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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적응력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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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빠삭하게 메말라 보였어요.
야자수라고 서 있는 가로수는 다들 말라죽기 일보직전인 것 같았지요.
골프장뷰라고 보여주는 아파트에서 골프장을 바라보며 10년전에 문 닫은 골프장인가 했어요.

그런데...
그 메마른 가로수들이 어느날 갑자기 물을 흠뻑 빨아들인 건가요?
골프장의 잔디밭에 어젯밤 비라도 내렸나요?

그럭저럭 싱싱해 보이는 거예요.
분명 그 때는 그렇게 메말라 보였었는데
지금은 그럭저럭 봐줄만 한 거예요.

싱가폴에 처음 갔을 때
낯선 나라에서 너무 힘들어서 3개월만에 한국에 돌아갔었지요.
다시 돌아와 설겆이를 하려고 씽크대 앞에 섰는데
눈물이 주르르 흐르며 생각했죠.
'한국에 갔다와도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구나. 여기서 살 수 밖에 없구나.'

그렇게 힘들게 시작했던 싱가폴 생활도
지금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찡한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지요.

그렇게 살아봐서 그런가요?
싱가폴 처음 갔을 때랑 다른 건 하나도 없는데도
지금은 그냥 마음 편하게 잘 살아지네요.
해외 생활에 적응력이 생긴 거겠죠?

두바이는 사막의 도시입니다.
마천루 바로 옆에 모래사막이 쫙 펼쳐져 있습니다.
사막인데도 습도는 아주 높습니다.바닷가라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추운 전형적인 사막의 날씨는 아닙니다.
11월이 되면 한국의 초가을 날씨가 된다고 합니다. 그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랍어는 정말 쓸 기회가 없습니다. 공용어는 아랍어지만 영어가 더 통합니다.
더운 나라라서 그런지 밤에 활동을 많이 합니다.
쇼핑센터도 밤10시,11시 주말에는 12시까지 영업을 합니다.
행사도 주로 저녁 늦게 시작해서 밤 10시가 넘어서 저녁 식사를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밤새도록 공사장의 소음이 들립니다.
밤새 공사를 하는 거지요. 대부분 인도나 파키스탄의 노동자들이 와서 일을 합니다.
그들은 이 더운 날씨에 밖에서 일하는 것은 물론이고,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한다고 합니다.
그냥 보기에도 그런 것이 인부들을 수송하는 버스에는 에어컨이 안 나와서 창문을 열고 다닙니다.
싱가폴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부자 나라의 '부'는 가난한 주변국 국민들의 땀과 고독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족과 떨어져 인간 대접도 못 받으며 노동력을 착취 당하는 가난한 사람들 때문에
그 곳에 사는 부자들은 참 편하고 넉넉하게 살아갑니다.

답답하고 삭막하기는 하지만
운전을 하며 사막 한 가운데를 지나면서
'내가 사막에 와 있구나, 이 얼마나 특별한 경험인가?' 생각하면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지금은 비록 비 한 방울 안 오고 하늘은 눈부시지만
돌아가면 촉촉한 내 나라가 있다는 것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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