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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법률의 한글화는 반드시 이루어야 한다!

성 명 서
-법률의 한글화는 반드시 이루어야 한다-

우리 나라의 공용 문서는 1948년 법률 제6호로 공포된〈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한글로 쓰도록 되어 있다. 이 '한글 전용법'은 일제가 빼앗았던 우리 말과 글을 바로 세우며, 권위주의적이고 관료주의적인 일제식 법령 체제와 행정 관행의 악습을 청산하자는 취지이다. 그러나 법률로 '한글'을 나라글자로 정해 놓고도 오히려 법률만은 아직도 한자를 혼용하여 온 모순과 무지는 부끄러운 우리의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 법제처가 1980년대부터 법령 용어 순화에 관한 책을 펴내고 법령 용어를 다듬는 등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2000년 5월에 '법률 한글화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지난 3년 동안 법률의 한글화에 눈에 띄는 성과를 이루었다. 마침내 법제처는 법률의 한글화를 전면 시행하기 위한〈법률 한글화를 위한 특별 조치법〉법안을 국회에 내기에 이르렀다. 늦은 감은 있지만, 비로소 국민 중심의 새로운 법률 문화가 이 땅에서도 꽃피울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한자교육 진흥법'이라는 망국적인 법안을 만들어 물의를 일으켰던 박 원홍(한나라당) 의원이, 이번에는 법률을 국민에게 돌려주자는 법제처의 '특별 조치법'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내었다. 이 성명서에 따르면, '법령에서까지 배제된다면 한자는 설 곳이 없게 된다.'며 법률의 한글화를 '우리말인 한자를 죽이려는 정부의 잘못'이라 비판하고 있다.
신문, 잡지를 비롯한 우리 나라의 거의 모든 출판물이 한글로만 씌어져 발행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한자가 법령에서 배제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이것이 역사의 순리이다. 우리 나라 경제 활동 인구의 80%가 한글 세대인 것을 들추지 않더라도, 첨단 정보 산업 시대에 한자는 이미 설 곳이 없어진 장애물일 뿐이다. 게다가 한자가 우리말이라는 대목은 한자로 낱말을 만들어 맞추기에 익숙한, 일제 때 교육 받은 사람들만이 주장할 수 있는 넋두리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한글 세대 가운데 '한자가 우리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정부와 구 시대 관료·지식인 들은 하루 빨리 한자에 대한 우상 숭배적인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봉건 시대나 일본 제국주의 우민 정치의 암흑 시대에는 한자를 깨친 자만이 특권층의 자격을 얻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암흑 시대의 특권자의 행세를 하던 시절에 연연하는 망령이 용납되지 않는 열린 사회이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국민이 권리와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법률의 한글화는 당연한 것이다. 따라서, 법률의 민주화 곧 법률의 한글화는 법률이 국민 생활 속에서 국민을 위한 것으로 자리잡는 가장 기본적인 바탕이다.
국민의 대변자인 국회의원 여러분은 한자의 미몽에 빠져 있는 일부 사람들의 넋두리에 귀를 기울이지 말고, 법제처가 각고의 노력으로 정비한〈법률 한글화를 위한 특별 조치법〉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법률의 한글화는 반드시 이루어야 한다.


2003년 11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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