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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도그와 떡볶이

지난 텍사스 전국 학술대회 때 저는 장욱진 화백의 생애와 그림이 담긴 책(영어판)을 하나 선물받았습니다. 15살의 어여쁜 소녀한테서... 현재 실리콘 밸리 한국학교에 재학중인 10학년 강지아학생인데 '미전국 나의 꿈 말하기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텍사스에 왔었지요. 참가학생 모두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였지만 개인적으로 이 학생의 발표에 더 많은 감동과 기쁨을 느꼈습니다.
너무 소중한 보석을 발견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이 학생의 꿈은 한국 예술가의 삶과 작품, 한국의 역사를 영어로 번역, 발표하여 세계, 특히 미국인에게 한국인의 진가를 보여주고 싶은 것이랍니다. 제가 선물받은 책은 바로 이 여학생이 번역한 책 중의 하나입니다. 학술대회에서 돌아오자마자 이 책을 읽었고, 미국에서 태어난 학생으로서 한국역사, 어려운 어휘들을 잘 표현한 그 실력과 노력, 마음에 감동을 받아 책을 다 읽고 나서 한참을 책을 꼭 껴안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30년이상을 산 저보다 한국을 더 잘 알고, 사랑한다는 생각이 들며 글을 쓰는 지금도 마음에 감동이 밀려옵니다.

그 감동이 지아에게 메일을 띄우게 했고, 곧 지아에게 답장이 왔습니다. 전 또 한 번 놀랐지요. 마치 한국에 있는 친구한테서 온 메일을 읽는 것 같은 수려한 한국어 실력에 말입니다. 자연스런 표현, 맞춤법, 편지 양식 등 어느 것 하나 부족함없는 완벽함... 나중에 알았는데 한글 타이핑 실력도 상당하다고 하더군요. 물론 이 학생의 한국말 발표 실력은 한국에서 태어나서 자란 학생들과 전혀 차이가 나지 않는 완벽한 발음, 억양이었습니다. 게다가 어른에 대한 공손함, 몸에 밴 예절....
뉴욕과는 멀리 떨어진 서쪽 끝에 살고 있는 지아가 저를 참 많이 행복하게 해주었습니다.
지아의 꿈이 무럭무럭 자라고 더욱 큰 열매를 맺을 때, 외국인들의 마음에 한국을 키워줄 것이고, 해외에 있는 한국인들의 마음에도 포근하면서도 당당한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을 믿습니다....

제가 받았던 감동을 같이 느끼고 싶어 나의 꿈 말하기 대회에서 발표한 강지아 학생의 원고를 옮겨 봅니다. 각 선생님들이 계신 곳에서도 제 2, 제 3의 강지아 학생이 배출되길 꿈꾸면서 말입니다.


******** 태평양 문화다리 놓으며 ********

강 지 아 (실리콘밸리 한국학교 10학년)

저는 얼마전에 참 이상한 꿈을 꾸었습니다. 핫도그를 맛있게 먹으면서, 이제 겨우 열다섯 살인 제가 운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사는 캘리포니아에서 출발했는데 어느새 서울에 도착해 떡볶이를 샀습니다. 한 손에는 핫도그, 다른 손에는 떡볶이를 들고 신나게 거리를 누비고 다니다 잠에서 깨었습니다.

꿈에는 사람의 '바램'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그 날 밤의 꿈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핫도그와 떡볶이가 먹고 싶거나, 얼른 운전 면허증을 따서 자유롭게 다니고 싶은 마음일까요? 얼핏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더 깊은 뜻이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요?

저는 미국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그러나 어렸을 때부터 미국 문화보다는 한국 문화에 더 관심이 많았습니다. 김밥을 햄버거보다 좋아하고 <태조 왕건> 을 'The Simpsons'보다 좋아했던 저. 작년에 미국에서 상영된 한국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를 보며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미국 친구들이 한국 제작자들의 창조성과 배우들의 연기력에 감탄하는 것을 보고 저는 한국의 딸이라는 사실에 더욱 긍지를 느꼈습니다.

또한, 저는 미국도 사랑합니다. 공중도덕도 잘 지키고, 모르는 사람에게도 친절한 미국인들한테선 배울 점이 아주 많습니다. 특히, 지난 여름 제가 한국 홀트 양자회에서 자원봉사를 할 때 한국 사람들이 저버린 불구 어린이 다섯 명을 미국 백인 부부들이 입양해 가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들 부부에게 깊은 존경심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이 9/11 참사 이후 이라크, 이란과 더불어 북한을 'Axis fo Evil' 즉,
악의 축이라 한 다음부터는 막연하게 불안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저에게
'넌 남한에서 왔니? 북한에서 왔니?' 라고 묻기도 합니다. 미국과 북한은 외교 관계도 없는지라 처음에는 그런 질문이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남한 사람과 북한 사람은 같은 민족이니 그런 질문을 할 수도 있겠다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만약에 미국과 북한 사이에 전쟁이라도 난다면, 미국에 사는 많은 아랍계 사람들이 오해를 받고 있는 것 처럼,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물론 재미동포들도 오해로 인한 큰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일은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방지하는 제일 좋은 길은 무엇일까요?
진정한 문화교류가 아니겠습니까?

한국과 미국사이에 튼튼한 문화다리를 만드는 일은 이제 저 같은 2세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난 여름 여름방학 내내 장욱진, 김종학 등 한국의 유명한 화백님들에 대한 글을 영어로 번역했습니다. 생각보다 힘들었지만, 미국과 전 세계에 한국의 정서와 문화를 알리고 싶은 생각으로 어려움을 참아내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한국 예술가의 삶과 작품, 그리고 한국의 뿌리 깊은 역사를 영어로 발표해 전 세계, 특히 미국인들에게 한국인의 진가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우리는 자기 동족을 굶겨 죽이고 핵무기로 남을 해치려는 야만 민족이 아니라 예술과 정의를 사랑하는 민족임을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한국과 미국은 둘 다 저의 조국입니다. 저는 한민족의 핏줄을 이어받은 딸, 미국이 기른 아이입니다. 이제 자동차로 한국과 미국을 왔다갔다한 그 날 밤 꿈의 진정한 의미를 알았습니다. 그건 바로 한국과 미국의 문화를 연결하고 싶어하는 제 장래의 소망을 상징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저는 한국과 미국을 연결하는 문화의 탄탄대로를 쌓기 위해 더욱 정진하겠다고 여러분들께 약속드립니다.








68.237.97.142 김별찬: 원고 내용 중에 <태조왕건> 을 'The Simpsons'보다 좋아했던 저.
이렇게 적었는데 이상하게 가 안뜹니다. 수정도 안되고... 참고하시길... -[2005/08/10-12:37]-

62.57.143.14 꼬레아노: 뵌적은 없지만 제 8회 선배님이라 낯설거나 어색한 느낌없이 인사드립니다.무엇보다 저의 연애 성공을 축하해 주셔서 감사하구요,김지아 양이 쓴 글을 읽으면서 '경쟁심'이랄까...^^저희 바르셀로나 한글 학교 학생들의 한국어 수준 향상을 위해 더욱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8회 선배님을 알게되어 정말 기쁜... -[2005/08/10-23:01]-

24.86.129.194 향기로운 보석: 너무나 감동적이여서 댓글을 안 달 수가 없네요. 어쩌면 그렇게 기특한 아이가 있을까 아주 많이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저도 캐나다 벤쿠버에 있으니까 비슷한 환경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 아이들에게 한국 드라마 비디오도 많이 보여줘야 할 것 같네요. 문장력과 내용 모두 수준급입니다. 계속 정진하라고 꼭 좀 전해 주세요. 세계 곳곳의 한국어 선생님들이 격려를 보내고 있다고요.
그리고 이왕 댓글 쓰는 김에 막 졸업하신 9회 선생님들 축하드리고 환영합니다. 저는 7회 이향옥입니다. 모두 한 배를 탄 동질감에 그저 친밀해질수 있고 많은 정보 교환할 수 있어서 반갑고 감사하답니다. -[2005/08/11-09:47]-


210.221.113.124 젊은오빠: 실리콘밸리 한국학교라면 이번에 연수를 마친 윤영란 선생님께서 계신 곳이지요.
제3회 때 장은영 선생님도 다녀 가셨구요...
김별찬 선생님, ' <태조왕건> 을 보다 좋아했던.....'을 바로잡아 놓았습니다. 아마 '<' 이 기호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로 바꾸어 놓았어요.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이지만 그토록 한국을 사랑하고 미국을 잊지 않는 정신에
놀랐고, 또한 자랑스럽습니다.
'김밥'과 '떡볶이'를 '햄버거'나 '핫도그'보다 더 좋아하지만 결코 '햄버거'나 '핫도그'를 싫어하지 않는, 두 문화의 연결고리가 되고자 하는 의지에 깊은 애정이 갑니다.
별찬 선생님, 고맙습니다. 좋은 소식과 훌륭한 글을 주셔서... -[2005/08/11-14:37]-


68.237.116.9 김별찬: 와... 젊은 오빠 중심으로 7,8,9회가 함께 하니 너무너무 좋습니다.
네, 윤영란 선생님 계신 학교구요. 3회 장은영 선생님도 누리집에 자주 오셨음 싶네요. 우리 젊은 오빠님은 그 많은 연수생 다 기억하시느라 머리가 하얘지시지는 않았는지.... 아마 여러 선생님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서 더 젊어지시겠다는 생각!
아이디도 '꼬레아노'로 짓고 한국사랑을 나타낸 예쁜 후배님, 저도 전혀 어색하거나 낯설지 않습니다. 이것이 한글학회 연수생들의 특징이지요. 계속 만나며 더 정겹게 지내기로 해요. 연애할 때도 행복하지만 결혼하고 나면 더 행복하답니다. 그 기대감으로 더욱 행복하시길...
향기로운 보석 선배님, 오랜만입니다. 선생님의 댓글과 격려로 지아가 힘이 많이 날 것입니다. 뵙지 못했지만 선배님 글만 보아도 너무 든든하답니다. 제글에 댓글 다실 때마다 선배님의 따뜻한 가슴을 느낀답니다. 감사합니다. 벤쿠버는 여전히 아름답지요? 뉴욕은 무지무지 덥습니다.
모두모두 건강하시길 빕니다. -[2005/08/12-01:37]-

151.46.130.174 김쌤: 선배님 반갑습니다 일일이 후배들을 챙겨 주시니 정말 감사 합니다
밀라노는 벌써 가을 입니다 때이른 가을 하늘 선배님께 제일 먼저 보냅니다
건강하시고요 행복 하세요 -[2005/08/13-14:43]-

200.48.92.48 무늬만여우공주: 별찬샘님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셨죠?

저 학생......대단한 학생이네요. 정말 놀라워요.

저런 꿈을 가진 학생이 많이 나와야겠어요. 우리 한글학교 선생님들의 활약이 그만큼 더 들어야 되겠지만요. 그죠.

암튼 존경스러운 우리 별찬샘님~ 화이팅입니다. ^^* -[2005/08/24-15:42]-

194.237.142.21 박솔미: 언니, 감동스러운 글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런 꿈을 가진 한국 학생들이 미국뿐만아니라 세계각국에서 많이 나오기를 바래요. 언니 바쁘게 잘 지내시는것 같아 마음이 훈훈합니다. 건강하시구요! -[2005/09/06-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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