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의 정식 표기법은 현재 '알제리'입니다. 이것은 불어의 Algerie의 발음을 딴 것입니다. 튀니지 (Tunisie)의 경우를 봐도 마찬가지인데, 이것은 두 나라가 프랑스 식민지였기 때문에 그렇디고 볼 수 있죠. 물론 그렇다면 북아프리카 나라중에서 역시 프랑스의 지배를 받던 모로코는 왜 마로크(Maroc)라고 표기를 하지 않느냐고 물을 사람도 있겠군요. 그러나 지명과 같은 경우, 특히 유럽에서는 자기 식으로 부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오히려 자기 식으로 부르는 지명이 아닐 경우는 별로 안 알려진 곳이라 할 수 있죠. 예를 들어 스위스 (이것은 불어의 Suisse에서 온 말입니다)의 제네바는 우리 말에서 제네바로 일단 표기되지만 이 나라의 3 개 공용어인 독어, 불어, 이태리어로 쓰면 Genf (겐프), Geneve (쥬네브), Geneva (제네바) 등으로 씁니다. 제네바가 불어 사용 지역임에도 우리 말에서 제네바로 쓰는 것은 아무래도 영어에서는 이탈리아 식으로 또는 라틴어 식을 따라 Geneva로 쓰는 것을 우리말이 따르는 것이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여담으로 스페인어도 Ginebra(히네브라)라고 이 도시에 대한 자국어 명칭이 있습니다. 역사상 중국 이외의 지역은 거의 접하지 않은 우리 나라의 언어에서 외국 지명을 표기하는 전통은 사실 매우 짧기 때문에 구한말에는 한자 음역을 주로 하다가 그 이후에는 일본식, 그리고 그 이후에는 영어식이 대세를 이룹니다. 그래서 우리말에서는 나라 이름 같은 경우는 영어식으로 정해진 경우라도 도시와 같은 그 밖의 경우는 되도록 현지 방식을 따르도록 합니다 (러시아, 오스트리아와 모스크바(Moskva), 빈(Wien)이 보기가 될 수 있겠지요). 굳이 rakhee님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면 일본식 표기의 영향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겠죠. 우리말의 서양 지명 표기는 일본어를 매개로 하여 들어온 경우가 많으니까요. 예를 들어 Luxemburg의 경우 룩셈부르크라고 독일식으로 쓰는데 비록 이 나라의 공용어 중에 독일어가 속하지만 프랑스식으로 뤽상부르로 하든가 아니면 룩셈부르크어 (독일어의 중부 방언에서 파생)로 레체부어르크 아니면 영어식으로 럭셈버그로 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리고 이탈리아, 벨기에(네덜란드어)는 자국어 식으로 쓰는데 스웨덴, 핀란드, 폴란드 같은 나라는 영어식으로 쓰는 것을 보면 일본어를 따른 것 같기도 하겠습니다만 이런 식으로 일본의 손만 닿으면 더러운 걸레라도 되는 양 바라보는 것은 결코 우리 자신을 위해서도 좋지 않습니다. 문화라는 것은 어느 쪽에서 줄 수도 있고 받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지명 표기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으며, 한 가지만의 편협한 규칙을 적용 시킬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제 기억에도 예날 사전을 보면 알제리아나 튜니지아로 표기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아니면 큐바, 하바나 (이것들은 영어식이므로 쿠바, 아바나로 현재는 씀)와 같은 경우도 있었고요. 이제는 거의 이런 것들은 정리가 되었죠. 한 때는 약간 무리하게 원칙을 적용 시키다 보니 예를 들어 중고교 교과서에 보면 에스파니아로 쓰도록 했었지만 지금은 스페인으로 그냥 우리에게 익숙해진 말로 쓰고 있습니다. 이렇듯 겉으로는 원칙이 없어 보이는 것 같지만 나름대로의 원칙이 있습니다. rakhee님의 우리말 사랑하는 마음에는 경의를 표하지만 방향을 좀 더 제대로 설정해 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