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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살면서......

이 세상에 살면서 가장 힘든 일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는 것입니다.
먼발치에서 바라만 볼 뿐 주고 싶은것을 전하지 못하고, 하고 싶은 말을 감추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사랑한다고 말하기가 울기보다 힘들고 그리워하는것이 잊기보다 더 괴롭습니다.
이 아픔을겪어 본 사람은 아마도 2월을 좋아할 것입니다.
2월은 사랑의 그리움을 품고도 3월을 향해 다가가지 못하는 달입니다.
자기의 부족함을 알기에 고통을 감내하면서 모든 기쁨은 3월에게 바치고 ,자신은 한쪽에 비켜 서서 그가 잘 되기를 바라고
그가 아름답게 피어나기를 바라는 슬픈 2월입니다.
3월은 2월의 이런 사랑의 아픔과 인내의 고통을 딛고 피어나지만 2월을 기억하지 않습니다.
자기의 아름다움을 뽐내면서 4월의 소식에 귀기울일뿐 2월을 향해서는 고개조차 돌리지 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2월을 꼭 닮은 것 같습니다. 하는 말보다 하지 못하는 말이 더 많고 보이는 표정보다 더 많은 표정을 숨기고 있으면서
그것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힘들어하는 우리들 이기 때문입니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이있듯이 우리 생각의 대부분은마음속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그 많은 긴장과 불안, 흔들림과 망설임, 스스로를 향한 그 끊임없는 질책과 연민 , 후회와 아쉬움......
남에게 오해 받으면서도 끝내 하지 않고 숨겨 둔 말이 얼마나 많습니까.
' 나는 이러는데 당신은 왜 그러냐'고 말하지 맙시다. '나는 웃고 있는데 당신은 왜 울고 있느냐'고 묻지 맙시다.
감추고 있는 것들을 드러내면 다 똑같고, 숨기고 있는것이 밝혀지면 그가 더 빛날 수도 있습니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마음의 문을 다 열고 살아가지 않습니다.
이런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오로지 서로 사랑하는 일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 입으로 하지 않는 말들을 들으면서
끝까지 믿고 기다리는 일입니다.
겨울이 깊다 는 생각이 들 때면 새벽 4시 반에 마을 앞을 지나가는 첫차를 어머니와 함께 기다리던 일이 생각납니다.
마을에서 제법 떨어진 강가 신작로의 겨울 새벽 바람은 유난히 차고 깊이 스며드는데 어떤 날은 한 시간도 넘게 버스를 기다립니다.
기온이 많이 떨어지면 밤새 엔진이 얼어붙는데 그것을 뜨거운 물이나 불로 녹여야 시동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 어머니 추우니 이제 그만 집에 들어가세요!'하고 어머니가 들고 계신 가방을 당겨 보지만 어머니는 끝내 가방을 놓지 않으십니다.
하얀 전조등을 앞세운 버스가 드디어 도착하고 문이 열리면 , 그제야 어머니는 가방을 건네 주시며 등을 떠밉니다.
'춥제. 빨리 올라가거라.'
그러나 정작 당신은 버스가 떠나도 집으로 들어가지 않으십니다. 버스가 한 굽이 두 굽이 세 굽이를 돌아가도 그대로 서 계십니다.
아니 언제까지나 그대로 서 계십니다. 이 겨울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것을 마음으로 보면서 그대로 서 계십니다.
이것이 사랑입니다.
한 직원이 연이틀 매운 추위가 계속되자 제천 산골에 계신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 아버지 많이 추우시죠. 건강은 어떠세요.'
' 여기는 괜챦다. 아무 걱정 마라. 거기가 더 추울거다 . 옷 따습게 입고 다녀라.'
영하 22도 추위 속에 계신 아버지가 거기에 반도 못 미치는 서울 추위를 걱정하십니다.
그곳에 딸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곳에 사랑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면 나의 고통은 감추고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찾아냅니다. 이것이 2월이 전하는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 아름다운 사람들의 밝은 이야기 '좋은생각' 2월호에서 옮김 글 정용철 (발행인)

예까지 옮기는데 40분이 채 안걸렸습니다. 대견합니다.
아직 3월이 다 가기전에 새겨두고 싶은 글이라 적습니다.
치 , 아마도 제가 2월생이라 뭔가 동했던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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