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주도 영어마을 조성은 소중한 제주도 방언의 보존과 우리 말글의 발전에 심각한 피해를 가져올 것이며, 사교육비를 늘리고 정상적인 학교교육을 왜곡할 수 있으므로 그 계획을 모두 철회하여야 한다.
2. 경기도 ‘영어마을’ 이후 나라 안이 온통 상업적 영어마을로 들끓고 있다. 2006년 전국에서 운영 또는 추진 중에 있는 영어마을은 모두 45곳인데, 이 가운데 운영 중인 곳이 23곳이며 계획 수립 또는 진행 중인 곳이 22곳이었다. 최근에는 부산시가 2020년까지 2775억 원을 들여서 영어 상용지구를 만들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으며, 심지어 대학들도 나서서 영어마을 장사를 함으로써, 국가 교육정책은 날로 심각하게 왜곡되고 있는 실정이다.
3. 재정경제부는 얼마 전, 제주도 115만 평에 여의도 면적 1.3배 크기의 ‘영어 전용 타운’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초?중?고, 대학 등 정규학교 과정 모두를 영어 몰입교육으로 하고, 영어 전용 기숙사, 홈스테이 프로그램 등 숙박시설과 상업시설도 함께 조성한다고 했다. 인구 백만 명도 안 되는 두바이의 ‘교육시티’ 등을 염두에 두고 조성되는 제주 영어 전용 타운은 제주도민의 재원 조달이나 저소득층 비용 부담 문제, 지자체간 경쟁, 학생 선발 방식 등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만 해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업계에선 제주도에 영어 전용 타운 시설을 건립하는 비용이 약 1조 2000억 원에 달하는 데다 연간 운영비도 막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4. 이 나라 교육은 영어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망상으로 학생과 학부모를 볼모로 잡고 있다. 학교 교육에 대한 불신과 투자액의 부채 증가로 교육계 전체가 멍들고 있는데도 대통령을 비롯하여 교육부, 재경부는 말할 것도 없고, 국회의원, 지자체장, 지방 의회 의원들은 지역 발전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다는 허울 아래 승산 없는 돈벌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금까지 자치단체들은 ‘지역민 영어 능력 향상, 영어 소외 계층의 공교육 보완, 영어 교육 인프라 제공, 자녀의 해외 연수 대체 효과 등으로 인한 경제 부담 감소’라는 이유를 댔으나, 이 모든 것들은 지역민 모두가 필요로 하는 것들이 아니며, 지역민들이 영어를 배워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는 그야말로 모호한 실정이다.
5. 학교 영어 교육은 대학입시를 위한 무기력한 교육이 된 지 이미 오래고, 학원 영어 교육은 엄청난 사교육비 증가를 부추기는가 싶더니, 이젠 나라 전체가 영어마을로 대안을 삼아 관련 기업과 놀아나고 있다. 우리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교육과 무관하게 이루어지는 각종 영어 교육을 반대하여 왔으며, 우리 말글의 발전과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파괴하는 이른바 영어마을 교육은 단기적인 학생, 학부모의 사행심만을 부추긴다고 반대해 왔다. 영어마을이 투자 비용을 회수하기 위하여 무자격 원어민을 뽑고, 교육의 질은 나몰라라 하는 작태를 보이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음을 밝혔다. 결국 영어마을 사업은 또다른 ‘맹목적 영어 유혹’의 하나에 불과하며 절대 대안교육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6. 제주도 영어마을 조성 정책은 우리 말글의 보고인 제주도말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고, 제주도를 말글의 식민지로 전락시킬 뿐이다. 게다가 교통비 등 엄청난 사교육비 증가로 빈부의 양극화를 더욱 부추겨서 교육 수혜의 형평성과 의무교육의 균형을 무너뜨리게 될 것이다. 이러한 파탄을 감수하면서까지 일부 업체의 돈벌이에 휘둘려 ‘제주 영어마을’ 정책을 강행한다면, 칠천만 한글 겨레가 이를 두고 보지 않을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