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장의 일을 맡으며―



우리 학회는 흔들림 없이 전진해야 합니다




지난 1월 26일, 눈뫼 허 웅 회장님께서 우리들의 곁을 떠나가셨습니다. 너나없이 큰 슬픔에 가슴이 저며 오는 듯했으나 그것은 제각기 속으로 삭이며 정중하고도 엄숙한 가운데 장례를 치렀습니다. 그러고 나서 43일이 지난 3월 13일, 회칙과 애초부터 잡혀 있던 일정에 따라 정기 총회를 열었고, 학회 임원도 선출했습니다. 그 결과 제가 눈뫼 허 웅 선생님의 뒤를 이어 한글 학회 회장의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 막중한 일을 맡고 보니 참으로 어깨가 무겁습니다. 한글 학회 회장이 해야 할 일이 중하고도 많음을 잘 알기에 그 모든 일을 잘 해 나갈 수 있을까 몹시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학회 운영은 회장 혼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10명의 이사와 함께 해 나간다는 사실에 큰 위안을 받으며 용기를 가지게 됩니다. 그분들은 하나같이 원만ㆍ후덕한 인격과 깊이 있고 믿음성 있는 학문을 갖추었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저는 그분들과 함께 특히 다음과 같은 일에 중점을 두고 학회를 이끌어 나가겠습니다.



첫째, 학회의 전통을 안정적으로 계승해 나가겠습니다.

눈뫼 선생님을 잃은 것은 우리 학회의 큰 손실입니다. 선생님께서 지켜 오신 자리가 너무 크고 높기 때문에 그분의 빈자리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지금 단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학회가 이제까지 걸어온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갈 수 있도록 굳건하게 중심을 잡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생각에서 우리는 학회 운영의 기본틀은 종전 것을 그대로 지켜 나갈 것입니다.



둘째, 학회 운영에 회원이 널리 참여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학회에는 학문적으로 유능할 뿐만 아니라 학회를 제 몸처럼 아끼는 회원이 많습니다. 이 같은 회원들의 식견과 열정을 학회 운영에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 첫 번째 시도로 각 집행 부서에 회원 5명 정도가 참여하는 소위원회를 두기로 이미 결의하였습니다. 그 밖에도 사안에 따라 특별 모임이나 위원회 같은 것을 구성하여 시행함으로써 회원들의 참여를 확대할 뿐만 아니라 학회 운영에 활력을 불어넣겠습니다.



셋째, 학회의 사업을 더욱 알차게 꾸려 나가겠습니다.

우리 학회는 그 동안 각종 연구 사업과 편찬 사업을 끊임없이 해 왔고, 뚜렷한 성과도 거두었습니다. 지금도 그런 일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만, 사회 환경과 학문적 관심이 예전과 많이 달라진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해 오던 사업은 그대로 충실히 수행하되, 변화된 환경에 발전적으로 대응하며 학회의 명예를 더 높일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하고 계획하는 일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습니다.



넷째, 우리 말글 운동을 좀더 조직적으로 활성화하겠습니다.

우리 학회는 분명히 학회이지만 단순한 학회가 아닙니다. '겨레를 바로 세우고자 하는' 소명 의식이야말로 우리 학회를 있게 하였으며 있게 하는 뿌리입니다. 우리 학회의 목적은 우리 말과 글을 연구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런 활동으로 겨레를 바로 세우는 데까지 미치어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 말글 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 온 것은 그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겨레를 바로 세우는 데에 역행하는 말글살이를 부추기거나 그런 말글살이를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이런 상황을 바로잡아 나가기 위하여 우리의 역량을 결집하고 활용하는 일에 더욱 힘쓰겠습니다.



우리 학회는 백년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 긴 세월 동안 겨레를 위하는 일념으로 우리 말글을 갈닦고 지키고 바르게 펴는 일에 매달려 왔습니다. 개인의 생명은 유한할지라도 우리 학회는 겨레와 함께 영원히 발전해 나가야 합니다. 이 학회에 회원 여러분께서 더 많은 애정을 쏟아 주시고, 학회에서 하는 일에 성심으로 참여하고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여러 이사들과 함께, 우리 학회의 정신을 이어받아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학회가 변함없이 전진할 수 있도록 바탕을 지키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글 학회 회장 김 계곤





이민영: 한글학회의 일중에서도 외국에서 분투하는 회원을 받고 싶은 의향은 없으신지요.
봄처럼 피어나는 민족의 살림살이 되기를 멀리서 바라보겠습니다.오늘 처음으로 와서 글이 앞뒤가 없지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04/22-10:23]-
박해동: 허웅선생님의 삼가 명복을 빕니다.
김계곤 회장님의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 합니다.
말 그대로 한글 발전과 정보화에 기여하고 자손만대에 유산으로 물려줄수 있는 한글 세계화에 앞장서는 한글학회가 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05/04-1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