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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경제 5 단체는 한자 시험 추진을 즉시 중단하라!






성 명 서
―경제 5 단체는 한자 시험 추진을 즉시 중단하라!―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5 단체가 올해부터 새 직원을 뽑을 때에 한자 시험을 치르기로 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소속 회원사들에 대해서도 신입 사원을 뽑을 때에 한자 시험을 보도록 적극 권장하겠다고 나섰다. 젊은 사원들의 한자 능력이 낮아서 중국·일본과의 교역에 불리하고, 회사 업무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직도 새 시대에 어울리지 못하고 옛 한자 문화의 권위적 사고방식에 젖어 있는 경제 단체들의 이러한 구태의연한 행동이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그러나 이번과 같이 각 기업의 인재 선발에까지 자기들의 낡은 생각을 강요하려는 것은 매우 독선적이고 무책임한 짓이다. 이에, 우리 학회는 다음과 같이 경제 단체들의 거짓과 어리석음을 낱낱이 밝힌다. 아울러 광복 뒤 60여 년 만에 어렵사리 이룩해 낸 말글 독립의 바탕을 더욱 굳건히 지켜 줄 것을 온 겨레에 호소한다.

1. 몇 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우리 경제의 몰락에 대해 일차적 책임이 있는 무능한 경제인들이, 엉뚱하게도 사원들의 한자 능력에 시비를 거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기업 활동의 핵심인 의사소통과 정보 전달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문자(한자)가 앞선 문자 체계(한글)에 밀려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야말로 경제 원칙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경제인들이 갑자기 한자 논쟁에 뛰어든 데에는, 끊임없이 한자 섞어 쓰기를 주장하고 있는 수구 세력의 부추김이 작용하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2. 경제 5 단체는 중국·일본과의 교역을 늘리기 위해서 소속 기업 사원들의 한자 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했는데, 한자를 많이 외우는 것만으로 중국어와 일본어를 할 수는 없으며 의사소통이 되지도 않는다. 한자는 단지 시각적으로 보는 글자일 뿐 그 자체가 언어는 아니다. 영어의 알파벳만을 익혔다 하여 미국인과 영어로 말할 수는 없는 것과 한가지다. 경제를 이끄는 이들이 문자와 언어조차 구분하지 못할 만큼 무지하다면 우리 경제의 앞날은 어둡다.

3. 경제 5 단체는 한자를 잘 모르면 회사 업무에 지장을 준다고 했는데, 아직도 한자 중심에 토씨만 한글로 적은 문서가 대접 받는 회사가 있다면, 이제 그만 한자의 굴레에서 스스로 벗어날 것을 충고한다. 이미 56년 전에 '대한민국의 공용문서는 한글로 쓴다.'는 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져 지금까지 시행되어 오고 있다. 고인 물과도 같은 공무원 사회에서 이 법률을 지키지 못하고 지금까지 한자를 권위의 상징처럼 사용해 온 결과, 한국의 공무원 사회는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깨달아야 할 것이다.

4. 경제 5 단체가 이러한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말글 정책의 바탕을 뒤흔드는 것은, 요즘 온 나라의 걱정거리가 되고 있는 취업난을 이용하여 한자 맹신자들의 뜻을 이루려는 책동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우리 경제를 앞에서 끌고 있는 첨단 산업 분야의 기업과 정보 통신 분야의 기업들은 신입 사원들의 한자 능력에는 큰 관심이 없다. 중국에서 일할 사원은 중국어를, 미국에서 일할 사원은 영어를 할 줄 알면 된다. 이러한 기업들에 한자 시험을 권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고 우스운 노릇이다.

5. 경제 5 단체는 입사 시험에 한자 과목을 포함시키게 되었을 때에 빚어질 사회적인 파장에 대해 책임질 자신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사교육비에 드는 엄청난 비용이 가계와 나라 살림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과외 비용을 대느라 생활고에 시달리다 못해, 제 나라를 등지고 이민을 떠나는 가정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런 판국에 한자를 입사 시험에 포함시킨다면, 이는 대학생뿐 아니라 초 중 고등 학생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경제 단체는 이 같은 한자 과외 열풍과 여기에서 비롯되는 사교육비 폭증을 예상하지 못하였다고 발뺌할 것인가?

6. 우리는 뛰어난 언어 전문가 양성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간단한 인사말이나 할 정도의 외국어를 전 국민에게 교육하기보다는, 국제 무역과 협상에서 높은 수준의 외국어 실력을 갖춘 소수의 정예 일꾼을 양성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필요하며 비용도 훨씬 절감된다. 저비용 고효율의 원칙은 정치나 기업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언어 교육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미국과, 남미,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지에서 일할 사람에게도 한자 실력을 요구한다는 것은 참으로 국가적인 낭비임을 알아야 한다. 영어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영어가 필요 없는 분야의 종사자들에게까지 영어를 강요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7. 한자를 모른다고 '한자 문맹'이란 용어를 써 가며 까막눈 취급하거나, 한자가 일상 생활에서 점차 사라진다고 해서 '문화 위기' 운운하는 것은, 한자-한문을 숭배하던 조선 시대의 사대부들이 다시 태어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말이다. 우리 나라는 세계에서 문맹률이 가장 낮은 나라이지만, 만일 한자를 섞어 쓴다면 문맹자의 비율이 중국이나 인도처럼 높아질 것이다. 한글로는 문화를 세울 수 없다는 낡은 생각을 버려야 할 때이다.

8. 한자보다도 우리는 국어 능력을 더 중시해야 한다. 경제 단체에서 한자 능력이 부족하다고 우려하는 젊은 사원 중에서 정확한 자기 표현과 글쓰기, 그리고 올바른 표준 말씨를 구사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대학 입학 시험 준비에만 매달려 온 우리 젊은이들은 우리말의 올바른 구사 능력이 대단히 부족한 상태이다.

경제 5 단체는 입사 시험에서 모든 응시자를 대상으로 한자 시험을 보겠다는 어리석은 짓을 즉시 중단하라. 오늘날의 심각한 취업난을 이용하여 한자 맹신자들의 뜻을 이루려는 이 같은 망동을 멈추지 않는다면,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온 겨레와 힘을 합하여 끝까지 맞서 나갈 것임을 밝힌다.

2004년 1월 14일





한글 학회


별마로: 저도 이에 동의합니다. -[01/16-20:35]-
별마로: 상관업어 올바르기 만하면 ㅋㅋㅋ -[02/12-08:51]-
별마로: 야 뭔데뭔데 ㅋㅋㅋ 나도 보고십다. 그러니까 보여달라고 아니면 메일보해 주던지ㅋㅋㅋ -[02/12-08:53]-
國王: 국한혼용론자를 빨갱이로 몰아붙이는가?
한자 없이 한글도 없다! -[2005/01/04-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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