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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일…

어느새 12월이 되었습니다.
이제 한 달 후면 2009년이 끝난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네요...
분명 바쁘게 산 것은 같은데 진짜 소중한 것을 위해 내 시간과 마음을 얼마나 쏟았는 지 돌아보게
되는 요즘입니다....

엄마가 많이 아프십니다.
병상에 누워 계신 지 한 달입니다... 홀로 그 어느 것도 하실 수 없는 몸으로...
지금의 엄마에겐 휠체어를 타는 것도 사치입니다...

1차 수술 후, 경과가 좋지 않아 2주만에 2차 수술을 했습니다.
너무나 쇠약해진 몸에 연이은 수술은 엄마에게 많이 무리였나 봅니다.
중환자실에서 일반병동으로 옮겼다고 기뻐하는 것도 잠깐, 5일째 잠만 주무십니다....
그냥 모든 것이 힘드셔서 주무시는 건 지, 아니면 어떤 이상이 생겼는 지... 병원에선 이 검사,
저 검사다 해서 여기 저기 엄마의 침상을 끌고 다니는데도 엄마는 주무시기만 하고...
맘을 졸이는 하루하루를 보내면서도 저는 또 저의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시간만 나면 엄마한테 갔습니다. 아니, 시간을 내서 갔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8시가 넘어서 병원에 도착하고, 집에 오면 자정이 다 되어도 엄마한테 갔습니다...
다니면서 많이 반성했습니다. 내 생활에서 무엇이 우선이었나? 시간을 내려면 낼 수도 있었는데
맨날 숙제다 뭐다 핑계대고 세상에서 제일 바쁜 사람 마냥 자주 찾아뵙질 않았습니다....ㅠ.ㅠ
이렇게 엄마한테 뻔질나게 다니면서도 숙제 다 하고, 일도 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생각해보면 지난 10월 중순, 엄마가 시골에서 감이랑 밤 따왔다고 가지러 오라고 전화하신 그 때가 엄마랑
정상적으로 대화한 마지막이네요.... 그 때도 저는 매몰차게 바쁘다고, 못 간다고 말했었지요....ㅠ.ㅠ

우리들 어머니의 인생을 생각해 봅니다...
남편과 자식을 위해 기꺼이 당신의 삶을 다 내어주시는 우리의 어머니들을...
엄마가 저에게 주신 사랑과 헌신은 당신에겐 당연한 거였고, 저에게도 당연한 거였는데
그 당연함의 다름이 지금 저의 마음을 사무치도록 아프게 합니다....

지난 27일은 엄마아빠의 금혼식 날이었습니다.
올해 금혼식 잔치를 크게 해드리고 싶었는데... 아빠가 꽃을 사가지고 가서 아무리 엄마를 깨워도
엄마는 그 때도 주무시기만 했습니다....


12월 1일, 오늘은 저에게 감격스런, 역사적인 날입니다....

오늘 드디어 엄마가 정신을 차리셨습니다.... 그리고 저를 알아보셨습니다....
아직 말은 잘 못하시지만 그래도 저랑 긴 눈맞춤과 무언의 대화를 오랜 간 나누었습니다.
피곤하셨는 지 다시 잠에 빠지셨지만 저는 확신합니다. 엄마는 회복하실 거라고.
엄마가 우리들의 사랑을 더 많이 느끼고, 그래서 더 많이 행복해하실 기회가 꼭 있어야 하기에...
하나님은 우리 엄마가 그런 행복을 오래오래 많이 느끼게 해주실 것을 저는 믿습니다....

여러분, 해외에 계시면서 가장 안타깝고 아쉬운 것은 아마 부모님께 효도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의 짧은 전화에도 부모님은 세상을 얻은 냥 행복해하실 겁니다...
물론 자주 드리시고 계시겠지만... 지금보다 한 번 더 전화드리시고, 부모님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맘껏
전달하셨으면 합니다...

여러분의 부모님 모두모두 건강하고 평안하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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