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3일(목) 한국방송공사(KBS)의 교육 프로그램인 “(600회 특집) 도전! 몽골 대학생 골든벨”(지금부터 골든벨) 녹화가 몽골의 각 대학교 대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몽골 울란바토르 UB대학교 체육관에서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후끈 달아오른 열기 속에 진행됐다.
“도전! 몽골대학생골든벨” 녹화현장
참가학생들을위한응원도여기저기에서이어졌다.
몽골 대학생들이 팽팽한 긴장 속에 각자의 한국어 실력을 뽐내면서 한 치의 오차 없이 치열한 공방전을 이어간 골든벨이었으나, 진행은 그리 매끄럽지 못했다. 책임 프로듀서의 비디오 판독 결과를 통해서 세 명의 최종 결선 진출자 중 두 학생의 답안판 날조가 적발되어 최종 결선 진출이 무효가 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녹화는 잠시 중단됐고 결국, 최종 결선 직전에 탈락한 학생들을 다시 불러 들여 다시 녹화가 진행됐다. 최종 대결은 몽골인문대학교(총장 베. 촐론도르지, UHM=University of the Humanities in Mongolia) 재학 남자 대학생과 몽골국립대학교(총장 에스. 투무르-오치르, NUM=National University of Mongolia) 재학 여대생의 대결로 압축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몽골국립대학교 학생의 최종 결선 진출에 대한 자격 시비가 불거졌다. 예선전에서 “몽골국립대학교 여학생이 ‘순대’가 정답인 문제를, ‘설렁탕’이라고 써서 이미 틀렸는데도, 퇴장하지 않고 재빨리 ‘순대’라고 고쳐 쓴 뒤 앉아있었다!”는 게 몽골인문대학교 측에서 제기한 항의의 골자다. 녹화 영상을 돌려 보면 확인이 가능한 일이었고, 정답 날조가 사실로 밝혀지면 자격을 박탈하고 재녹화를 진행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촉박한 녹화 일정 상 재녹화는 불가능하다는 한국방송공사(KBS) 측의 주장에 막혀 몽골인문대학교 측의 정당한 항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응원에나선몽골인문대학교학생들
사실, 녹화 진행 시 엄중해야 할 답안판 감독은 허술하기 그지 없었다. 문제가 출제됐을 때, 몽골 대학생들은 문제를 듣고 답을 자신의 답안판에 써서 풀었다. 오답을 쓴 학생들은 당연히 장외로 나가게 되어 문제를 풀수록 살아남은 사람의 수가 적어지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틀린 답안판을 슬쩍 고쳐 써도 발각되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한국방송공사(KBS) 측에서 방송 관계자들이 적게 왔더라면, 몽골 인력을 동원해서라도 엄정한 감독을 진행해야 했다. “도전하는 젊음과 용기로 골든벨을 울려라!”라는 슬로건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훔쳐 보기와 날조로 골든벨을 부숴라!”가 더 어울리는 표현일 듯 했다.
골든벨에서 2위를차지한아. 엥흐바야르몽골인문대학교한국학과 4학년학생(빨간옷)
애초에 “(600회 특집) 도전! 몽골 대학생 골든벨” 녹화는 기획 단계부터 문제점을 잉태하고 있었다. 이 프로그램이 단순히 퀴즈 게임에서 일등을 뽑는 데에 중점을 두지 않고,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몽골 대학생들의 재치와 생각, 가치관과 문화 따위를 알아보는 대학생 프로그램으로 기획됐다면 공정성은 반드시 담보돼야 했다. 하지만, 100명의 몽골 대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된다는 원칙만 있었지, “몽골 대학생 골든벨”이 아닌, “몽골 특정 대학교 학생 골든벨”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공정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었다. 요컨대, 거의 반 수가 몽골 특정 대학교 학생들이었고, 나머지 50명은 선심 쓰듯 다른 대학교 학생들로 채워 넣은 현실은 결코 공정하다고 볼 수 없었다. 특정 대학교에서 이 골든벨의 몽골 녹화를 이끌어냈다는 까닭 하나만으로 기득권을 주장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 적어도 각 대학 강단에서 한국학 강의를 진행하는 교수 한 명씩 정도는 불러서 미리 회의를 진행하는 성의를 보였어야 했다. 장소, 시각, 인원 수 다 미리 정해 놓고 “너네 대학교 학생 참가하려면 해라!”는 일방적 통보라면 이런 골든벨은 수 천 번 해 봤댔자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것은 몽골 현지의 각 대학 강의실에서 열심히 한국어 학습에 집중하고 있는 몽골 대학생들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무시요, 두 눈 시퍼렇게 뜨고 강의를 진행하는 한국학 교수들에 대한 가증스러운 오만이다.
골든벨녹화현장에선알렉스강본지외신국장겸몽골특파원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1명을 '최후의 1인'이라고 하며, 최후의 1인이 마지막 문제까지 다 풀게 되면 '골든벨'을 울릴 수 있고,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매 방송마다 골든벨을 울리는 데에 성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의 표어(캐치프레이즈)로 '문제가 남느냐! 내가 남느냐!'라는 구호를 참가자들이 외치기도 한다. “골든벨”을 울리는 건 그만큼 힘들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승만 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이제 접을 때가 되었다. 정답을 손짓 또는 입모양을 통해 알려 주던 스승의 본분을 망각한 어느 대학교 관계자의 모습과, “교수님, 억울합니다!”를 외치며 고개를 늘어뜨리던 2위 학생의 얼굴이 두 개로 겹쳐져 뇌리에서 지워지지가 않았다.
<몽골골든벨최종결과>
1위 몽골국립대학교(NUM)
2위 몽골인문대학교(UHM)
3위 몽골과학기술대학교(MUST)
4위 UB대학교
한국방송공사(KBS)의 교육 프로그램인 본 “(600회 특집) 도전! 몽골 대학생 골든벨” 진행 실황은 오는 12월 3일 일요일 오후 7시10분에 KBS 1-TV를 통해 대한민국 안방에 전달된다.
<기사제공=울란바토르 (몽골)="TK" times 알렉스강외신국장겸몽골특파원>
[TK TIMES 양재곤기자] ceo@tk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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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옵서버 (2011-10-15 00:14:31)
어제 속이 많이 상했습니다. 지난 2주 동안 제자들하테 예상 문제 풀어 주느라 노심초사했습니다. 앞글의 특강은 바로 이 예상 문제 풀이 특강이었습니다. 스승이 변변하지 못해서 페어 플레이 펼치는 제자들을 제대로 보호해 주지 못했습니다. 거기까지가 제 한계인 듯합니다. 어떻게 해서든 제자를 몽골 최초의 골든벨에서 1등 한 번 만들어 보려고 발버둥을 쳤는데 제 능력이 거기까지였던 모양입니다. 많이 자책했습니다. 제 삶에 깊은 회한을 남긴 2011년 10월이 이렇게 지나가는군요.
천사 (2011-10-15 11:56:08)
친절한옵서버 샘에게 박수를 드립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일등을 하였다는 그 숫자가 중요한게 아니라 페어플레이로 열심히 도전한 제자가 바로 골든벨을 울리는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제자에게 힘찬 응원 부탁드리고요, 축하한다고 남반구 봄나라 지인이 말했다고 전해주십시오. 일등보다 귀중한 이등에게 다시한번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짝^*^
별찬 (2011-10-15 12:27:09)
제목을 보고 흥미를 가지고 열었다가 울분을 가지고 닫게 되네요...ㅠ.ㅠ 그래도 공정치 못한 환경 속에서 선생님 제자가 2위를 하다니... 1위보다 더 위대한 2위입니다. 귀국하고 공정함과 진정성이 없는 사람들이 벌이는 일을 많이 지켜본 저로서 그동안 쌓였던 울분이 함께 나옵니다... 위의 기사가 이 사회에 작게 나마 경종을 울렸으면 합니다. 골든벨을 울리는 것 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안개꽃 (2011-10-15 14:44:21)
너무 마음이 아프고 쓰립니다. 다른 곳에서도 아니고 가장 투명해야 할 교육의 현장에서 ..... 하지만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분명 샘의 열정과 사랑을 그 누구보다 학생들이 잘 알테니까요, 때론 원하지 않는 일들이 우리를 힘들게 하여도 우리에겐 희망과 미래를 함께 가꾸어 갈 학생들과 한머덩 샘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에스파냐 (2011-10-16 04:24:45)
에스파냐
몽골 인문대학교 강의현 교수님과 그의 제자분들 만세.
우승,준우승 그것이 문제가 아니고 한국을 떠나 3국에서
한국말로 제3국인에게 게임을 한다는 자체가 몽골 대사관
및 한인회에 깊은 찬사를 드립니다.
첫 술부터 배가 부르게 되겠습니까,
어쨋던 강교수님의 수고가 눈에 훤희 보이며 또 강교수님
같은 훌융한 인재를 국가적인 차원에서 채용하여
국위를 산양하는데 크게 기여해야 될 것으로 사료됩니다.
국외교원연수생 선생님들이 각자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흐뭇하네요.
친절한옵서버 (2011-10-16 23:03:31)
여러 교원 분들께서 글 올려 주셨네요!
뉴질랜드, 한국, 아르헨티나, 스페인 순으로 다녀가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