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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내기 - 무늬만여우공주 ┼
│ 아직 그 친구는 우리 카페 우리들 앨범에서 아이를 안고 있네요. 아마도 저 시기쯤 뱃속엔 암이 자라고 있을 시기였을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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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 먹어 아이를 낳아서 그런지 너무 힘들다고 했드랬어요. 친구 하나가 너무도 예뻤던 친구의 안색이 안좋아 주름이 많다고 놀리는 바람에 6개월 홧김에 잠수를 탔던 시기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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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자기 미운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했던 친구에요. 그래도 난 무시하고 그냥 병실을 확확 열고 들어갔죠. 내가 뭐 한국 사는 지지배들도 아니고, 한 번 와서 볼래면 을매나 먼데. 그럼서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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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엔 피 토하는 모습, 흉해져가는 모습 보여주기 싫다고 설레설레 손을 흔들고 머리 흔들다가도 내 손을 잡고 가라고 해서 미안하다고 금방 사과하는 친구였죠. 막판에 너무 흉해졌다고 끝내 자기 죽거든 오라는 유언까지 해서.. 그 뒤론 그냥 병실 문만 보고 온 적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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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이 우리 엄마네서 가까웠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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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나와 대화를 나눈 날은 병간하던 친정엄마가 너무 피곤해서 주무신다고 했어요. 내가 간 걸 무지 환영하며 주무시더라구요. 잘왔다. 나좀 자자. 그러면서 이내 코를 곯았죠. 사실 그 날은 나도 바로 눈인사만 하고 나오려다가 두 세시간 잡혀 있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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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친구가 그러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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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 하나만, 딱 하나만 놓으면 죽는다는 걸 알겠어. 근데 그걸 놓는다는 게 참 힘들더라. 이렇게까지 살고 있는 날 보며 넌 무슨 생각을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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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어려운 질문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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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넌 내가 어떻게 살길 바라는건데? 네가 그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와서 생각해 보니 내가 어떻게 사는 게 좋을 것 같은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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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가지 방법이 있대요. 물었죠. 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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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째, 용서하며 살아라. 너를 희생하며. 사는 거 별거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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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그게 쉽니? 넌 쉬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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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질문에 그 친구 웃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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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어렵지. 그게 안되면 너만 위해서 살아. 너만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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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운 말이었죠. 이거나 저거나 참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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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곤 이주 째 아무 것도 못먹고 피만 게워내던 그 친구 소원이 하나 있대요. 레몬에이드 그게 먹고 싶대요. 얼음을 꽉 재운 시원한 레몬에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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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레몬에이드 좋아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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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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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왜 그게 갑자기 먹고 싶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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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그거 마시면 속이 다 시원해질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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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친구 배를 봤죠. 복수로 임신 8개월은 되어 보이고 바짝 마른 몸. 산소 호흡줄을 콧구멍에 끼우고 있었어요. 물 한 모금 마시지도 못하는 게 그게 먹고싶다니까 너무 맘이 아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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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지지배야. 레몬에이드가 뭐가 맛있냐? 시고 떨떠름하고 맛 드릅게 없어. 세상에서 젤루 맛없는 게 그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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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퉁명스레 말했죠. 그 친구 날 째려보드니 한 마디 뱉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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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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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콧구멍엔 줄 두개를 끼고 평소의 욕쟁이다운 모습으로 욕을 하는 거에요. ㅎㅎㅎ
│ 아구. 난 너무 웃겨서 배꼽이 빠져라 웃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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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곤 그 친구가 피를 두세컵 토하더라요. 지도 놀래고 나도 놀래고. 그리곤 부끄러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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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 토했다. 야 지지배야 내가 이래서 너 오지 말라고 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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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너 환자인거 다 아는데 어때서 그냐. 너도 그거 공주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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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으론 무척이나 놀랬지만 그렇게 대범한 척 했죠. 그렇게 며칠 버티다 그 친구는 이내 진통제가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단계까지 갔어요. 췌장암은 산고의 250배 통증이래요. 삼일을 죽여달라고 엄마한테 떼를 썼대요. 그러면서도 그 친구는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았어요. 엄마가 물었대요. 왜 안마시냐고. 그 친구 그러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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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마시면 죽잖아. 죽음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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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너무 고통 속에 있었죠. 안락사. 수면제를 놓으면 99프로의 환자들이 못 깨어난대요. 그렇게 그 친구는 잠을 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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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숨을 거둘 때, 심장이 멈추던 시기에도 수면상태였는데 얼굴엔 눈물 범벅이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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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례식장 이름은 연화장이었죠. 망자000. 망자라는 단어가 망측스럽게 다가왔어요. 무서웠죠. 사진엔 평소의 예뻤던 사진이 환하게 웃어서 가슴을 미어지게 했어요. 그리고 사실 너무 이뻐서 더 처량맞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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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린 그 친구 덕분에 20년 만에 동창회를 연 것 같았어요. 얼굴만 가물가물했던 애들이 현실로 다가와 아줌마들로 만나서 수다도 떨고 추억도 얘기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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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틀을 장례식장에서 새우고 오늘 충청도 장지까지 다녀왔어요. 겨울 바람은 매서워서 현기증이 일어났죠. 온 공동묘지엔 햇빛이 가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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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지바르고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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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이 간 친구들이 끄덕끄덕. 하지만 우린 그 친구의 대답을 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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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얏년아, 너같음 좋겠냐 지지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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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그랬을거에요. 지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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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차가운 땅에 그렇게 묻혔어요. 잘 갔음........여기 미련 버리고 이젠 잘 갔음....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