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학회(회장 김종택)는 위와 같이 2월 10일 오후 2시 서울 종로 서울기독청년회 회관 대강당에서 김형오, 박진, 김을동 국회의원과 이태진 국사편찬위원장, 권재일 국립국어원장, 안창원 서울기독교청년회 회장, 이상보 한글재단 이사장, 박종국 세종대왕기념사업회 회장, 한글단체 회원과 시민 200 여명이 모인 가운데 ‘한글 마루지 조성과 광화문 한글 현판 달기’ 시민 공청회를 연다. 아래는 미리 발표한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함께 붙이는 파일 참조)
김종택 한글학회 회장은 서울시가 광화문 세종대로 일대를 한글문화관광 중심지로 조성하는 한글마루지 사업을 환영하면서 “서울시에서 조성하는 한글마루지에 조선어학회 순국선열 33인의 추모탑을 세우고 광화문 현판을 훈민정음으로 달아 달라는 우리의 간절한 청원을 들어 주시기 위해서 이 나라 정치와 사회 문화의 최고 지도자들께서 이 자리에 나와 계십니다. 오늘 우리는 21세기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역사의 한 마디를 창조하느냐, 낡은 타성의 굴레에 매여 허덕이느냐 하는 역사적 기로에 서 있습니다.”라고 인사말을 하고 서울시의 이 사업이 성공하려면 일제 때 한글을 갈고 닦다가 옥살이 끝에 두 분이 목숨까지 빼앗긴 조선어학회사건 추모탑을 건립하고 광화문 현판을 한글로 바꿔달아야 함을 강조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18대 국회 전반기)은 격려사에서 “2005년 문화재청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글로 쓴 광화문 현판을 떼고 한자 현판으로 바꿔단다고 할 때부터 반대했다. 지난해 단 한자 현판은 1867년 임태영이 쓴 한자 글씨를 디지털 복원한 것으로서 명필도 아니고 진짜 원형도 아니다. 그럴 바에는 우리 시대의 명필이나 의미 있는 인물이 쓴 한글 현판이 백 번 나을 것 같다. 훈민정음 집자가 불가능하다면 그 서체를 빌려 쓰는 것도 한 방법이리라.”면서 “광화문은 경복궁의 정문 차원을 뛰어넘어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상징 조형물이다. 문패 격인 현판을 한글로 하느냐 한자로 하느냐는 자존심과 정체성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경복궁은 또한 한글이 태어난 곳이다. 게다가 광화문 광장에는 세종대왕 동상과 한글 이야기관이 자리해 있다. 세종대왕 생가 터가 있던 곳이라서 거리 이름도 세종로이다. 광화문이란 이름 자체가 세종대왕의 작명이다. 그런 만큼 이왕이면 세종의 뜻을 헤아려 서울의 관문에 ‘門化光’이 아닌 ‘광화문’ 현판을 내건다면 세종께서도 좋아하시지 않겠는가. 수백 년이 지나더라도 바꾸어 달지 않을 아름답고 의미 있고 자랑스러운 ‘광화문’ 현판을 만들고 내걸자.”라면서 한글 현판으로 바꿔달아야 함을 설명했다.
박진 의원은 “훈민정음 해례본은 유엔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정한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재이다. 서울시가 발표한 한글마루지 사업은 반가운 소식이다. 오늘 이 공청회를 통해서 진정으로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서울시 사업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한글 발전을 위해 애쓰는 한글학회 여러분을 치하한다.”고 밝혔다.
김을동 의원은 “문화재청은 석 달도 안 되어 금이 간 광화문 현판을 다시 제작하기로 했습니다. 이참에 글자를 ‘한자’가 아닌 ‘한글’로 달자는 각계 각층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많은 국민들도 뜻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줄곧 귀를 닫고 있던 문화재청도 각종 언론보도와 여론이 부담스러웠던지 ‘글씨’ 문제를 원점에서부터 다시 논의하겠다고 최근 밝혔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한글학회를 비롯하여 한글사랑의 마음으로 불철주야 애써 주신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며, 향후의 논의가 단순한 ‘글씨’와 ‘글자’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한글의 가치’로까지 발전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합니다. 한글 현판이 달리기를 기원합니다.”라고 격려했다.
기조 강연에 나선 이태진 국사편찬위원장은 “일제의 강제 병합 100년이 되는 작년에 서울의 중심 거리 광화문 광장에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의 동상을 웅혼한 지태로 세운 것은 뜻있는 일이었고, 서울시가 ‘한글마루지’ 사업으로 이 일대를 의미 있는 공간으로 가꾸어 갈 계획에도 찬사를 보낼 일이다. 이 사업의 소식을 듣고 한글학회가 ?조선어학회사건?을 기리는 기념탑을 세워야 한다고 제안한 것도 당연한 것이다. 한글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한글 창제이지만 그 수성도 창제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조선어학회사건?은 곧 이 민족적 과제 실현을 조금도 굽힐 수 없다는 숭고한 의지로 일어났다. 이는 곧 세종대왕께서 가장 가상히 여기실 장거로서 이를 기리는 탑은 우리의 미래를 영광되게 할 것이다. 온 국민의 이름으로 그 기념탑을 세울 것을 ‘강추’한다.” 라고 발표했다.
권재일 국립국어원장은 “조선어학회는 일제 때 한글맞춤법을 만들고 사전도 만들었다. 일제가 일으킨 조선어학회 사건은 우리 민족의 독립 운동사 가운데 가장 슬프면서도 가장 빛나는 일이다. 그분들은 총칼이 아닌 말과 글로써 나라를 지키려 한 것이다. 그 분들의 이러한 모진 고난이 없었던들 오늘날 우리 말글이 온전히 보전되었을까 깊이깊이 생각해 본다. 민족의 말과 글을 지키기 위해 이렇듯 모진 고난을 겪으며 투쟁한 일은 역사상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는 마땅히 그 빛나는 역사를 이어받아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창원 서울기독교청년회 회장은 “기독교와 한글, 기독청년회와 한글학회는 매우 인연이 깊다. 두 단체는 대한제국 개화기 때 창립해서 나라와 겨레를 지키고 빛내려고 함께 애썼다. 기독청년회를 처음 만든 헐버트 박사와 한글학회를 처음 만든 주시경 선생은 함께 최초 한글신문인 독립신문을 만들고, 고종께 국문연구소도 만들도록 건의했다. 이런 인연과 정신으로 오늘 기독청년회 강당에서 뜻깊은 공청회를 열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면서 서울시가 추진하는 한글마루지 조성 사업이 성공하길 빈다.”고 했다.
주제 발표에 나선 송현 한글문화원장은 조선어학회사건추모탑을 왜 건립해야 하는지와 그 중요성에 대해서 설명했고, 허경무 서예가는 광화문 현판은 세종 때 훈민정음 글씨체로 만들어야 함을 설명했다. 그 밖에 중국 절강월수외대 유은종 교수, 김동진 헐버트기념사업회 회장, 임종건 전 서울경제신문 사장 들 여러분이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을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