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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제18대 국회의원 후보와 정당에 바란다



제18대 국회의원 후보와 정당에 바란다



제18대 국회의원 선거가 매우 혼탁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통령 선거가 있은 지 넉 달도 되지 않아 치러지는 총선인 데다가, 세계 경제와 국내 경제가 함께 침체기를 맞으면서 경제를 살리자는 새 정부의 야심찬 출발도 뜬구름처럼 여겨진다. 최근 새 정부는 이러한 시류를 틈타 책임 있는 전문가의 논의도 거치지 않고 영어 몰입 교육이라는 반역사적 정책을 내세웠다가 백지화하는 등 신출귀몰한 정책 혼선으로 사교육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백년대계인 교육 정책을 맨 먼저 꺼내 경제를 살리겠다는 발상은 경제와 교육을 동일하게 여기는 매우 편협한 생각이며, 오히려 수많은 학생들을 볼모로 사교육 경쟁을 부추김으로써 국민의 생활 경제를 뿌리채 흔드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이에 우리는 이번 총선에 나서는 국회의원 후보들과 각 정당에 다음과 같은 우리의 주장을 강력히 전달하는 바이다.



학교 교육과 언어 정책은 우리나라 말글로 우리나라 정서를 가르치는 건강한 교육을 그 바탕으로 삼아야 한다.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창제하신 바탕은 모든 백성이 지식을 넓히고 의사를 전달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려는 생각이었다. 그것은 교육의 기본이고 나라의 바탕이며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었다. 사람이 올바르게 사람 구실을 하도록 이끄는 것이 교육이라면, 그 나라 말글로 고르고 바른 교육을 제대로 펼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교육 현장은 영어가 모든 교육의 으뜸이라 여기게 만들어 교육의 균등한 기회를 박탈하고, 사교육 열풍을 일으키며 빈부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



학교 교육은 학생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한 교육으로 나아가야 하며, 이권 개입이나 경제적 논리가 빌붙어서는 절대 안 된다.

지식이나 교육이 상업적 수단이나 도구로 이용되어 교육 받을 기회에 차등이 생긴다면, 공교육이 지니는 올바른 교육은 절대 이루어낼 수가 없다. 특수한 교육은 학생들의 자율적인 선택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국가는 스스로 선택한 특수한 교육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중학교에서부터 이루어지던 외국어 교육이나 선택 과목을 초등학교까지 확대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안일한 발상이며, 오히려 중?고등학교 교육을 효과적으로 이룰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미국말 실력을 학생들의 능력을 가늠하는 잣대로 삼기보다는, 새 시대에 걸맞은 다양한 지식을 골고루 습득할 수 있는 교육의 기회를 넓혀 주어야 한다.

현대 사회는 수많은 정보와 지식이 넘쳐나는 사회이다. 다양한 지식을 골고루 체험하고 이해하면서, 자기의 적성에 맞는 관심사를 깊이 있게 공부하는 데 도움을 주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하여 국가와 기업, 사회 전반의 지도자들이 협력하여야 한다. 영어(미국말)를 모든 시험의 기본으로 삼아 각자의 최고 능력으로 여기며, 개성과 적성, 관심사 들을 무시하고 획일화한다면 개인과 집단 모두가 받는 피해만 늘어날 뿐이다. 광복 이후 우리의 학교 교육은 해가 갈수록 더욱 영어 교육에 매달렸고, 이 영어 교육으로 말미암아 다른 모든 과목은 부수적인 교육으로 전락하였으며, 하룻밤에 외워버리는 암기 과목이 되고 말았다. 심지어 우리 말글과 역사, 윤리 과목은 이제 헌신짝처럼 버려진 지 오래다. 영어 공교육 강화, 사교육 팽창은 교육을 돈 주고 살 수 있다는 저급한 자본 지상주의로 떨어뜨렸고, 스승을 쓸모없는 존재로 몰아붙였다.



외국어를 가르치는 사람은 우리의 교육 목적과 목표를 이해하고 이를 학생들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곧 정식 교원 양성 기관에서 배출된 교사로서 교육자의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급한 생각으로 짧은 시간 안에 외국어를 익혀 쓰게 하려는 교육은 언제나 실패하며, 국가 경제나 가정경제에 미치는 손실만 늘어날 것이다. 더욱이 자격이 갖추어지지 않은 교원이 교육 현장을 지킨다면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폐단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공교육이 영어 교육을 확대하면 할수록 사교육의 영어 몰입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이 말은 공교육에서 영어를 등한시할수록 학생들은 영어라는 멍에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개성 있고 적성에 맞는 관심사에 집중하여 전문적 지식을 키울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영어 교육에 쓰는 비용을 사회에 나가 평생 벌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청소년기에 빼앗긴 금쪽같은 시간은 되돌릴 수조차 없게 된다. 무역과 교역, 문화 교류의 폭이 날로 넓어지고 다양화하는 지구촌 시대를 열어갈 새 세대를 위해, 영어시험이 필수이다시피 한 모든 기업의 기업주들은 이제 영어 획일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미 일본이나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이러한 미국말 교육의 폐단을 극복하기 위하여 영어 몰입 교육을 버린 지 오래다.

한글, 한글이야말로 우리가 백년 교육을 펼치는 데 가장 좋은 도구이며,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우리 과학 문화의 자랑거리로서 경제력과 국가 경쟁력도 여기서부터 생긴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에, 우리는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과 정당에 올바른 교육 철학을 갖고 맹목적 영어 숭배 사상을 몰아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바이며, 후보자 또는 정당에서 우리 말글 정책에 대한 실천 가능한 공약이나 의견을 내놓은 사실이 있는지 묻고자 한다. 그리하여, 이번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우리 말글 정책을 내놓은 후보자나 정당에는 한글 학회와 한말글 문화 협회를 비롯한 모든 한글 관련 단체가 적극 지원하고 그 정책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도록 온힘을 다하여 도와 줄 것이다.



2008. 3. 25.



한글 학회 부설 한말글 문화 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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