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수회때였다. 잿밥에 눈이 멀어서 어떻게 해서든 꼭 한 번... 굳이 B모씨라고 말은 안 하겠지만 하여간 그 누군가를 그것도 꼭 우연히 만난 것처럼 만날 방도를 궁리하느라고 나의 잔머리가 엄청 아팠던 적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CD를 몇 장 갖다놓은 강의실 밖 복도에서 노래를 듣다가 그 꿈을 이루게 되었다. 내가 정말 노래를 듣고싶어서 거기 앉아있었던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개념 없던 B씨는 몰랐겠지만,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이미 몇일전부터 그가 다니는 길을 눈여겨보고 시간을 따져가며 치밀한 물밑공략을 뻗쳤으면서도 겉으로는 정말 우연히 만난 양 깜짝 놀라며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치지 않았던가. 이거 정말 나한테 사기꾼 소질 있는 거 아냐? 하며 스스로도 약간 소름이 끼칠 뻔 했었다. 음... 뭐 이런 얘길 하려고 로그인한 건 아닌데 얘기가 좀 이상한 데로 흘렀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겠다. 우연히 그 날 저녁에 듣던 노래를 이 곳에서 듣다가, 또 이제 6회 연수가 막 시작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도 모르게 몸만 뺀 내 모든 것이 일년의 공백을 뛰어넘어 우이동 골짜기로 가 버렸다. 올해도 예년과 다름없이 행사준비에 바쁘셨음이, 또 연수가 끝날 때까지 불편함없이 돌봐주실 것임이 틀림없을 유국장님과 김한빛나리 선생님과 이수영 선생님외 학회와 연수원의 여러 분들께도 인사를 전한다. 교수님들께 인사 올리지 않고 갈 수는 없다. 특히 표준발음의 이현복 선생님께서는 공개하지 않으셔도 되는 시험점수까지 불러주셔서 개인적으로는 아직까지도 정신적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나, 그리고 표준발음 시간에는 선생님 목소리에 홀려서 강의 내용중에 특별히 기억나는 것은 없으나, 그래도 가장 생각난다. 가르쳐 줘봐야 기억 못하니까 그냥 넘어가자구... 하시던 남기심 선생님도 기억난다. 그 말씀이 선생님 식의 조크였는지 아니면 진심이었는지 아직도 난 그 생각을 하면 이마에 진땀이 난다. 이만열 선생님 강의시간에는 하시는 말씀 하나도 안 빼먹으려고 얼마나 열심히 필기를 했는지 아직도 그 노트만 들여다 보면 나는 너무 행복한 사람이 된다. 시험지에 쓰라는 건 안 쓰고 아첨하는 소리만 잔뜩 써 놓고 나왔던 백봉자 선생님 교수법 시간. 이호영 선생님의 한국어의 억양 시간에 배운 내용을 실습하는 데는 역시 김석득 선생님이 꼭 계셔야 한다. 시험지를 받는 순간 합격을 확신했던 조재수 선생님의 남북한 언어. 이런 말을 해서 왕따당하고 싶지는 않지만, 김계곤 선생님의 맞춤법 시간은 너무 재미있었고 시간 가는 게 아쉬웠다. 학교 다니면서 그렇게만 공부했으면 오늘날 나는 분명히 여기서 이러고있지 않았을거다. 2시간의 연강, 회장님 특강에 대해서는 감히 뭐라고 붙일 말이 없다. 모쪼록 올해 연수에 가신 분들도 열심히 강의 들으시고 기억에서 없어지지 않을 좋은 추억들을 억수로 많이 만들어 오시기 바란다. 식당의 숭늉과 매실즙도, 숙소 가는 길가의 능소화도, 화장실 문에 붙어있던 싯구들도, 숙소 목욕탕의 비놀리아 비누까지도 생각이 난다. 아침마다 열심히 찍어바르고 칠하고 나와도 강의실까지 걸어가는 길에 땀으로 번들번들해지던 그 후끈한 더위도, 저녁에 어두운 세탁실로 빨래하러 가면서 겁내던 일도, 반팔 차림으로 강의실에 들어가 있으면 그 엄청난 냉방에 소름이 끼쳤던 일도. 시험보는 날이 되면 쉬는 시간에 강의실에서 나오지도 않고 고개를 박고 뭔가 읽고 쓰던 작년의 그 사람들은 다 어떻게 지내고들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