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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달력의 아쉬움

한 때
매일 올 것 처럼 호들갑을 떨었는데
곰님의 자손이 아니라
호랑이님의 자손인지
은근하게 한마당을 지키지 못하고
마음 내키는 대로 들락거리게 됩니다.
하지만
조상님들 보다 더 질긴 끈기로
이 자리를 지키고 계시는 선배님들이 계시니
들락거리는 낮 뜨거움은 있어도
텅비어 썰렁할 것이라는 걱정은 없습니다.

날짜가 모두 검은색으로 적힌
무미건조한 달력을 쓰는지라
습관대로 일상을 시작하는데
'한국에 전화'라는 알림이 컴퓨터 화면에 뜹니다.
'아차, 한국에 전화를 해야지' 서둘러 전화를 합니다.

수화기를 통해 전해지는
평소보다 몇 음계는 더 높은
밝은 가족들의 목소리에
덩달아 들떠있다가
전화를 끊고 난 뒤에
왠지 허전함과 그리움이 더 큽니다.

그래서
이 곳으로 달려 왔습니다.

같이 해야 할 때
같이 하지 못하는 아쉬움이야
다른 것으로 채울 수는 없지만
같이 하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들이
'여럿 있다'는 인식은
위로가 됩니다.

나라 밖에서
한가위를 애써 기억해야 하는
우리 선생님들
그저 평범한 날이지만
아주 특별한 날로
기념하시기를 소망합니다.

내년에는
추석이 빨간색으로 크게 쓰여진
한국 달력을 구해서
마음으로나마
기대하고
설레어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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