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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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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나 우리 모두는 봄비......그럼 파릇파릇 신선한 느낌부터 다가온다.

지금 페루는 봄이다.

이 사막땅에 봄은 오니까 오래 살다보니 봄을 찾을 수 있게 된다. 나만이 봄을 찾는 방법을 일러주면 다들 놀라워한다.

어디나 똑같은 풍경 하나도 안변하는 주위에.....난 나무들이 연한 연두빛 잎사귀들을 조심스레 여기저기 내밀고 있는 걸 발견한다. 그건 봄에만 있는 현상이다.

어느 나무나 아주 연한 순을 내보내고 있다.

길을 가다 내가 그런 걸 말해주면 다들 감탄한다.

와...정말 그렇네요. 연두색 잎이 저렇게 나는군요.

교회 밥당번으로 대박냈다. 잡채도 미역국도 김치도 너무 맛있다구 칭찬을 엄청 듣고 기분이 마냥 붕 떠 피곤한지도 모르고 있었다.

한국에서 파견의사로 나와있는 신혼 부부가 있는데 몇 주 전부터 예약된 집들이를 한다고 저녁 초대를 했다.

이제 막 아가를 낳아서 뭔가 선물을 들고 가야하는데.......우리 집 앞에 있는 슈퍼마켓은 정초에 불이 나서 모두 대피소동까지 벌이게 하드니 아직까지 공사중이다. 담 정초에나 열 수 있을래나 모르게따.

그래서 근처 약국에서 기저귀를 사다주기로 했다. 같이 초대받은 허선생과 조선생 막내 은희 그 친구 유화...모두 길을 나섰는데......

이 사막땅 리마에 봄비가 촉촉히 오다못해 길에 물이 흐른다.

십년째 사는 리마에 이런 일은 처음이다. 봄비가 이렇게 많이도 내리다니.

이 리마에 이렇게 오는 비는 폭우라고 한다. ㅎㅎㅎ 겨우 한국에서야 가랑비라고 하겠지만 말이다. 그 높은 안데스 산맥을 지나온 비가 이 정도면 저 안데스 너머 아마존에선 엄청난 폭우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 비를 맞으며 세블럭을 걸어 기저귀를 사서 택시를 탔는데.....앞유리창 요란하게 와이퍼가 빗물을 닦아낸다. 세상에.....놀라울 따름이다. 이 리마에 비가 이케 오다니.

신혼부부의 집은 달콤하다.

난 그런 시절이 없었기에 더욱 부럽다. 예쁜 가구와 새집 냄새 가득한 아기자기한 풍경이 너무 따스하다.

새댁답지않게 잡지책에 나올만한 (거의 음식못하는 이들이 잡지책 요리베끼듯) 음식들을 정성스럽게 내왔는데......의외로 생각보다 음식 간이 잘 맞아 맛있었다. 기대보다 잘된 것은 늘 사람을 기분좋게 한다.

직접 구웠다는 치즈케잌도 맛있었고, 아무래도 맛보다는 모양을 우선 순위에 둔 듯한 음식들도 신혼 냄새 나는 것 같아 즐겁다.

한참 수다 떨고 나오는데.......아직 내리는 봄비.(그래봤자 가랑비지만....)

뭔일이래.....이 사막에.

저 산간지역에는 홍수나는거 아냐? 은근히 걱정된다.

바람불고 비오고 춥지만......그냥 이 리마에 비가 온다는 것 자체가 즐겁다.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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