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난 마음 찡한 하루를 보냈다.
8 년 전이다. 이곳 NZ 마타마타로 이민 오자마자, IMF와 함께 된서리를 맡고 다시금 찾은 일이 유치원 일이다.
배운 도둑질이(?) 그것 밖에 없기에 자원 봉사를 시작으로 동네 유치원에 나가기 시작했다.
영어? 정말 '감사하다'는 말 밖에는 못할 정도였다.
마음의 준비도 없이 급하게 오느라 영어공부를 하나도 못 하고 왔다.
그래서 유치원에서 그 본토발음으로 'A'를 가져오라고 하면 'Z'를 가져다 줄 정도로 엉망이었는데...
어디가나 성실은 통하는지... 몇 개월 열심히 봉사했더니 파트타임 일을 준다.(이 당시 헤밀턴에서 이민 온지 1 년이 조금 지나 전문 직업을 가진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우리는 시골(?) 마타마타를 벗어나 헤밀턴이란 도시로(?)이사를 한다.
거기는 뉴질랜드에서 4 번째로 큰 도시로 제법 교육 도시답게 모든게 안정되어 있는 곳이다.
가자마자 시작한 영어공부....ESOL 이라고... 아줌마들이 영어 기초를 배우는데... 일년을 해도 도통 변화가 없다.
또 다시 유치원의 자원봉사를 나갔다.
영어 배운것 실습도 하고 NZ 유치원은 우리나라와 어떻게 다른가 알아보려고 다녔다.
그게 6 년 전 이즈음인데...
그때 처음 만났던 자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이렇게 서두가 길다...
이날도 어김없이 학교를 파하고 유치원으로 향했다.
유난히 눈이 크고 블론디 머리색이 빛나는 예쁜 여자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으앙~~~~~~~~~~~~~~유치원이 떠나갈 듯 울어대는 로렌...
주위를 아무리 살펴봐도 나 밖에 없다. 두리번 두리번...
'그럼 뭐야. 내가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얘는 나보고 그냥 우는거야? 어쩌라구...' 난감했다.
일단 자리를 피하고 돌아서니, 그 힘차게 울던 여자아이 울음이 뚝!
'어? 진짜네... 나 때문이었네...' 이때의 심정이란... 으으윽...
다음 날, 다시 로렌과 마주친 내 눈. 또 으으으앙ㅇㅇㅇㅇ~~~~~~~
어제보다 더 자지러지는, 눈이 큰, 너무나 예쁜 로렌...
흐으윽... 내가 더 울고 싶었다.
'야, 난 생긴게 이렇게 노란데...어쩌라구...왜 자꾸 나만 보면 우는거야... 그럼 나도 운다...' 그때 난 속으로 정말 울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찾아낸 방법이 눈길을 피하는 길이었나 보다.
너무나 참혹한 현실앞에... 왜 난 피부색이 노랗고 눈동자는 검은지 생각 할 겨를도 없이 로렌과의 눈 싸움은(?) 근 한 달간 치열하게 진행되었다.
그 후 로렌과 난 자원봉사 교사와 제자지만, 절대 눈을 맞추지 않는 그런 관계로 한 달간의 치열한 눈 싸움(?)속에 하루하루를 보낸다. 난 문 뒤에서 바라만 보다... 그러다 눈이 마주칠 낌새면 '흐흠' 헛기침으로 모르는 척 고개 돌리기를 수십 번.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인 로렌을 그저 멀리서 아는 척할 수 밖에...
로렌 말고도 처음에 내가 아무 행동도 안 보였는데도 그냥 우는아이...슬프지만 종종 있었다...(이때도 마음이 많이 아팠었나 보다...)
물론 지금은 절대 아니다. 감사하게도 내가 없으면 아이들이 우는 처지가 되었다.그 때나 지금이나 내 모습은 변한게 하나도 없는데...
그러던 어느날...드디어 로렌이 나의 시야에 잡히게 된다.
'어? 로렌이 안 우네... 날 보았는데도... 난 파란 눈이 아닌 검정 눈인데... 한 달 사이에 피부색이 바뀔리 더더욱 만무했고....'
신기했다. 이제 두 돌이 막 지난, 너무나 이쁘고 진짜 인형같은 로렌이 날 바라보고 울지를 않는 것이다. 그렇게 빽~빽 소리 지르며 울던 로렌이...
어라!...가끔 알지 못할 작은 미소까지 머금네...
'이제 됐다. 넌 내 손안에 있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그 동안 가까와지려고 온갖 아양(?)을 다 떨던걸 생각하며 박수를 쳤다.’으흐흐..드디어 웃었지...이제 넌 내 밥이다. 아무리 영어가 안돼도.. 얌마, 내가 교사 경력이 얼마인데... 너 하나쯤이야...'
드디어 작전계시 제 2 단계.
난 로렌이 울음을 멈춘 것에서 끝내지 않았다.
비록 한 달간 피나는 눈 싸움(?)은 했지만 이제 그 보답이 있어야 할게 아닌가...
조용한 아이라 말도 잘 안하는 로렌, 영어로 말도 잘 못하는 나.
우리 둘은 그렇게 통했나보다....
난 이제 일 단계 통과를 보았으니 아양(?)이 아닌 동서고금을 넘어선 사랑의 마음이 전달되기를 바라며 로렌에게 슬금슬금 접근하게 된다.
다른 아이들보다 나랑 친해지는데 몇 곱절 더 애를 먹였으니... 가까워지면 몇 곱절 더 친해져야 하는거 아니냐는 내가 만든 논리에 맞추느라 우리 둘은 열심히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책 읽어주기, 퍼즐 맞추기, 그림 그리기, 역할 놀이,바깥 놀이등 수 많은 다양한 활동을 함께하며 난 로렌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물론 친절하고 사랑스럽게 말이다.
NZ는 우리나라 수업과 많이 다르다.물론 교육의 근본은 같다. 아이들도 같다...다만 언어와 피부색이 다를뿐...
똑같이 개구쟁이는 개구쟁이고 말썽쟁이는 말쩡쟁이다.
좋은 점은 아이들 대비 교사의 인원수가 많이 차이난다.
3, 4 세는 교사 한 명이 8 명을, 그 밑으로는 4 명의 아이들을 한 명의 교사가 맡는다.
전체 100 여명 중 하루에 오는 총 인원이 45 명이 조금 넘는 우리 유치원도 풀타임 교사가 열 두명이다. 어느 시간엔 아이보다 교사가 더 많다. ㅎㅎㅎ
만 5 세가 되는 자기 생일날에 초등학교를 가는 이곳의 학제에 따라 유치원은 3, 4세 아이들로 이루어져 있다.
내가 근무하는 우리나라 어린이집에 해당하는 데이케어쎈타는 아주 어린아이부터 올 수 있다. 맞벌이 부부를 위해서...
이렇게 한국과는 다른 일대일 수업이 가능한 상황이기에 난 로렌을 내편으로 만드는데 드디어 성공하게 된다.
'지가 별 수 있나, 아무리 내가 너와 다르게 생겼어도, 얌마 난 엄마고 노련한 교사야. 까불고 있어. 흥!'
이렇게 몇 달이 지나 승리의 노래를 부를때 쯤 로렌 엄마의 배가 쏙 들어갔다.
'어찌된거지? 그럼 둘째가 탄생한건가? 으음... 그럼 더 나랑 가까워 질 수 있겠네... 동생한테 아무래도 치이지 않겠어? 우하하하...'
그리고 이듬해...
내가 자원봉사가 아닌 정식으로 교사가 되고 나서 로렌은 나에게만 와야 아침에 엄마와 떨어지는, 정말 기분좋게 이쁜 그런 제자가 돼 있었다.
참고로 이곳은 모든 부모가 아침에 아이들을 데려오고 반드시 싸인을 하고 아이들을 교사에게 맡기고 간다. 갈 때도 마찬가지다.
절대로 교사 모르게 아이들을 혼자 그냥 두고가지 않는다. 법이다. 정해논 법이 아닌 누구나 자연스럽게 지켜지는 법.
이렇게 로렌에게 있어서 말도 어눌한 내가 자기한테 최고인 교사 대접을 받을 즈음... 드디어 동생이 들어오는데...
210.55.227.204 천사: 한마당에 한참동안 글이 올라오지 않으면... 웬지 기다려지는 습관이 들었어요.
그러다 한국학교 이야기만 주로 올렸는데... 오늘은 로렌과 켈시가 유치원에 다녀갔어요.
가끔씩 졸업한 아이들이 보고싶다며 방문해서 눈도장 찍고 가는데...
오늘은 웬지 샘들과 이 얘기를 나누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적었는데... 그만 길다고 짤렸어요.
나머지도 다시 올려야 하는데... 잠시후에 만나요...
-[2005/05/03-20:18]-
80.219.53.220 유월이: 좋으네요. 참..
천사님 얼굴은 모르지만 어떤 분일지 연상이 되네요...
부탁하신 우리 학교 행사 일정 좀 더 시간날 때 들어와서 자세히 써 드리지요.
일단 제가 써 놓았던 행사 중 터키 학교 초대 장구 반 연주 하고 왔지요.. 성공리에...
터키 애들 저희들 행사 땐 떠들고 어수선하고 그러다가 우리가 연주할 때 쥐 죽은 듯 조용.. 박수 엄청 치고... 얼니 아이 장구 반이 한복 입고 휘모리 초급 치고 일어나서 가벼운 율동과 함께 군밤 타령 부르고 큰 장구 반과 어른 사물놀이 팀은 뒤에서 배경음악으로 같이 불러 주고 작은 아이들 퇴장 후 본격 적으로 큰 아이들과 어른 합동 사물놀이 한마당...
크아.... 죽여 줬지요... 우리가 더 신났다니깐....
다른 계획들 다음에 써 드릴께요..
-[2005/05/05-06:21]-
210.55.227.204 천사: 유월이 선배님. 먼저 감사합니다.(꾸벅 이쁘게 절하고.^*^)
부족한 글 좋게 봐주신것 고맙습니다. 실은 이글을 올리면서 괜한 짓하나 걱정하며 썼는데... 샘의 동기며 저의 든든한 후원자 형님 되시는 계춘숙 오클랜드 교장샘이 저에게 유치원 교사는 천직같다며 올리자마자 소감을 바로 보내셨더라구요.
아직 답장도 못드렸는데... 그때도 많이 감사했거든요.이렇게 용기 주시는 샘들이 계셔서 부끄러운 글을 써놓고도 힘이나나 봅니다.
이러다 한마당이 심심하다고 뉴질랜드 유치원 이야기 자꾸 올리면 어쩌죠? ㅎㅎㅎ
정말 자랑스러운 스위스 한국학교 사물놀이 한마당입니다.
우리가 더 신났다는말. 누구보다 잘 알지요. 실은 우리도 그랬거든요.
누가(?) 주인공인지 햇갈렸던 민속 전통놀이 행사를 지난텀 마치면서 했답니다.
아무튼 다른 나라에서 우리만의 것으로 행사 분위기를 꽉 잡으셨을 생각하니 안 봤지만 절로 어깨가 으쓱해집니다. 꼭 제 얘기 같거든요.ㅎㅎㅎ
감사드려요. 소식 전해주셔서...
다음에 다른계획들 주신다는것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들어갑니다.
참, 제 사 -[2005/05/05-19:07]-
210.55.227.204 천사: 참, 제 사진이요. 챙피하게도 한빛나리샘이 잔뜩 사진실에 올려놓았어요.
3 월에 한글학회를 방문하고 왔거든요. 그 때 사진들이요...
샘 사진도 언제 올려주세요. 기다립니다. -[2005/05/05-19:08]-
68.237.42.78 김별찬: 나의 꿈 말하기 대회 뒷처리와 운동회 준비로 또 정신없는 한 주를 보내느라 며칠 뜸했더니 그사이 선배님 글이...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2005/05/08-12:25]-
201.129.59.5 유예찬: 아직 2편을 읽지 못했는데,,,,참 가슴아프기도 하고, 통쾌하기도 한 이야기네요.
마저 읽으려 갑니다~~~~ -[2005/05/09-1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