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일주일에 한 번씩 주말을 이용해 키위(뉴질랜더) 양로원을 다녀옵니다.
다녀올 때마다 늘 저에게 다가오는 고요한 음성...바로 '내일'을 바라봅니다.
저는 유치원 교사입니다.
한국에서 10년 그리고 뉴질랜드에서도 10년 넘게 한국 아이들이 없는 키위 유치원 현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인 만 3세 전후 토들러 그룹과 80세 전후의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들이 많이 비슷한 것을 느낍니다.
오늘은 그 비교를 잠시 해봅니다.
음식을 먹을 때 똑같이 턱받이를 합니다. 어린아이들도 어르신도 똑같이 음식을 먹여줍니다. 아이들이 조금 컸다고 턱받이를 안 하겠다는 아이나 80세 넘은 노인이 밥을 먹다 말고 귀찮은 듯 벗어 던지는 모습을 보며, 용도에 따른 턱받이 크기의 차이만 있지 똑같은 모습을 보고 빙그레 웃습니다.
모두 똑같이 손을 잡고자 합니다.
제가 집중적으로 돌보는 모레그 할머니는 86세로 치매가 걸려 양로원 신세를 지는 어르신입니다. 그런데 저만 가면 손을 잡고 놓지를 않습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손잡고, 등에 매달리고, 그것도 모자라 정신없이(?) 달려와 제 품에 순식간에 팍 안겨서 저를 넘어뜨리는 용맹함까지 있지만 역시 자기를 예뻐하고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침대에 똑같이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장치도 있습니다. 아기일 경우 못 움직이게 아기 침대를 이용해 꽉 조이게 하는 것이 있는데, 오늘 보니 모레그 이불 커버에도 지퍼를 이용해 침대 매트와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밤에 혼자 나다니지 못하도록 장치해 놓은 건데...정말 어른이 되면 아이가 된다는 말이 실감나는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나이는 다르지만 같은 행동을 하여 동일함을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정말 다른 것이 있어서 늘 맘이 아픕니다. 바로 희망입니다. 꿈입니다. 그리고 비전입니다. 어르신들에겐 매주 가서 보더라도 그게 안보입니다. 그래서 다녀오고 나면 늘 맘 한편 그들을 위한 기도와 함께 제 미래를 살펴봅니다.
이제 앞으로 10년 20년 30년 후가 되면 나도 저리되겠구나 하는 맘에 늘 현재의 이 자리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혹 어르신들을 내가 더 젊다고 행여 조금이라도 모른 체했다면 찾아서라도 반성을 합니다.
저 또한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게 남은 자에 속하는 부류입니다.
저에게 주어진 짧은 인생, 그 곳에 정말 전능하신 분이 계획하는 그 삶을 온전하게 살고가기를 소망하며 오늘도 기도합니다. 유행어였던 9988234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 앓고 죽자)는 아니라도 내가 하나님 앞에 가는 그 날은 정말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지 말고 팔팔하게 살다 한순간에 갈 수 있도록 말입니다.
양로원은 제가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늘 은혜를 받고 오는 미래의 그림자 같은 제 안식처입니다.
고국에 계신 친정아버지 팔순을 맞아 더욱 맘이 아린 날에...
천사 (2009-08-23 15:42:45)
아마 지금 쯤은 아버지 팔순 잔치가 벌어지고 있을겁니다. 올 여름 한국을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정상 날짜를 맞추지 못하여 이렇게 혼자 키위 양로원을 다녀오며 아버지와 가족을 그리고 있습니다. 멀리 떨어져 사는 불효자인 딸이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라고 아버지를 축복하며 아무것도 손에 일이 안잡히는 이 시간을 달랩니다.
한마당 샘들과 고국에 계신 샘들 가족 모두의 건강을 위해 기도합니다. 오늘도 평안하십시오.
별찬 (2009-08-25 23:36:03)
언니... 그냥 한 번 불러봅니다. 아버님 팔순잔치는 잘 치러졌을 거예요. 언니의 그 마음때문이라도. 외국에 나가있어서 가장 마음아픈 것은 바로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잘 못한다는 자책같은 안타까움일겁니다.... 그래도 언니가 타인에게 '행복바이러스'를 뿌려주는, 우리 모두의 '천사'로서 예쁘게 살아가는 모습을 아버님은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행복해하시리라 생각됩니다. 비록 가까운 곳에서 효도을 못해도 말입니다. 기운내시고요... 팔순잔치는 함께하지 못했더라도 88세, 미수잔치때 더욱 성대한 가운데 참석하실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언니아버님이 더욱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도할게요. 그 바쁜 가운데서도 양로원봉사를 하고 있는 언니에게 존경을 표하며....
착한아이 (2009-08-26 02:26:17)
고개 떨구며 글 읽었습니다.
존경합니다...
천사 (2009-08-28 04:07:03)
별찬샘, 고마워요...친정아버지 팔순잔치...지나고 가족으로부터 소식을 들으니 더 미안하고 안타깝더라고요...
해외 살며 어디 저만 그렇겠습니다. 부고 소식을 듣고도 못 가시는 샘들도 계시는걸요...이제 나와 사는 우리의 개념이 바뀌어야 마음이 평안해질걸 알면서도 잘 안됩니다...너무 커서(?) 이민을 나와 그런가요?ㅎㅎ
몸도 물질도 마음도 모두 함께 하는 그런 일일 지구촌 시대가 더 가까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차세대 교육을 위한 일에 누구보다 발 벗고 나서서 열심인 별찬샘을 존경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천사 (2009-08-28 04:15:59)
착한아이샘...오랜만에 봬요...
양로원 봉사...아니 방문...위에 쓴대로 제가 더 은혜를 받고 오는 감사의 일입니다. 몇 년째 계속하고 있는데요...이번엔 한국 방문하였을때 사온 기념품을 간호사들에게 주었더니 열심히 '감사합니다'란 단어를 말하느라 애쓰더군요. 아마 정말 고마웠던 모양입니다. 특히 주방에서 일하시는 분은 뉴질랜드 인근의 섬나라 아주머니인데...뚱뚱한 그 몸으로 저를 꼬옥 안아주시는데...아고고..ㅎㅎㅎ작은 정성으로 우리나라도 알리고 사랑도 베풀었던 그래서 제가 더 고마웠던 일이라 나눕니다. 울 샘들도 마음이 있었다면 더 늦기전에 그 나라 어려운 곳에 함 가보세요. 축복의 놀라운 일이 샘들을 기다리고 있을겁니다.
이제 출근하느라 나갑니다. 어제 오클랜드 다녀오느라 잠을 설치고 나가지만 건강하게 일어나 일할 수 있음에 또한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 글을 읽고 우리 한마당 연수 교사가 아니라 답글은 남기지 못하지만 개인적으로 흔적을 주신 어르신 샘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도 모두 행복한 하루되시길 소망합니다.
늘감사 (2009-08-31 11:24:04)
천사 선생님 지난 번에 댓글이 안 올라가길레 새글로 댓글을 대신하려고 썼는데도 또 안올라가서 결국은 그냥 읽고만 갔었어요.
오늘은 되려나??? 좀 늦었지만 아버님 팔순을 축하드립니다. 멀리서 떨어져 지내는 언니 맘이 제 맘이려니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납니다. 양로원 봉사를 하시는 언니를 보면서 맘이 더 짠해지고요. 천사님의 아버님이시니 오래오래 무병장수하시길 기원해 봅니다. 천사님도 건강하세요.
천사 (2009-09-02 09:47:43)
늘감사샘, 이제 큰 일 끝났으니 한숨 돌리셨죠? 정말 고생 많았어요.
울 강시연이...넘넘 재밌었다고...또 가고 싶다고...아무래도 나의 꿈 말하기 발표보단 디즈니랜드와 다른 프로그램에 넘 관심많은 잿밥 학생이었나 봅니다. ㅎㅎ
고맙다는 인사를 관계자들에게 드린다고 하면서...아직 이러고 있네요. 곧 뉴질랜드 교사 연수가 시작되거든요. 그 준비로 이래저래 바쁜걸 보니...아무래도 우리 한마당 샘들 모두는 안 바쁜 날을 찾는게 더 쉬울듯해 보입니다.^*^
친정 아버지 장수를 축복해 주신 샘에게 감사를 드리며 늘 평안하시길...^^봄이 오는 길목에서
수선화 (2009-11-23 05:04:32)
천사샘 오늘 아침 skype로 서로 통화하고 못다한 이야기를 다시 하려고 한마당에 들어와 그동안 못 읽은 글들을 하나하나 읽어 갑니다.
샘! 하나님의 나라는 이미 이 세상에 와 있으며, 진정한 크리스찬이라면 그 나라를 이 세상에서 맛보며 살아야 한다는데, 전 늘 부끄러운 삶을 살고 회개하기에 바쁩니다. 샘의 글 속에서 하나님 나라 안에서 그 천국의 맛을 알고 누리는 샘의 삶을 읽습니다. 부모님을 생각하면 늘 맘 한 켠이 아려 오지만, 하나님의 그 분들의 삶에 충분한 보상을 주시리라 믿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부모님이 내게 주신 하나님에 대한 복음을깨닫고 그렇게 사는 것을 보는 게 우리들의 부모로서 해야 할 가장 시급한 일들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