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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방송 프로 '아침 마당'



퇴근을 하면 인터넷을 통해 자주 보는 방송이 있다. 그 프로그램은 바로 <아침 마당>이다. 인생을 아주 멋지고 맛스럽게 그리고 보람있고 성실하게 산 주인공들이 그들의 삶을 나눌 때면 마치 선배와 친구 그리고 부모님의 경험담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조금은 내 얘기를 하는 것 같기도 하여 난 <아침 마당>을 참 좋아한다. 한 분야에서 20년 정도 꾸준히 일을 하다보면 간결하면서도 진솔하게 가슴에서 나오는 말들을 할 수도 있고 이해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 학교는 다달이 전교생들의 어셈불리가 있는데 과목마다 상을 주는 시간이기도 하다. 열심히 노력하는 학생들에게 각종 이유를 달아 학년 당 한두 명씩 상을 수여하는데, 담당 과목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호명하면 교장 선생님께서 상을 나눠주며 악수를 한다. 이번 달에 나는 학생들에게 상을 나눠주며 인생을 살면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꾸준히 발전하다 보면 행운이 오는 것처럼 상을 받게 되는 기회가 언젠가는 찾아 온다며, 오늘도 그 영광을 차지하는 사람들을 부르게 되어 기쁘다고 간단한 인사말을 하였다. 사실 아침 마당을 시청하면서 떠오른 생각이기도 하고 나에게 주는 상처럼 느끼면서 한 말이기도 하였다.^^



대학 졸업 후 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부임하여 사년 정도 근무하다가 그만 두고 대학원 공부를 한 학기 마치고 홍콩으로 발령난 남편을 따라 이곳에 온 지 15년이 넘었다. 처음에 토요학교에서 중등부를 가르치다가 한국국제학교에서 전임 교사로 채용이 되었다. 내가 소속한 영어 과정은 외국인 교사들과 일을 한다. 다행히 한국국제학교이기 때문에 한국인 교사로서 자부심이 정말 크지만 심기가 불편할 때도 종종 있었다. 한국문화나 한국인에 대한 오해가 있을 때마다 내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나를 냉정하게 대하거나 조심하는 동료들로 인해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았던 적이 많았다. 하지만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아름다운 국제인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마음으로 느끼고 정으로 사람이나 사물을 바라 보면 언어가 달라도 문화적인 장애를 결국 극복하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영어와 중국어 열풍으로 학생수 때문에 이리 저리 밀리며 살기도 하였지만 지금은 외국 교장 선생님의 따뜻한 눈길을 느낀다.



지난 주 목요일에 스프링 갈라(중등 학예회와 같음)가 있었다. 학기 초 교사들이 1년 동안 담당해야 할 학교 행사에 세 개 정도 사인을 하는데, 차이니스 뉴이어(설날 행사) 와 북위크(독서 주간) 그리고 세컨더리 스프링 갈라(중등 학예회)를 담당하기로 하였다. 지난 해 스프링 갈라 때 남녀 학생들을 모집하여 원더 걸스의 <텔미>를 발표하여 최고의 인기를 얻었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인도춤과 인도네시아 춤 등등 각 나라 학생들이 그들의 문화를 뽐낸 것처럼 우리의 멋진 전통 예술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스프링 갈라를 맡기로 하였다.



그래서 올해엔 소녀 시대의 와 사물 놀이 공연을 준비하였다. 국어를 잘 하는 학생들과 열심히 하는 학생들, 그리고 국어를 배우겠다고 내 교실을 찾아주는 모든 학생들이 칭찬을 골고루 받아야 하듯이 난 를 할 학생들을 모집하며 춤을 잘 추는 학생들에게만 기회를 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예능에 소극적이거나 부끄러워하는 학생들을 꾸준히 설득하여 연습에 참여하게 하였다. 그런데 부끄러워하던 아이들이 쉽게 춤을 따라하며 즐거워하는 것을 보며 요즈음 학생들의 다재다능함에 속으로 혀를 내두르기도 하였고 예능 범생이들이 폼이 나는 것이 흐뭇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최대한 방과후 과외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하라고 당부하며 완벽하게 똑같이 하기보다는 마음으로 즐기며 어려운 모방은 쉬운 창조로 바꾸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2주 동안 사물놀이 연습을 하면서도 시간 때문에 힘들기도 하였다. 하지만 정말 멋진 공연을 하였다. 사물 놀이 의상을 생각하면서도 전통과 창조를 떠올렸다. 물론 의상을 몇 벌밖에 빌릴 수가 없었던 이유가 가장 컸지만 전통의상, 록 밴드 의상, 전통 의상 식으로 입었더니 조화와 자유로움이 느껴져서 더욱 좋았다. 스프링 갈라를 지휘하는 선생님께 사물놀이는 개막 공연으로 처음에 하는 것이 좋다고 하였더니 서양에서는 가장 멋진 발표는 제일 마지막에 한다고 하길래 그렇게 하자고 서로 의견을 조율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무대에서 영남 가락만 하는 것이 아쉬워 길을 닦는 것처럼 관객들 사이를 휘모리 장단을 치며 무대로 오르고 끝나고 나서도 같은 방법으로 퇴장하였다. 다른 공연들도 모두 훌륭하였지만 사물놀이는 특히 관객들을 압도하는 정말 멋진 공연이었다. 메아리처럼 들리는 앵콜~앵콜.



내가 행사들의 이름을 외국어로 쓴 것처럼 한국국제학교 영어섹션은 한국 학생들이 약 사십 퍼센트, 한국어 교사가 한 명인 한국인만이 주인이 아닌 과정이다. 국어와 한국어 교사로서 꾸준히 발전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올해는 한국어 교육 능력 시험에도 합격을 하고 영어 과정에서도 꽹과리와 징 그리고 장구와 북소리로 신명를 낼 수도 있는 행운이 계속 되었다. 아침 마당에서 주는 노력상을 받은 기분이다. 요즈음은 학교에서 교사에게 요구하는 것들이 정말 많다. 그래서 피곤하고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오면 좀 부족한 하루였지만 <아침 마당>을 보며 ‘괜찮아. 잘 하고 있어.’ 라고 자신을 위로한다. 그리고 나보다 성실히 살아가는 출연자들을 보며 하루의 고단함을 털어내고 주책없이 너털너털 혼자 웃기도 한다.











별찬 (2009-04-08 11:02:07)
이은희샘... 잔잔한 감동을 주는 글 잘 읽었어요. 항상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생님의 모습이 존경스럽고, 그 어렵다는 한국어교육능력시험에 합격하며 자신을 더욱 발전시키는 선생님의 삶에서 아름다움을 느낍니다. 철학과 열성이 뭍어나는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저도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간절함에 모든 선생님들이 부럽기만 합니다. 나는 언제나 다시 돌아갈 수 있을 지...ㅠ.ㅠ







천사 (2009-04-09 03:47:42)
내가 좋아하는 한글학회 누리집 '국외교원한마당'. ^^
다만희망샘. 저도 샘을 따라 제목을 저렇게 써봤네요.ㅎㅎ 어쩜 울 한마당 식구들은 마음의 글을 저리 술술 잘도 푸는지...아침마당을 본지 오래되어 전같은 팬이 될 지 모르지만 저 또한 제가 좋아하던 프로이긴 합니다. 그러나 전 이 한마당에만 오면 하루의 고단함을 털어내고 샘들이 전하는 마음의 통로로 전세계 곳곳을 누빕니다.
홍콩국제한국학교, 홍콩을 가보지도 않았지만 간다면 꼭 들를 곳이 하나 더 생겨 기쁘고 그 학교에 다만희망 샘이 계시니 더욱 힘이 납니다. 아침마당이 주는 상이 아니라 한마당이 주는 멋진 노력상 그리고 빛나는 아이디어 상을 드리니 언제나 샘의 철학대로 열심히 가르치셔서 우리의 한국어와 문화를 널리 빛내주시기 바랍니다. 홍콩이란 나라에 다만희망 샘이 계시다는 그 자체가 혼자 미소짓게 하는 아침입니다. 샘...사랑합니다.^*^

별찬샘, 샘의 간절함...언젠가는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날이 와 전세계 한국학교를 누비며 샘들에게 강의도 하고 또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는 날이 반드시 올겁니다.^^
아자아자 별찬샘, 다만희망샘 그리고 지구촌 샘들, 모두모두 힘내세요~~~







수선화 (2009-04-13 15:26:13)
부활절 방학이라 조금은 불규칙적인 생활을 하는지라 아침 일찍 눈이 떠졌습니다. 한마당에 새소식을 기다리며 들어와 봅니다.
다만희망샘의 글을 읽고 샘의 열심을 노력한다고 닮아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온 몸에서 마음에서 절로 우러나는 한국어, 문화에 대한 사랑없이는 어설픈 모방일 뿐이라 여겨집니다. 그러나 모방을 통한 새창조! 내 삶 속에서도 샘이 가진 열정이 되살아 나길 간절히 바랍니다. 다만희망 이은희샘! '괜찮아 잘 하고 있어' 라는 혼자만의 위안인 아닌 샘의 열성에 큰 박수를 보내는 한마당 식구들이 있음을..... 그것이 샘에게 더 큰 힘이 되길.....







다만희망 (2009-04-20 09:21:33)
오늘 출근했습니다. 2주 동안 부활절 휴가로 잘 쉬었는데, 더 쉬고 싶으니... 별찬, 천사 샘, 수선화 샘 모두 고맙습니다. 따뜻한 격려에 좀 부끄럽기도 합니다. 수선화 샘 우리 연수 때 국어 문법을 강의해 주신 권재일 선생님께서 국립국어원장님이 되셨더라고요. 강의를 들으며 나도 저분처럼 가르칠 수 있다면이란 생각을 잠시 했는데, 그렇지만 지금 생각나는 내용은 간간히 샘들이 지루할가봐 들려주신 솔밭 얘기 뿐... 인상 깊은 좋은 수업을 들었던 것 맞지요? 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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