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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시경 선생님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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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를 가르치다 보니 세종대왕을 가장 존경하게 되었지요. 영웅은 훌륭한 업적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잖아요.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따스한 마음이 놀라운 업적을 이룰 때 우리는 진정한 영웅을 만나게 되지요. 그래서 우리는 인간적인 이순신, 이육사, 윤동주, 박지원, 허균, 한용운, 허균, 김구, 심훈 등 훌륭한 분들의 업적보다는 그분들의 따뜻한 가슴을 국어책에서 더욱 강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전 요즘 세종대왕만큼이나 훌륭한 분을 만나게 되어서 정말 기뻐요. 누구시냐구요? 그분은 바로 주시경 선생님이에요. 주시경 선생님께서 국문 보급에 힘을 쓰신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분의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이렇게 우리글과 우리말을 사랑할 수 있었을까 새삼 정신이 번쩍 들며 새로운 경이를 느껴요. 나이가 들수록 저는 참으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느끼고 싶은 것만 느끼고 산다는 생각이 종종 들어요. 그래서 무심코 지나치던 것들에서 새로움을 깨달을 때마다
'언제나 이 어리석음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오래산다는 것이 참 좋을 것 같구나!'
라고 생각하기도 하지요. 주시경 선생님께서 우리말과 우리글의 체계 즉 문법에 대하여 연구하실 수 있었던 것은 어릴 적부터 한문을 배우고 또한 배재학당에서 신학문과 영어를 배우면서 우리말과 우리글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겠지요. 저도 한국에서 살 때보다 외국에서 사는 지금 좀더 객관적인 시각에서 우리말과 우리글이 주체성을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실해지고 있어요.

중국 학생이 우리말은 중국어가 70퍼센트이상이라는 말을 들었다길래 그렇지 않다며 한국어는 중국어와 어족이 다르고 주술 구조가 다르며 한자어조차 발음은 다르지 않느냐고 설명했어요. 그런데 한국어를 가르칠수록 비슷한 어휘들이 많아지는 거예요. 그래서 전 그 중국학생에게 이런 말을 했어요. 정말 우리말은 중국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고요. 사실 우리말에 순수한 고유어가 있었는데 중국의 한자어가 들어오면서 고유어가 경쟁력을 잃고 사라지게 되었다고요. 지금은 미국 문화가 한국에 강력한 영향을 주니까 영어식 어휘가 굉장히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요. 그 중국 학생과 대화를 나눈 후, 미래의 국어학자가 퓨전 음식의 싸구려 맛과 같은 이상한 언어들이 섞여있는 우리말을 연구하며 안타까워할 것 같은 걱정이 갑자기 드는 거예요. 우리말에 중국 문화와 미국 문화의 영향력을 이어갈 나라는 어느 나라일까요? 주시경 선생님께서도 이런 걱정을 분명히 하셨을 거예요. 그래서 한힌샘이라는 한글식 이름까지 지으신 것이 아닐까요?

근대화가 되면서 언문으로 취급받던 한글이 국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주시경 선생님처럼 양반과 같은 소수 계층의 권위만을 자랑으로 여기지 않고 널리 인간을 복되게 하려고 노력하신 위인들의 인간애와 주체성의 정기를 받은 후손들이 있었기 때문일 거예요. 인터넷의 통신언어와 국제어로서의 영어의 강력함이 우리말과 우리글의 정기를 정신없이 흔들고 있는 현실에서 정말 가정, 학교, 방송, 인터넷에서 좀더 적극적으로 우리말의 주체성을 교육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세종대왕의 한글창제 업적을 더욱 빛나게 할 수 있었던 주시경 선생님의 정신이 교육에서 좀더 강조되었으면 좋겠어요. 주시경 선생님께서는 중국어와 일본어 그리고 영어를 배우고 알아갈수록 국제 사회에서 한국어를 그들 언어와 어깨를 당당하게 겨루며 우리 문화를 알리고 싶으셨을 거예요. 저도 국어국문학을 전공하였는데 영어와 중국어를 배워가며,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며 우리글과 우리말 그리고 우리 문화를 정말 소중히 여기게 되었어요. 36년 동안 지배했던 일본어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안간 힘을 썼던 우리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얼이 아직 우리 가슴에 남아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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