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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눈깨비가 오는날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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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에서 내려다 보이는 세상은 참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올려다볼 더 높은 곳은 없고 그저 눈을 내리깔고 바라보면 보이는 세상이 있을 것 같으니까요..
그리고 그 곳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가고 싶은 곳은 언제든지 눈만 옮기면 될 것 같으니까요...
그런데 이 곳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산이 너무 높아서 사방이 꽉 꽉 막혀 있으니까요...
가끔 인터넷으로 세상 구경을 나갑니다.
보고 싶은 얼굴들이 그곳에 있고 맡고 싶은 냄새들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지요...
밖에는 비가 내립니다.
이 곳은 지금 우기가 되었습니다...
아마 산에는 눈이 내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내일 아침에는 멀리 있던 산들이 더욱 가까이 다가 오겠군요...
문득 문득 창 밖을 내다보면 보이는 얼굴들이 있습니다.
그리움이 마음속에 추억의 그림들을 그리는가 봅니다.
내일 아침 산들이 나에게 달려오듯이
보고픈 님들의 얼굴이 나의 마음에 달려오면 좋겠습니다.
얼마전에 귀 빠진날을 기념했습니다.
촛대 하나를 더 꽂는데 왜 어머니의 얼굴이 그 곳에서 보이는지 모르겠습니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이 이렇게 마음에 빈 공간을 더 크게 하는 것이라면...
그래서 인생의 중년은 더욱 바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채워야 할 것이 많아서...

밤이 늦었는데 공연한 말을 주렁 주렁 늘어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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