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국회가 문을 열었습니다.
이번 국회의원 가운데에는 어느 국회보다 훌륭한 분들이 많이 당선되어 깨끗하고 정직한 의정 활동, 우리 말글과 나라 사랑 겨레 사랑을 실천하는 일에 힘쓸 것이라 기대합니다.
그래서 우리 학회(회장: 김계곤)는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 공동대표: 김성훈)과 공동으로 아래와 같이 '국회 보람(배지)을 한글로 바꾸어 주십시오!'라는 건의를 했습니다.
이번 제17대 국회에서는 우리의 이 건의를 꼭 받아들일 것으로 믿습니다. 그래서 그 동안 의혹과 유혹으로 얼룩지게 했던 '或' 자를 떼어내고, 중국의 국회도 일본의 국회도 아닌 당당한 대한민국의 국회로 거듭나는, 역사에 길이 남을 제17대 국회가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우리 겨레와 나라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 이 일을 바로잡기 위해서 우리 모두 힘을 모읍시다.
건 의 서
―국회 보람(배지)을 한글로 바꾸어 주십시오! ―
새운 제17대 국회에 거는 기대는 사뭇 각별합니다. 이번 제17대 국회의원 가운데에는 민생과 경제, 그리고 문화 발전을 꾀하려는 개혁적인 인물들이 많이 당선되었기 때문입니다. 각 당에서도 이에 발맞추어 매우 신선한 개혁의 밑그림들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국회의 틀은 고쳐져야 할 것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시급한 것이 바로 국회의 보람(배지)입니다. 선거후 당선자가 등록을 하면 국회의원 신분증과 보람을 교부받는데, 국회의원 보람은 국민의 대표임을 나타내는 상징물입니다. 그런데 보람 안에 있는 본디 글자는 '나라 國(국)'을 나타내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그 의미와 형태가 크게 잘못되어 있어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곧 '○'을 '입 구(□)'로 보아 '□+或=國'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을 단순한 테두리로만 볼 경우에는 '或'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국민의 일부는 우리 국회를 지난 50여 년 동안 나라의 민의 기관이 아닌, 의혹, 유혹과 미혹으로 얼룩진 정치사로 인식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 안에 한글로 국민의 대의 기관임을 뜻하는 글자를 넣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본질적으로는 국회의원과 정무직 정부 관료, 사법부 간부들의 직위를 상징하는 권위주의적인 '보람'이 사라져야 합니다. 다만, 이에 대해 많은 토론을 해 보시길 바라며, 그 중에서 우선 국회에서 마음만 있으면 당장 고칠 수 있는 다음의 몇 가지 사항을 긴급히 건의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국회의원 보람에는 한글로 '국회'를 상징하는 표현을 해야 합니다.
둘째, 국회의원의 이름패도 원칙적으로 한글로 제작하여 보급하되, 필요한 의원은 한글과 한자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하면 될 것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제17대 국회에서 한글 이름패를 선택한 당선자가 80%를 넘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에서 보여 주듯이 이제 국회도 변하고 있습니다. 국회 본회의장 발언대 벽에 크게 붙어 있고, 국회의원들이 가슴에 달고 다니는 국회 보람이야말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상징으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자신들의 신분을 잘못 표시한 보람을 달고 다니는 국회의원에게서 정의롭고 바른 행동, 바른 정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에 새로 개원하는 제17대 국회에서 꼭 바꾸어야 할 것이 바로 국회 보람인 것입니다. 현재의 국회 보람에 있는 '或' 자를 떼어내고 한글로 '국회'라고 표기하여 중국의 국회도 일본의 국회도 아닌 당당한 대한민국의 국회로 다시 태어나기를 강력히 건의합니다.
2004년 6월 3일
경제정의실천연합 공동대표 김 성훈
한글 학회 회장 김 계곤
김준우: 안녕하세요? 국회의원의 보람을 한글로 한다기에 이곳에 몇글자 적습니다.
이왕이면, 한글로 하되 우리나라 말로(토박이말) 했으면 더욱 좋을 듯 합니다.
왜냐하면, '국' 이라는 것은 중국에서 건너온 글자, 한문을 소리나는대로 읽은 것이기에
순수한 우리나라의 얼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기에 이왕이면, 우리나라의 얼이 살아있는 글자가 좋지 않겠습니까?
또한 '국'이라는 것은 그 뜻이 '나라'라는 뜻으로 어떻게 국회의원이 나라입니까?
국민을 대표한, 또 위한 일꾼이며, 머슴이고, 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국'이라는 글자는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권위주위의 사로잡히게 합니다.
그래서 정말로 국민을 위한 일꾼이라고 생각한다면, '국' 이라는 글자 보다는
'종' 또는 머슴의 첫글자 '머' 또는 일꾼의 첫글자 '일'로 하는 것이 한글과
우리나라의 얼을 살리는 것이 되지 않겠습니까? -[2004/06/09-09: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