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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교과서 한자 병용을 되살리려는 법안은 멈추어야 한다

[성명서]

교과서 한자 병용을 되살리려는 법안은 멈추어야 한다

 

 

  지난 122일 김예지, 이달곤, 김석기, 윤두현, 이명수, 이종성, 김선교, 김승수, 홍석준, 윤창현 국회의원이 ·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였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병용하자는 내용이다. 불과 몇 해 전 교육부가 한자를 함께 쓰면 국어 어휘력이 향상된다고 하여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병용하려는 방침을 슬며시 내놓았다가 국민들의 엄청난 저항에 부딪혀 결국 두 손 들고 말았던 망령이 이번 법안 발의에서 되살아나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는 당장 이 법안의 발의를 철회하기를 강력하게 요구한다.

 

  우선 의원님께 묻습니다. 의원님께서 직접 쓰신 법안 발의문을 보면 모두 한글로 작성하셨습니다. 발의문에 사용하신 표현을 빌려서 되묻겠습니다. “그 발의문을 쓰고 읽으실 때 올바른 이해와 표현에 어려움이 있으셨습니까? 문장력과 사고력이 저하되셨습니까? 세대 간 의식 차이가 심화되셨습니까?” 만약 그러시다면, 오늘부터 모든 의정활동을 국한문 병용으로 하시기 바랍니다. 만약 그렇지 않으시다면, 이 법안의 발의를 바로 거두어들이십시오. 왜냐하면 초등학생들에게 있어서 한글만 쓴 교과서도 더더욱 그렇지 않습니다.

 

  2016년 가을, 바로 4년 전 헌법재판소가 국한문혼용을 위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이는 일상의 글자생활에서 한글만 쓰는 것이 편리할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글자를 통한 소통이 가능하다는 시대적인 흐름을 받아들인 것이다. 우리가 한글만 쓰는 것은 누가 강요해서가 아니다. 한글만 쓰는 것이 편리하고 지금 우리들에게 매우 자연스러운 글자생활이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 한글만 사용하는 것은 온 국민이 함께 누리는 글자생활의 평등이다. 한글전용은 글자생활의 표현과 이해의 자유를 누리는 것이다. 이러한 너무나도 당연하고 합리적인 글자생활을 멈추고, 국민들의 평등한 글자생활을 불가능하게 하는, 글자생활의 정보화와 과학화를 가로막는 국한문 병용을 주장하여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섞어쓰자고 하는, 이러한 국력을 낭비하는 논쟁에 헌법재판소가 마침표를 찍은 심판이었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되돌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이미 학계와 시민단체에서 연구하고 토론하고, 심지어 헌법재판소 심판까지 거친 구체적인 논의를 이 자리에서 되풀이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한글만 쓰면 국어의 올바른 이해와 표현에 어려움이 있다든지, 문장력과 사고력이 저하된다든지, 세대 간 의식 차이가 심화된다든지 하는 근거 없는 이유로 발의한 법안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

  초등학교 교과서의 한자 병용 정책으로 한자교육 시장과 한자시험 시장이 과열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데, 이로 인해 학부모의 사교육 부담이 엄청나게 늘어나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20201210

 

한글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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