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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자음의 물리학적 접근?_7 (이응-ㅇ)

작성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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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자음의 물리학적 접근?_7 (이응-ㅇ)




/퐁당퐁당 돌을 던져라 냇~물아 퍼져라 멀리멀리 퍼져라 건너 편에 앉아서 나물을 씻는 우리 누나 손등을 간지러주어라~/

참 예쁘고 귀엽고 발랄한 동요입니다. 이 동요를 부르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여러 정서적인 측면 때문이겠습니다만, 또한 받침(종성)에 ㅇ, ㄹ, ㄴ이 많이 들어가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냇, 씻'에서 ㅅ은 ㄴ으로 소리 납니다.)

그런데요, 이 노래를 이렇게 한 번 불러보세요. 검지(손가락)로 양쪽 귀를 꼭꼭 막고 동시에 엄지로 코구멍까지 꽉꽉 틀어막은 상태로 노래를 해 보세요. 배트맨 모양으로 하시면 되는데, 좀 불편하시면 빨래집게로 코를 막으셔도 됩니다. 자 그럼, 다시 한 번 불러보실까요?... 어떠신가요?

아마 동요 같은 느낌이 별로 안날 거에요. 느끼셨겠지만, ㄹ 소리는 잘 나는데, ㅇ과 ㄴ 소리는 도통 제대로 나지 않거든요.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이 하나 있지요. 종성 ㅇ과 ㄴ은 코구멍 소리(비음)이고, 종성 ㄹ은 코구멍 소리가 아니라는 것이에요.

'구강구조'라고 할 때, '구강'은 입 안의 공간을 뜻하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비강'이란 말은 코 안의 공간을 뜻하는 말이겠지요. 근데요, 입 안의 공간이 더 큰줄 알았는데, 실은 코 안의 공간이 훨씬 더 크드라구요. 빈 공간이 크면 소리도 더 많이 울릴 테니까, 당연히 입 안보다는 코 안에서 소리가 더 많이 울린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종성 ㄹ은 성대 아랫 부분에서 울리는 소리에요. 가래 끓는 소리가 나는 곳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게에요. 그래서 코를 막아도 ㄹ 소리를 잘 낼 수 있는 것이죠. 그런데 종성 ㄴ과 ㅇ은 입 안보다는 코 안에서 더 많이 울리는 소리에요. 그럴 수밖에 없는 원리가 있어요.

혀끝으로 입천장을 앞쪽에서부터 목구멍 안쪽으로 서서히 눌러보세요. 이빨쪽은 단단해요. 그리고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부드럽고 연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에요. 이빨쪽 입천장이 단단하기 때문에 그 구간을 '경구개'라고 하고 저 안쪽 입천장은 연해서 그냥 '연구개'라고 해요. 어려운 말 아니죠?

'난'에서 위에 있는 'ㄴ'은 초성이구요, 아래에 있는 'ㄴ'은 종성이에요. 초성 'ㄴ' 소리를 내려면, 혀끝을 경구개에 살짝 댓다가 떼면 되요. 다시말해 혀끝으로 이빨쪽 입천장을 부드럽게 한 번 막았다가 열면 되요. 종성 'ㄴ'은 거꾸로 하면 되구요. 즉 혀끝으로 경구개를 부드럽게 막으면 된다는 거에요. 따라서 '난' 소리를 내려면, 혀끝이 경구개를 살짝 막았다가 열면서 'ㅏ' 소리와 함께 '나'가 되고, 그 '나'의 상태에서 곧바로 혀끝이 경구개를 살짝 닫으면서 마무리지으면 '난' 소리가 되는 것입니다.

다른 자음들의 조합들도 다 마찬가지 원리입니다. 초성은 막았다 열면서 나는 소리고 종성은 닫으면서 나는 소리라는 것입니다. 하나 더 예를들면, '말'이라는 소리는 'ㅁ+ㅏ+ㄹ'로 이루어지 소리입니다. 초성 'ㅁ'은 입술이 부드럽게 떨어지면서 나는 소리고, 종성 'ㄹ'은 혀끝으로 경구개와 연구개의 중간 부분의 입천장을 살짝 말아붙이면서 나는 소리입니다. 따라서 '말' 소리는 입술을 살며시 열면서 'ㅏ' 소리와 함께 '마'가 되고, 그 상태에서 곧바로 혀끝으로 입천장 중간부분을 살짝 말아올려붙여 마무리지으면 되는 것입니다.

좀 복잡하신가요? 죄송합니다. 집중력도 좀 떨어져 있고, 또 글로 쓰려니 저도 좀 복잡스럽습니다.

'퐁당퐁당' 노래의 '낸~물아'에서 '낸' 소리를 코를 막고 내어 보면 정확하게 내지 못하죠. 그것은 종성 'ㄴ' 때문에 그렇습니다. '낸'은 종성 'ㄴ'에 의해 최종적으로 혀가 입천장을 막은 상태로 끝이 나는 소리입니다. 따라서 '내' 소리까지는, 그 소리가 입 밖으로 거의 다 빠져나올 수 있는데, '낸' 소리가 되면, 즉 종성 'ㄴ'이 붙으면 입천장이 혀끝에 의해 상당부분 막혀버리기 때문에, 그 소리가 입 밖으로 자연스럽게 다 나오지 못합니다. 그렇게 다 나가지 못한 소리가 역류하여 코구멍을 통해서 나올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구강에서 울리는 소리보다 비강에서 울리는 소리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코를 막으면 당연히 '낸' 소리를 정확하게 끝까지 다 낼 수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종성 'ㅇ'도 무언가가 닫히면서 나는 소리라고 추측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코를 막으면 '퐁당퐁당' 소리도 잘 나지 않는 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종성 'ㅇ' 소리도 닫히면서 나는 소리입니다. 닫혀서 입으로 빠져나가는 양보다 코로 빠져나가는 소리의 양이 더 많습니다. 그런데요, 'ㄴ'이나 'ㅁ'과 달리, 닫히기는 닫히지만 완전히 닫히는 게 아니라, 살짝 (목)구멍을 낸 채로 닫힙니다.

'ㄱ'은 혀뿌리가 목구멍을 꽉 틀어막으면서 나는 소리라고 한다면, 'ㅇ'은 혀뿌리가 목구멍을 살짝 열어 둔 채로 닫으면서 나는 소리입니다. 다시말해 혀뿌리가 목구멍을 수직으로 닫긴 닫는데, 다 닫는 것이 아니라, 작은 구멍을 낸 상태로 닫는다는 것입니다. 혀뿌리가 수직으로 막고 있기 때문에, 'ㅇ' 소리가 수직 상승하여 코구멍으로 빠져나올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ㄴ'은 그래도 경구개까지 나왔다가 되돌아 코로 올라가지만, 'ㅇ'은 혀뿌리 즉 목구멍에서 곧바로 코로 올라가는 소리입니다. 그래서 'ㅇ' 소리는 'ㄴ'보다 더 매력적인 콧소리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근데요. 'ㅇ'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코구멍으로 올라갈 때, 그냥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동그라미 형태로 올라간다는 것입니다. 목구멍 자체가 동그랗기 때문에, 동그란 모양으로 'ㅇ'이 코로 울려퍼진다는 것입니다. 담배 연기로 도넛을 만드는 원리처럼, 혀뿌리와 목구멍이 'ㅇ' 소리를 비강으로 뿜어낸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돌을 던지면 냇물이 동그랗게 퍼져 누나의 손등을 간지럽게 하는 수면파의 원리와도 다소 비슷 할 것입니다. 또한 둥글게 둥글게 울려퍼지는 보신각의 범종 소리와도 상당히 닮은 것 같습니다.




(다소의 수정이 필요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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