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우체통에 편지가 꽂혀 있었다. 그 편지를 꺼내 차 안에서 교회로 출발하며 읽는 울 작은놈. '야호! 소리를 지르며, 엄마 저 690달러 벌었어요' 한다.
사건은 이랬다.
큰아들 친구가 온다고 해밀턴 공항으로 마중을 나가던 중 신호대기로 서있던 차에서 그만 스마트 폰으로 공항 가는 지도를 살피다가 브레이크를 놓쳐 앞차 범퍼를 아주 살그머니 박았다. 물론 쿵 소리는 났다고 한다. 하지만 둘 다 서있던 상황이라 크게 표나는 곳도 없었고 본인이 육안으로 봐도 별 무리가 없어 사진 두 장 찍어놓고, 전화번호 건네주고 헤어졌다고 한다.
그 당시 피해자는 박힌 곳을 이야기하며 부서졌다고 했지만, 사진이든 육안이든 아무 변화가 없는 것을 보고 작은 아들은 이상이 없다고 하고 연락처면 주고 헤어졌는데...
그 후 두 달간 난리 아닌 난리가 났었다. 30대 초반의 키위 아가씨는 아시안인 대어를 물었다고 생각했는지, 울 작은 놈에게 범퍼가 찌그러졌다고 보험회사에 물어달라고 했다. 처음에는 50센트 짜리 동전만한 구멍이 났다고 하더니 이젠 범퍼가 아주 찌그러져 다 고친 영수증 690달러를 내라고 인보이스를 보내왔다.
기가 막혔다. 작은 아들은 이 일로 맘 고생을 참 많이 했다. 억울하다는 것이다. 마침 아들놈이 물던 그 똥차(?)는 이제 곧 운명을 다할 채비를 하고 있었기에, 6개월마다 반드시 차 점검을 해야하는 WOF도 받지 않은 상태였을뿐 아니라 보험도 끝난 상태였다. 그러니...울 보험회사에 의뢰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690달러를 물어야 하는 억울한 일을 당한 아들은 그 황당함에 굴하지 않고 소액재판을 받겠다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3장에 걸친 그 간의 억울한 일을 상세히 적어 피해자 골리앗(?) 보험회사에 보냈다. 며칠 후 보험회사에서 연락오기를, 곧 법원에서 소환장이 갈테니 그 때 법원에 참석하라는 것이다.
우리 가족은 법원하곤 거리가 멀다. 개인적으로 난 단 한번도 법원에 가본적이 없다. 법원은 나에게 도움을 주는 곳일텐데...난 무조건 법원이 무섭다. 그건 22살 아들도 마찬가지다. 그런 그가 아주 담대함을 가지고 법원 소환장이 오면 간다는 각오를 하였지만,,,어린 마음에 얼마나 상처가 될까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우린 그 사고뭉치 차를 그 사건 이후 바로 폐차하며 300 달러를 받았다. 그리고 아들에게, 만약 열심히 싸웠어도 패소하게 되면 그 300 달러를 줄테니 그것으로 마음의 위로를 삼으라고 하고 현금으로 고히 모셔두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골리앗 보험회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 일은 없었던 걸로 한다는 한 줄의 설명과 함께 690 달러를 하나도 내지 않아도 된다고! 아들은 차 안이 떠나갈 정도로 '야호' 소리를 지르며 '내가 이겼다'고 환호했다.
그 일을 교회에서 점심 먹으며 교우들과 나누었다. 어른들은 똑같은 심정이다, 영어가 안되는 우리들은 억울해도 모두 690 달러를 냈을거라고...ㅠㅠ
결국 난 현금으로 놔둔 눈 먼돈(?) 300 달러를 제일 큰 아들인 남편에게 100달러를, 또 그 차로 운전면허를 따고 많은 추억을 만든 진짜 큰 아들에게 100달러를, 마지막 100달러는 마침 휴가를 맞아 남섬에서 공부하다 남친을 보러온 작은아들 여친에게 주었다.
이렇게 1990년도에 태어나 23년을 살다간 작은아들 보다 더 산 나의 또 다른 애마는 가는 마지막까지 300 달러를 울 집 남자들에게 나주어 주었을뿐 아니라, 키위와 싸워 690달러를 번 다윗과 골리앗의 일화를 남긴채 형장의 이슬로 유유히 사라졌다.
고맙다 똥차야^*^
천사 (2013-06-24 15:55:19)
정말 화가나네요. 어쩌자고 구글 크롬은 이렇게 한 줄로 나란히 글이 보이는지...죄송하지만 한빛나리샘 도와주세요...저는 할 수가 없어서 파일로도 넣어봅니다. 읽는데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젊은오빠 (2013-06-26 09:46:38)
참 기막힌 일을 해내셨네요... 아들에게는 앞으로 큰힘이 될 겁니다. 훌륭한 가정입니다. 똥차가 고마울만도 하지요.. 하하하!!!
천사 (2013-06-26 14:49:55)
젊은 오빠 고마워요. 이민 1세대와 1.5 혹은 2세대는 부모세대와 분명히 달라야겠지요.
같다면 이민온 보람이 없겠지요. 응원 고맙습니다.
한 번 더 부탁드릴게요. 파일로 들어있는 글처럼 옮겨주실래요? 문장이 모두 붙어있어서 햇갈려 보입니다.
저는 파일에 저렇게 안 써넣었거든요^^
바쁘신 분을 번거롭게 해드려 죄송합니다.(꾸벅)
수선화 (2013-07-09 01:07:34)
천사샘, 남 일이 아닙니다. 저도 인턴쉽 시작한 아들이 차가 필요하다해 사 줬는데
22살이라 보험도 어렵고, 이런 사고가 언제 날지도...그래도 지혜롭게 잘 싸운 것 축하드려요.
천사 (2013-07-10 18:18:30)
그죠...억울하다며, 내야 할것을 내는건 내겠는데..이건 부당하다는 아들의 신음에 엄마도 동의를 하여 재판이란걸 하려고 시도를 해봤네요. 차암...ㅎㅎㅎ
이제 수선화 샘도 이런 일들이 남의 일이 아닐겁니다^*^ 늘 조심운전하게 잔소리를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