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치 조선일보를 넘기다가 좀 색다른 기사를 보았다.
경기도 안양에 있는 대안여자중학교에서는 선생님에게 ‘공수 인사’를 한다는 내용이다.
수업을 시작할 때나 마칠 때 학생들은 '차려! 공수! 인사!' 라는 구령과 함께
모든 학생들이 두 손을 포개놓고 7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면 선생님도 같은 자세로 인사를 한다. '공수 인사'는 1년 전부터 시행했는데 학생들이나 학부도들의 반응도 아주 좋다고 한다.
사실 ‘공수(拱手)’란 낱말은, 어려서부터 한문을 가까이 한 중 노년 세대들은 대부분 이해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는 상당히 낯선 용어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언뜻 한글로 ‘공수’라고 써 놓으면,
공격과 수비를 뜻하는 '공수(攻守)‘나,
항공기를 이용한 수송을 뜻하는 '공수(空輸)’나
‘빈손을 뜻하는 '공수(空手)’를 연상하기는 쉽지만
‘공경의 뜻을 내타내기 위하여 두 손을 포개어 얹음’이란 뜻이 있다는 것은
국어사전을 찾아 본 뒤에야 알 수 있을 듯하다.
옛날의 예법은 대체로 까다롭고 번거로워서 제대로 지키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간편한 것을 좋아하는 요즘 세대들에게는 고리타분한 구시대의 유물 쯤으로 생각하기 쉽다.
두 손을 포개는데도 일정한 규정(공수법)이 있는데 이것도 제법 까다로워서 이를 제대로 지키려면 신경깨나 써야한다.
네이버에서 ‘공수법’에 대한 검색을 해보면 아래와 같은 내용이 있다.
●손을 맞잡는 공수법(拱手法)
1. 남자의 평상시 공수는 왼손이 위이다.
2. 남자의 흉사(凶事 : 사람이 죽어서 약 백일(졸곡)까지를 말한다.)시 공수는 오른손이 위이다.
3. 여자의 평상시 공수는 오른손이 위다.
4. 여자의 흉사시 공수는 왼손이 위이다.
5. 공수할 때 엄지손가락은 엇갈려 낀다(소매가 넓고 긴 예복의 소매 끝을 눌러 흘러내리지 않게 한다).
6. 평상복을 입었을 때는 공수한 손의 엄지가 배꼽부위에 닿게 내린다.
7. 소매가 넓은 예복을 입었을 때는 공수한 손이 수평이 되게 올린다.
8. 공수하고 앉을 때는 남자는 중앙에 여자는 오른쪽 다리위에, 한무릎을 세울 때는 세운 무릎위에 공수한 손을 얹는다.
나도 전부터 위의 내용을 알고는 있었지만 가끔 헛갈릴 때도 있다. 그럴때는 단추달린 윗도리 옷을 생각하면 바른 방법이 생각난다. 남자옷은 단추구멍이 왼쪽에 있다. 여자옷은 반대로 오른쪽에 있다. 따라서 평상시(경사시) 공수법은, 남자는 왼손을 위에 얹고, 여자는 오른손이 위에 얹으면 된다. 흉사(애사)때는 각각 반대로 해야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옛날에 이런 규정을 만들때 무슨 음양의 이치에 근거해서 정해 젔는지는 몰라도, 한편 생각하면 골치아프게 따지지 말고 그냥 아무 손이나 생각나는 대로 공손하게 모으면 된다는 생각도 든다. 정작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마음과 정성이 문제다.)
참여정부 시절의 일로 기억하는데, 청와대 수석(비서)들이, 대통령에게 결재서류를 올리고 기다리면서 두 손을 공손히 포개고 서 있는 모습을 방송에서 보았다. 그런데 오른손을 위에 놓고 있었다. 평상시나 경사시에는 왼손이 위이고 흉사(애사)시에는 오른손이 위인 공수법을 제대로 모른 듯하다.
이번 조선일보 기사에 실린 사진을 보니 여학생들이 하나같이 오른손을 위로하여 공수법에 맞는 자세를 하고 있었다. 1년 전에 ‘공수 인사’ 아이디어를 내어 시행한 분이 그 학교 교장선생님이라니 어련히 잘 지도했으랴!.
조선일보 인터넷 판에는 그 학교에서 ‘공수 인사’를 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올려서 자세히 보았는데, 학생들이 일어선 상태에서 반장으로 보이는 학생이 먼저 ‘차렷!’하고 나서 ‘공수!’하면 모든 학생들이 손을 포개고, 그 다음에 ‘인사!’하면 “선생님, 사랑합니다~”라고 하면서 공손히 허리 굽혀 인사를 하였다.
다 좋은데 인사를 할 때 ‘공수!’란 한자낱말 구령을 붙이는 것은, 노년 세대가 보아도 조금은 어색하다. 젊은 세대에 맞게 한글로 하면 좋을 듯하다.
‘차렷!’...‘두손모아!’...‘절(拜)~’(또는 ‘경례~’)로 하면 어떻까 한다.
옛날의 예법은 너무 형식에 치우쳐서 까다롭고 번거로워서 노년세대들도 제대로 지키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첨단 과학시대를 사는 바쁜 젊은 세대들에게는 더 말해서 무엇하랴? 옛날부터 전해오는 예법도, 젊은 세대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 자연스럽게 시행할 수 있도록 현대화 하여, 복잡한 의식절차를 간결하게 하고, 말하거나 적기 어려운 한자식 용어는 쉬운 우리말로 고칠 필요가 있다.
2008.6.24
백솔샘(한말글사랑한밭모임 알림일꾼)
*조선일보 기사 바로읽기: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6/23/2008062301708.html
*전통혼례 홀기(笏記)의 어려운 한문원문과, 한글로 쉽게 풀이한 글 보기
http://kin.naver.com/knowhow/entry.php?d1id=5&dir_id=5&eid=Mq2gGaKNMI6DWUl94hsROCC9jWiHA/o3&qb=yKax4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