...그대로 복사해와 올려놓으니...사진도 있고...많이 느리네요. 죄송합니다.
한가지 기도부탁을 드립니다. 우리 한마당을 맛깔스럽게 만드는 무늬만여우공주님이 그만 교통사고로 4주째 병원에 입원해 있으며, 앞으로도 두 주 더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수원 임계동의 백성병원에 계시며 연락처는 한빛나리 샘에게 여쭈어 보시면 알려주실겁니다. 제가 여기에 공개적으로 적기는 좀...
그럼 만나는 날까지 더욱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차도 조심하시고요...







전창숙 (2009-05-20 23:06:16)
몇 번 읽었지만, 여기서는 사진이 있으니까 감동이 더욱 진하게 와닿네요~ 축하드려요~ 저도 자극 받고, 우리 방콕한인토요학교를 알차게 이끌어야겠어요. 천사 선생님~ 한글학회 재외한국어 교사연수 질문에 한국에 전화까지 해주시고...수고하셨습니다. 잘 알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천사 (2009-05-21 11:36:03)
애고...전창숙 샘...제가 컴을 잘할 줄 몰라서요...그만 그대로 복사해다 놓았더니...깨져보여서리...그냥 원래 제가 갖고 있던 원고만 따로 올립니다.사진은 따로 올리든지 할게요.
샘...제가 막 한빛나리 샘에게 전화를 드는데...인터넷 스카이프에 한빛나리 샘이 친구추가를 하신거에요. 와우...울메나 놀랬든지.^^ 결국 인터넷을 통해 서로 얼굴 보면서 처음으로 공짜로 통화했어요. 스카이프 아세요? 요 아래 보시면 스카이프 신청하는 방법을 올려놓은게 있어요. 함 해보세요. 정말 좋아요. 그리고 친구추가에 넣어보세요. 샘하고도 얼굴 보면서 편안하게 통화할 수 있답니다. ^*^
내년에는 방콕한인토요학교 말하기대회의 대상으로 인한 두 번째 글이 나오길 기대하며...후배겸 선배가.ㅎㅎㅎ







늘감사 (2009-05-23 11:38:41)
전 사진이 안 보여요.
축하드립니다. 김밥 100줄 만 교장 샘을 비롯 선생님들의 그 마음이 참 아름답습니다. 작년 대회에서 갈지연 학생도 잘 해주었듯이 뉴질랜드의 강시연 학생이 기다려집니다. 이미 각 지역과 나라에서 최고인 학생들이 나와서 하는 대회서 모두가 대상 수상자들입니다. 좋은 경험과 잊혀지지 않을 추억들을 만들고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리 한마당 샘들처럼요... 그리고 밤낮없이 뛰고 날아다니는 울 고정미 교장샘의 건강과 무늬만여우공주님의 빠른 회복을 기원합니다.
그리고 이젠 전창숙 선생님의 이름만 보아도 너무 반갑습니다.







젊은오빠 (2009-05-26 11:56:19)
반갑습니다.
한글넷을 만들면서 보람을 느낍니다. 바로 여러분이 있기 때문에 힘이 납니다.
천사 선생님, 고심 끝에 피디에프(*.pdf) 파일로 변환하여 사진을 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다른 방법이 없군요. 늦어서 미안합니다.
전창숙 선생님, 그리고 늘감사 선생님 반갑습니다.
피디에프 파일을 열어서 사진 구경하세요.
그럼 또 올게요.







천사 (2009-05-30 14:16:07)
늘감사샘. 많이 바쁘시죠? 울 학교 강시연이 가면 많이 예뻐해 주세요~~~^^
젊은오빠, 오랜만입니다. 얼굴보며 통화를 하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주고받는 댓글의 맛은 또 따로 있겠죠?^^ 피디에프 파일 감사드려요. 그냥 두셔도 되는데 바쁘신 분이 고생하셨네요. 오늘 학교에 글과 사진을 복사해 가져갔더니 이렇게 나오는줄 알았다면 김밥 마는것도 찍는건데...하시며 아쉬워 하셨네요.ㅎㅎ다음엔 본인들이 글을 쓰신다고요...기대해 볼까요?^*^

아, 2차로 한복을 받으신 샘들이 아무도 연락이 없네요...이궁...다 잘 들어갔는지...
독일의 윤선영 샘...메일 드린다 하면서 오늘까지 왔네요. 샘의 낭랑한 목소리 잘 들었습니다. 고맙고요...샘 덕분에 우리나라 스승의 날을 떠올렸네요. 늘 샘을 위한 기도 잊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샘의 한글전파를 위한 애씀에 알찬 열매가 주렁주렁 열렸으면 좋겠네요. 샘...사랑합니다~~~^^







별찬 (2009-05-31 16:26:56)
한글넷에서 보았지만 이곳에서 보니 또 느낌이 틀리네요... 울 천사샘 열성이야 온 지구가 다 아는 것이고.. 베푸시는 열성과 사랑이상의 축복과 행운이 듬뿍듬뿍 솟아나길 기도합니다. 건강하시고요... 참, 천사님 열성으로 한복이 뉴욕브로드웨이한글학교에 잘 전달되었고, 어린이 예술제에 입고나가서 빛이 났습니다. 간단하게나마 글 올릴게요... 감사!







천사 (2009-06-03 05:21:42)
별찬샘의 기도, 감사드리고요 듬뿍 받았음도 전합니다.^^
예술제 사진도 넘 고맙고요 예닮에 전달하였답니다. 일등으로 접수하시더니 일등으로 행사 글도 주셨네요.^*^ 감사 감사 또 감사.
그나저나...울 샘들...모두 바쁘신지...요즘 조용하시네요. 본댁 샘도 보고픈데...흠...







착한아이 (2009-07-02 18:22:06)
참말로 고생하셨던 아름다운 일이네요..







천사 (2009-07-05 05:32:13)
착한아이샘...이번에 서울 안오시나요? 방금 서울에서 만나자고 글 올렸는데...우리 함 봬요...착한아이 샘은 아이디처럼 착한 교사시니까...흠...기둘려야징.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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