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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말 몰랐어요

19일 대통령 선거일 한국 우왕좌왕 생활은 피크를 점했던 것 같다. 1987년에 한국을 떠났다가 2006년 1월 26일 영구 귀국 도장이 콱 찍힌 여권을 가지고 있는 나는 머리털나고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를 하는 날이었다. 이민을 가서 사는 사람들은 이해하겠지만, 얼마나 선거에 참여하고 싶었던가. 한 표를 행사하고 싶었는데 참말로 감격스러운 날이었다. 아침부터 여기저기 전화를 해서 누구를 찍을 것인가 나름대로 설문조사도 하고, 두 명의 후보가 있었는데 마지막까지 감을 못잡겠어서 혼란스러웠던 아침이었다. 아파트 옆에 붙은 초등학교에서 선거투표는 열려 있었다. 화살표대로 갔더니 작은 교실에 사람들이 엄숙하게 말도 없이 앉아있었고, 추운 날씨라 투표하는 이들도 별로 없었다. 가자마자 투표소에 들어가서 주민증 내고 바로 투표소 안으로 들어갔으니 말이다. 30초 정도도 안걸리는 시간이었다. 도장을 조심스레 찍고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이 역사적인 사건을 기록으로 남겨야 하지 않겠나 말이다. 순진한 생각으로 찰칵~!! 조용한 교실에 소리는 울렸다. 밖에서 작은 소란이 일어났다.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 '누가 사진 찍었어요?' 잉. 왜그러지? 커텐을 열고 손을 반쯤 들고 '제가 찍었는데요.' 했다. '무엇으로요?' '핸드폰으로요' 핸드폰을 다짜고짜 뺏더니 사진 어디 있냐고 물었다. 아니 이런 예의없는 행동을. 기분이 나빴다. '왜그래요?' '사진 찍는 건 선거법 위반에 걸려요.' '어머 그래요? 아무도 그런 얘기 안했잖아요?' '저기 글씨도 있잖아요.' 그랬다. 벽면에 사진촬영 금지가 적힌 종이가 있었다. 저런. 크기도 작은 종이가 들어갈 땐 안보이는 곳에 붙어 있었다. 나오니까 보이는 금지글. 이를 어쩐다. 사유서를 제출하랜다. 그리고 내 투표용지는 봉투에 넣어서 따로 보관했다. 사유서에 그대로 적었다. [그냥 갖고 싶었음. 그러나 선거요원이 삭제했음.] 바로 점심 모임 장소로 갔다가 오후에 검찰이라면서 전화가 왔다. 검찰청에 출두하랜다. 오잉. 내 투표용지 내가 찍어서 내가 그냥 보관하려고 했는데 그게 왜그리 법에 저촉되는지 모르겠다고 그랬다.(훗. 따졌다.) 알고보니 그게 나쁜 용도로 쓰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머나. 그렇구나. 정말 몰랐네요. 알았어요. 낼 갈께요. 게다가 전국적으로 방송을 탔다고 한다. 그래서 높은 사람이 다시 지시를 내렸단다. 자세히 알아보라고. 이를 어째. 앙~ 창피해라. 저녁에 아주대 여자 원우회 모임이 있어서 갔다. 한 언니가 오늘 투표소에서 사진촬영이 있었는데 그게 하필이면 수원 사람이라고 했다. 히잉....'언니, 그거 전데요.' '뭐어?' 다들 놀랬다. 장어집 주인은 뉴스에 하루종일 내 얘기로 떠든다고 뉴스에 나온 사람 처음 본다고 싸인해달란다. ㅡㅡ;; 인터넷에 유포된 뉴스도 프린트 해서 가져왔다. 권선구 서둔동 이모씨. 흑. 내용은 살까지 붙어서 사건은 엄청 커져 있었다. 담날. 하루종일 바쁘게 지내다 저녁에 서부 경찰서로 갔다. 검찰은 지능범죄 2과로 오라고 했다. ㅡ.ㅡ;; 조서를 꾸몄다. 조서같은 거 첨 꾸미죠? 네. 선거는 지방의회선거, 국회의원 선거 통틀어 처음인가요? 네. 제가요 학교 다닐 때 반장 선거 한 거 밖에 없어요. 다들 내가 말하는 게 웃긴지 실실 웃는다. 카메라 셧터 소리가 들렸나요? 엄청 컸지요. 차알칵!! 온 교실이 울렸답니다. 게다가 소란이 일어나서 실은 내가 더 놀랬어요. 또 다들 웃는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그 사진 삭제한 거 정말 아까워요. 정말 갖고 싶었는데요. 기가 막히다는 검사 얼굴. 쯥. 죄송해요. 귀찮게 해드려서. 아공. 저녁에 아주대 모임에 갔더니 두부를 줬다. 빵에 갔다왔다고. 그게 뭔 빵이라구. 다들 영치금과 보석금 준비하고 면회 갈 조 편성 하고 있었다고 했다. 권선구 이장 친구는 권선 구청장에게 사진 촬영한 애가 지 친구라고 선처를 바란다고 부탁하러 갔다가 나 말고 촬영한 사람이 두 명이나 더 있는 걸 알았다고 했다. 게다가 전국에서 사진 촬영이 3건이 있었는데 그게 다 우리 아파트 사람이란다. 왠일이래. 구청장이 아파트 기가 쎈거 같다고 그리로 이사를 가야겠다고 했단다. 아니 우리 아파트 사람들 왜그런댜. 게다가 다들 핸드폰으로 소리내서 찍었다니. 한국에 그리 오래 살았어도 촬영 금지를 몰랐었나보다. 암튼 난 정말 몰랐다. 이제 선거하면서 사진 찍지 말아야지. 너무 창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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