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3돌 한글날을 맞이하여 해마다 열리는 주영한국교육원 주최 한글학교 글짓기 대회가 10월 10일 영국 전역 토요 한글학교에서 열렸다. 각 학교에서 선정하여 보내 온 80여 편의 우수작들을 4명의 심사 위원들이 10월 20일에 대사관에 모여 하루 종일 심사했다. 다른 지역에서 심사 위원으로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내심 힘이 났었는데, 여전히 이번 해에도 런던한국학교와 강북런던한국학교 교사들로 심사 위원은 구성되었다. 주어진 심사 기준에 의해 4명의 심사 위원이 각 작품에 기준별 점수를 준 후에 우수 작품을 채택하고, 다시 채택된 작품들을 한 학교에 편중 되지 않도록 조정한 후 최종적으로 수상 작품을 선정하였음을 밝히고 싶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이목 때문에 좋은 작품을 수상작품에서 제외시키는 우는 범하진 않았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신변잡기,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한 이야기들이었다. 그 속에는 자신을 발견하며 자신의 꿈을 키워가는 아이들의 이야기, 친구와의 우정을 통해 꿈을 이루어 가는 아이들의 삶, 가족 한 명 한 명에 대한 사랑과 아픔 그리고 고통과 어려움을 극복해 가는 이야기 그리고 한국인으로서 외국에서 겪어야 했던 외로움, 슬픔, 한국인으로서 한글의 소중함을 깨닫고 조국애 대한 사랑이 싹트는 이야기까지 다양했다. 글 속에 아이들의 삶이 있었다. 가끔은 어른 냄새가 물씬 나는 작품도 있었지만 대체로 글이 아이들다웠다. 구성이 탄탄한 작품이 같은 소재로 비슷한 주제를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지만 좋은 평가를 받았다면 글의 구성이 글의 빛깔과 맛을 얼마나 다르게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글을 쓸 때 먼저 계획하고 초고를 작성한 후 재구성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더 좋은 글이 될 것이다.



한글학교라 하지만 대부분 토요 한나절 하는 한글 수업일 것이다. 한 나절의 수업을 위해 교사들은 일주일 내내 짧은 시간에 가장 효과적인 수업을 위한 다양한 학습자료 준비, 수업 구상으로 분주할 것이다. 그러면서 교사들은 수업이 끝나면 “한 나절의 수업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었나?” 자문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글짓기 작품들을 읽어나가면서 이런 생각들이 사족에 불과했음을 알 수 있었다. 좋은 토양에 뿌려진 씨는 적당한 양분과 햇볕이 있으면 무럭무럭 자라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교사와 학부모의 양분과 햇볕이 없었다면 결코 그 씨는 아름다운 열매로 결실하지 못했을 것이다. 적당하다는 말은 참으로 어렵다. 물이 필요하다고 해서 하루 종일 한 달 내내 물을 주면 씨는 발아도 하기 전에 썩어 버릴 것이요, 지나친 볕은 발아 한 씨라도 금방 타 죽게 만들게 아닌가? 학부모와 교사의 인내와 끈질긴 노력, 아이들에 대한 은근한 사랑이 아이들의 꿈을 실현하는 원동력이 되지 않겠는가?

수상한 아이들에게보다 학부모님께 그리고 아이들을 지도한 교사들에게 더 큰 상을 드리고 싶다.

아래에초등부 장원을 받은 런던한국학교 6학년 권이삭 어린이의 작품을 싣습니다.

'어린 학생으로서 부모를 따라 머나먼 영국에 첫발을 내디딘 후 겪을 수 있는 힘든 일을 솔직하게 표현했고 이와 관련된 사건들을 자세히 설득력 있게 기술했으며 지금은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때 그 친구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는 권이삭 어린이의 마음을 느낄 때 다시 감동을 안겨준다.'고 심사위원은 이 작품에 대한 평을 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이 어린이는 영국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자란 아이입니다.




Jack



장원

런던한국학교 초 6 권이삭



내가 4살이 될 때까지는 엄마가 한국말을 열심히 시켰다. 4살이 되서 Malden Porocial Church of England School에 다니기 시작했다. 매일매일 학교에 가는 게 너무 싫었다. 왜냐하면 나는 한국인이라 한국말 밖에 못해서 영국 애들이 나를 싫어했다. 내가 가까이 가면 영국 애들이 싹 고개를 돌리며 다른 데로 갔다. 아무도 모르게 나는 매일매일 침대에서 울었다. 또 나는 하나님께 기도했다. “하나님, 왜 저는 한국 사람으로 태어났나요? 그래서 저는 친구가 한 명도 없어요. 저 친구 한 명만 생기게 도와주세요.”



내가 2 학년에 올라갔을 때 나는 아직도 친구도 없고 매일 울고 있었다. 그런데, 새 학생이 우리 반으로 왔다. “안녕, 내 이름은 Jack이야.” 선생님이 Jack을 내 옆에 있는 빈자리에 앉게 했다. 왜냐하면 아무도 내 옆에 앉고 싶지 않아 했기 때문이다.



“안녕, 너는 한국 사람이지? 나는 미국에서 왔어.” Jack이 웃으면서 나한테 말했다. 나는 많이 부끄러웠지만 Jack한테 “안녕”이라고 했다. 그날 밤에 나는 하나님께 또 기도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저한테 소중한 친구를 주셔서.” 나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나하고 Jack은 서서히 나이가 많아졌다. 우리가 5 학년이 되었다. 다른 아이들이 Jack이 나랑 논다고 Jack도 무시했다. 그런데 Jack은 상관 안 하고 나랑 계속 놀았다. 그런데 어느 날 Jack이 나한테 말하였다. “이삭아, 나는 내일 다시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 그동안 좋은 친구가 되어서 고마웠어.” 나는 가슴이 터질 느낌이 났다.



그 다음날 나는 Jack이랑 공항에 갔다. Jack은 게이트를 들어가면서 나한테 “안녕”이라고 외쳤다. 나는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안녕…….Jack…….'



이제 나는 Milbourne Lodge School에 다닌다. 이제는 친구도 많고 학교 다니는 게 재미있다. 그런데 아무리 새로운 친구가 생겨도 나는 Jack은 절대로 잊어버릴 수가 없다.















이뿌니 (2009-11-25 18:57:21)
수선화 샘님. 우와 직접 학생글을 올려주시다니.. 이삭이란 이름도 멋진데 한글을 아주 잘 쓰는군요. 영국에서 태어나 자랐다는 데도..항상 그렇듯 부모의 꾸준한 관심과 인내심이 이렇게 한글을 잘 구사할 수 있게 만든 힘이 아닐까 합니다. 아이들의 솔직한 글을 보면 행복하시겠어요.^^







수선화 (2009-11-26 01:20:55)
이뿌니샘. 외국에 사는 우리에게 아이들이 '내가 누군인가?'라는 정체성을 알아가게 하는데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큰가를 알 수 있죠? 특히 판단력이 없는 어린 아이들의 경우는 더 말할 나위가 없는 것 같아요. 교사들의 열정과 사랑도 또 다른 하나의 요인이기도 할거구요. 이곳에서 자주 뵈니 샘이 이웃에 있는 것 같아요. 힘이 됩니다.







천사 (2009-11-27 08:11:18)
수선화 샘, 글짓기 대회 심사하느라 고생이 많았네요. 그러잖아도 바쁘신 분이...그죠...
후후 제일 인상적인 대목, '그러나 다른 사람의 이목 때문에 좋은 작품을 수상작품에서 제외시키는 우는 범하진 않았다.' 맞아요. 샘이라면 반드시 그럴거에요. 권이삭 학생의 수상을 축하하고요 계속적인 글짓기 대회의 성공을 기원합니다.
샘 저 또한 샘과 이뿌니 샘이 자주 오시기 넘넘 힘이 나고 옆에서 아자아자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어려운 가운데도 행복함을 느낍니다. 고마워요~~~^^







안개꽃 (2009-11-27 09:03:11)
권이삭 어린이의 글을 읽으면서 어느 곳에서나 해외에서 사는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겪었을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한국인의 긍지를 가지고당당하게 미래를 향해 나갈 수 있도록 ,모든 한글샘들!
화이팅 합시다.







수선화 (2009-11-28 09:46:10)
안개꽃샘. 그런 아이들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많이 고민하지만 환경이 도와 주지 않을 때가 많아요. 반갑습니다.







별찬 (2009-11-28 11:20:38)
너무 진솔한 마음이 담긴 글에 감동 먹고 있습니다.... 아~ 울 아이들 정체성문제... 많이 많이 연구하고 싶은데 발등에 떨어진 불끄기가 바쁘니....
수선화샘.. 좋은 소식, 감동적인 글 고맙습니다. 건강하시고,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올려주세요. 선생님 글은 맑은 호숫가에 피어있는 수선화같아서 너무 좋아요.^*^







늘감사 (2009-12-03 22:58:48)
'자아 정체성' 문제는 세계 어느 나라에 있든지 간에 우리아이들이 겪는 가장 근본적이고 일반적인 고민인 것 같습니다. 안개꽃 샘 말씀처럼 '한국인의 긍지를 가지고당당하게 미래를 향해 나갈 수 있도록 ,모든 한글샘들! 화이팅!!!
공감가는 글을 올려주신 수선화 선생님께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