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사계절이 몇 번씩 왔다갔다하는 곳이라 계절 감각을 잃고 사는지 오랩니다. 그도 아니
면 제가 계절을 느낄만큼 감수성이 예민하지 못한 탓일까요?
제가 오늘 이 자리에 또 뜬 것은 제 뜻이 아닙니다. 순전히 저를 이리도 찾아대시는 초리별 선생
님 때문이지요. 초리별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동면이냐 상사병이냐에 대해서 먼저 말씀드리자면,
저는 취미와 특기가 잠자기인만큼 계절을 가리지 않고 자는 사람입니다. 언제 어디서라도 머리
기댈 데만 있으면 누가 업어가도 모르고 (알아도 절대로 깨면 안 되겠죠, 아무도 안 업어가는
게 문제라면 문젭니다) 아주 자알 잘 수가 있습니다. 상사병에 걸리기엔 너무 둔하다는 게 문제
라서 그 또한 해당사항 없습니다. 상사병은 뭐 먹고 산대요, 저 같은 사람 안 잡아가고? 아무리
걸리려고 용 써봐도 안 됩디다. 저도 상사병같은 거나 콱 걸려서 꼬실꼬실 말라도 보고 그래서
어느 날 덩치가 몸매되는 좋은 세상 한 번 만나봤으면....
그나저나 저도 이름 바꾸려고 생각한지 한참 되었는데 뭐 마땅하게 생각나는 게 없네요. 나딸리
를 버리고 너털이라 할까봐요. 어릴 적 별명 중에서 고르려고 해도 순 심통이, 똥박사...그런
거 밖에 없어서리.
초리별 선생님의 수수께끼 중에서 난 첫번째 것밖에 못 맞추겠는데, 혹시 그거 젠장 아니에요?
아무나 못 맞추는 난해한 학술문제라는데, 저는 아마 난해한 학술문제에 강한가 보군요. 아직 정
답은 모르겠지만 거의 확신하는 중. 그리고, 개 중에서 제일 빠른 개....혹시 번개는 아니겠죠?
그렇다면 그건 너무 시대착오적인 수수께끼다, 초리별 선생님.
저도 수수께끼는 아니지만 그냥 들으면 옆구리 썰렁해지는 얘기 한 마디 하고 가겠습니다.
한참 떠들썩하던 삼행시도 한 풀 꺾인 어느 해 겨울이었습니다. 방학을 이용해 한국에 가 있었
던 저는 어디선가 고등어로 짓는 삼행시를 주워듣게 되었습죠 (다들 아시나? 참고로 적어보겠습
니다. 고- 고등어야 고등어야, 등- 등허리가 굽었구나, 어- 어 : 에이, 이걸 말로 않고 적으려
니까 맛이 안 살아나네요, 하여간.) 그 날 저녁 밥상머리에 둘러앉은 가족 앞에서 저는 신이 나
서 그 삼행시를 지껄였습니다. 다들 웃고 난린데, 저희 어머니만 진짜 썰렁하다는 듯이 안 웃고
계시는 거 있죠. 그러더니 저희 어머니 - 그게 뭐야? 원, 삼행시 나도 짓겠네 - 그러시는 거예
요. 그래서 제가 운을 떼어 드렸습니다. 고- 고등어야 고등어야, 등- 등허리가 굽었구나, 어- 어
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단다...... 그리고 나서 그거 말고도 또 있다고 한 말씀 더. 고- 고등어
야 고등어야, 등- 등허리가 굽었구나, 어- 어머니가 그렇게 낳아주셨단다..... 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