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순이 조 선생님,
유월이도 잘 어울린다!
어느 마당극에 나오는, 아니면 고전 드라마 같은 데에서 유월이를 만난 기분...
반갑구먼...
근데 그 쪽 집안에 초리별인가 뭔가 하는 사람 살아 있나요?
어떻게 하면 다시 끌어낼 수 있을지....
이 곳은 한 해살이 마당이 아닌데 말이야.
아무튼 조 선생님 매우 반갑습니다.
무엇보다도 '할 일 제끼고 한마당에 빠져버린 유월이'이란 말이 마음에 쏘옥 듭니다.
그렇게 빠져야 하는데...
그 창씨 개명한 사람 사업 제대로 안 될 겁니다.
왜냐! 자신을 속였으니까....
자신을 속인 사람의 물건이 무슨 믿음이 가겠습니까?
통역하느라 고생 좀 했겠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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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응의 몸짓, 살아 남기. 막내에게 - 유월이 ┼
│ 막내야. 네가 나를 언니라 부르면 나는 막 나간다. 그래도 괜찮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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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무척 반가웠어... 순간 순간 생각나고 지우고, 기억의 파편으로
│ 서둘러 화석화 되려나 걱정스러우면서도 아무 행동도 못하고 있었는데...
│ 정말이지 너무 고맙다... 네가 시작해 준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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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월이... 왜냐하면 내 이름 윤희를 여기 애들에게 아무리 말 해도 기억을 못하거든... 열 번 만나서 열 번 얘기해 줘도 열 번 잊어버려... 그쪽 사정도 비슷하지?
│ 그런데 윤희를 빨리 발음하면 유니처럼 들리고 그게 이곳 유월(Juni)이란 발음하고 똑같애... 그래서 여기 아이들한테 내 이름 얘기하려면 칠월도 아니고 오월도 아닌 유월이라고 말하지.. 그래도 몇 놈이나 기억하는지... 적응의 몸짓이랄까 살아남아보려는, 인정받아보려는 노력이랄까. 그래서 향단이 등등의 이름과 비슷한 유월이가 됐다. ... 그렇다고 뭐 그리 서러워하는건 아니고... 그런 시기는 버--얼써 지났지... 여경. 우리 한빛나리 선생님 한국에 사시길 다행이다.. 이곳에 사셨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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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은 자기 정체성과 얼마나 연관이 있는건지... 얼마 전. 한국 중소기업들이 이곳에 와 이곳 기업들과 사업 상담회를 했다. 통역으로 나갔는데 내가 맡은 한국 중소 기업 사장은 이곳 사람들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존 콜린스라고 하더라. 멀쩡한 제 이름 놔두고... 빨리 기억 해야 필요할 때 쉽게 연결 될 수 있다고... 정말 그럴까? 이름 정도는 기억 해 주는 수고를 하는 사람들과 사업을 하는게 길게 보아서 더 나은 것은 아닐까? 일제 식민지 때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창씨 개명에 반대했는데 이제는 스스로 즐거이 개명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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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경. 네 글에 뭍어 있는 외로움을 보며, 우리가 지난 여름 왜 그렇게 살아 있을 수 있었는지..
│ 다시 생각하게 된다.
│ 80년대를 살아 남은 우리들이 이제 또 막막 외국에서 살아남으려고.... 살아야 되서....
│ 살아남은 자는 슬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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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 남은 자의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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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르톨트 브레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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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 남았다. 그러나 지난 밤 꿈속에서
│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강한 자는 살아 남는다.'
│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1994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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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친구들이란 2차대전 와중 여기 저기 흩어진 친구들 중에 모스크바에서 병으로 죽은 슈테핀, 스페인 국경에서 나치가 쫒아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자살한 발터 벤야민, 베를린 시대의 영화감독 칼 코흐 등등을 말한다고 한다. 브레히트는 미국에 망명중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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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시들을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글쎄... 나도 아름다운 시들을 더 좋아한다... 그런데 이런 시에 묻어있는 절박함과 삶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구나... 이런 분들의 삶에 비하면 아주 안온한(정말 우리 삶은 그리도 안온한 걸까?) 내 삶에 스스로 전기 충격이라도 가하려는 듯. 나의 살아남으려는 발버둥에 한 박자 휴지기를 주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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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경. 나도 반가운 김에 주저리 주저리 많이도 썼다. 내가 우리 빅토, 은진이, 올가, 유정이 잘 꼬셔서 이곳 들어오게 해 볼테니 너도 혜원언니, 미호씨, 기정이 ... 잘 꼬셔봐...
│ 그럼 좋은 하루가 되길. 취리히에서 드디어 할 일 제끼고 한마당에 빠져버린 유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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