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제16회 재외동포문학상(賞) 시(詩) 부문 심사평이 궁금했습니다. 드디어 며칠 전 심사평이 나왔네요.
신경림, 신달자, 조정권 선생 등 세 분의 심사위원 중 홍일점(萬綠叢中紅一點)이며, '물 위를 걷는 여자'라는 소설과, '백치 애인'이라는 수필로 그야말로 낙양의 지가를 올렸던 신달자(愼達子) 시인이 제 시(詩)에 대한 심사평을 다음과 같이 써 주셨네요.
▲신달자(愼達子) 시인(1943. 12 25 ~ 현재 생존). ?알렉스 강 몽골 특파원
'우수상 강의현(=강외산)의 『봄비, 몽골 초원에 강림(降臨)하시다』는 시의 역사를 알게 해 주는 노련함을 보여 준다. 몽골 초원에 강림하는 봄비는 몽골의 역사와 개인사의 숨은 상처들이 녹아 내리는 것이 보인다.'
한참을 웃었습니다. 저 웃어도 되죠? 웃긴 웃었는데, 불현듯 신달자(愼達子) 시인이 왠지 두렵게(?) 느껴졌습니다. 뭐랄까, (제가 여자는 아닙니다만), 마치 꼼꼼한 시어머니와 세상 물정 모르는 숙맥 같은 며느리 사이의 관계로 부지불식 간에 전환된 느낌이랄까요. 참고로, 신달자(愼達子) 시인은 실제로는 딸만 셋이고 아들이 없습니다.
신달자(愼達子) 시인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정말 제 시(詩)에 개인사의 숨은 상처들이 녹아 내리는 게 보였단 말입니까? 아이고, 돗자리 펴세요!'
전에도 언급을 했습니다만, 신달자(愼達子) 시인은, 여자 중학교 2학년 학생 시절 아버지가 애지중지하던 금고에 있던 아버지의 일기장 첫 줄에 쓰인 '오늘도 나는 외로웠다'를 훔쳐 읽고, '아버지는 감성적인 사람이었고, 나약하고 연약한 사람이었다'고 갈파했던 여류 시인입니다.
좌우지간, 남성의 심리를 꿰뚫었던 그 섬세한 감수성의 우리 신달자(愼達子) 시인의 눈(目)에 제가 제대로 걸려들고야 말았습니다. 다시 씁니다만, 저는 이 사실 하나만으로 그저 기뻤고, 그리고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그저 감격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저러나 큰일 났습니다. 우리 신달자(愼達子) 시인에게 오달지게 걸렸으니, 앞으로 시(詩) 안 쓰고 어영부영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랬다가는, '내, 일찍이 네 재능을 그리 아꼈거늘!' 하는 우리 신달자(愼達子) 시인의 시름에 찬 넋두리를 꼼짝없이 듣게 될 공산이 큽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제가 결코 원하는 상황이 아닙니다.
향후의 자료 보전을 위해 재외동포재단 웹진(Webzine) '재외동포의 창' 2014년 07월호에 실린 기사를 아래에 그대로 옮깁니다.
올해로 16회를 맞이한 재외동포문학상 시, 단편소설, 수필, 청소년 부문에 대한 본심 심사가 최근 세종문화회관 지하 ‘설가온’에서 열렸다. 올해 심사를 맡은 각 부문의 심사위원들은 “응모작의 수준이 매년 높아지고 있다”며 이 가운데 당선작을 가려내기 위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성인부문 대상은 모든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가려졌다. 시 부문은 캐나다에서 응모한 백복현 씨의 ‘노스욕 구두 수선방’, 수필 부문은 재미 동포 정민아 씨의 ‘애리조나에 내린 단비’, 소설 부문은 재미 동포 홍예진 씨의 ‘초대 받은 사람들’이 뽑혔다.
40개국에서 시 460편, 수필 249편 등 1천여 편의 응모작이 답지해 해를 거듭할수록 동포문학상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동포들의 열정을 실감할 수 있었다. 재외동포재단은 2012년부터 재외동포에 대한 국내 인식 확산을 위해 응모 부문에 국내 청소년을 대상으로 ‘재외동포’를 주제로 한 글짓기도 실시하고 있다.
심사위원들은 “최근 몇 년간 동일 인물이 꾸준히 응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는 문학 작품을 꾸준히 쓰고 있는 것으로 재외동포사회에 문학의 저변이 확대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주요 부문 당선작 중에는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도 있어서 조금만 더 가다듬으면 바로 등단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특이한 점은 지난해 가작 수상자가 올해에는 대상과 우수상을 받은 사례와 수필과 소설 두 부문에서 입선한 응모자가 나온 점이다.
이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문학 작품을 습작하는 시기에 시, 소설, 수필 등 특정 분야에만 매달리지 않고 다양하게 글쓰기를 해보는 것도 좋다”며 “중요한 것은 꾸준히 글을 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부문 심사에 나선 신경림 씨는 “미국에서 1등이 가장 많이 나왔는데 올해는 1등을 비롯해 캐나다 동포 작품이 많이 돋보였다”고 평했다.
수필 부문 심사를 한 복거일 씨는 “동포문학상 응모작은 이민 사회의 애환을 주제로 한 것이 많았는데 글쓰기 형식면에서 수필과 수기의 경계가 애매모호했다”며 “올해는 수기 형식이 아닌 일상의 소재를 가지고 문학성을 가미한 작품도 많이 나와 다양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소개했다.
최인석 작가는 소설 부문 심사에서 “수기 수준에서 더 나아가 문학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된 작품이 눈에 띄었다”며 “문학성이 올라가는 것은 반길 일이지만 동포문학의 특성인 디아스포라라는 감성도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심사위원들은 수상을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문학 저변이 확대되는 계기로 만들기 위해서는 등단을 돕는 등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수상자 가운데 우수상, 가작 수상자에 대한 시상은 공관 일정에 맞추어 각 거주국 공관에서 치러질 예정이며 대상자는 국내로 초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