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사] 우리 말글을 빛내는 일에 힘을 더하겠습니다
제가 우리말을 연구해 온 것이 올해로 오십 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말을 연구하면서 앞선 연구를 계승하고 이를 독창적으로 발전시켜 우리말의 참모습을 밝히려 하였습니다. 앞선 연구는 바로 주 시경 선생, 최 현배 선생, 허 웅 선생이 이룬 학문 성과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어서 저의 학문은 한글학회의 학문 전통을 이어온 것입니다. 그래서 한글학회는 저의 학문의 깊은 샘입니다.
제가 겨레문화의 빛나는 별인 우리말과 우리글을 가꾸고 지키는 운동을 실천해 온 것 역시 올해로 오십 년이 되었습니다. 제가 서울대학교 국어운동학생회에 가입하여 한글학회의 말글 실천 정신을 이어받아 왔으니 한글학회는 저의 국어운동의 깊은 뿌리입니다.
이렇듯 지난 오십 년간 한글학회는 저의 삶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지난 6년 동안 이러한 한글학회의 회장을 맡았다는 것은 저에게 하늘만큼 큰 영광이었습니다. 한글회관에 들어설 때마다 느끼는 설렘, 사무실 책상 앞에 앉을 때마다 다가오는 책임감, 사무실 벽에 걸린 조선어학회 선열들의 사진을 마주할 때마다 솟아오르는 경건함, 이것이 저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한글학회는 단순히 우리말과 우리글을 연구하는 학회가 아니라, 우리 겨레문화를 지켜 온, 그리고 앞으로도 지켜 나갈, 빛나는 큰 별입니다. 그래서 저는 말이 올라 나라가 오르고, 나라가 오른 만큼 말도 오르는, 그러한 겨레문화를 한글학회를 통해 이루고자 힘썼습니다. 이를 위해 젊은 학자들과 뜻을 함께하여 우리 말글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술 활동을 깊이 있게 펼쳤으며, 우리 말글을 사랑하고 가꾸는 사회 각계각층의 개인, 단체들과 힘을 모아 우리 말글의 가치를 드높이는 국어운동을 널리 펼쳤습니다. 그리고 연구와 운동, 이 둘이 조화를 이루도록 힘썼습니다.
이러한 저의 노력이 얼마만큼 성과를 이루었는지 감히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성과가 있었다면 이는 오로지 회원 여러분의 성원과 협력에 힘입은 바라 믿습니다. 이에 마음 깊이 고마움의 말씀을 올립니다.
한글학회는 백 년의 역사를 넘어 이제 120년의 역사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에 세계 속에 우리말과 우리글의 위상을 더욱 높여 빛내고, 국민 모두가 우리 말글을 바르고 쉽게, 그리고 품격있게 쓰도록 하는 일에, 어디에 있든, 함께 힘을 보탤 것을 다짐하며 작별 인사를 드립니다.
한글학회 제60대·61대 회장 권재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