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맞아... 정지용의 시
<향수>
를 읊조리며 그 노래를 들어 봅니다. ☞ 노래
그리고 오래 전에 만들었던 그 파로디를 이 곳에 올려 봅니다.
정지용의
<향수>
는 민음사에서 간행된 정지용 전집에 실린 그대로 옮겼습니다.
<향수>
- 정지용
<향수>
- 파로디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활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든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傳說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의와
아무러치도 않고 여쁠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안해가
따가운 해ㅅ살을 등에지고 이삭 줏던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석근 별
알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집웅,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어 도란 도란거리는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높은 나무 서쪽 끝으로
여름 이야기 실어 실개천이 흐르고,
종자 모를 개들이
주인 따라 산책을 당하는 곳,
- 이곳도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밤이 내려앉아
늦은 발걸음 더욱 부지런하고,
짙은 졸음에 겨운 어린 아들이
뽀뽀하자고 안겨들던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바람결에 자란 내 마음
먼 산 먼 강 그리워
아득한 유년을 찾아
사계를 따라 돌던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나 이뻐?'에 춤추던 비행기 울림
들인 배 가슴 날리던 어린 친구
멀리 부를 때마다
사철 달리고 있는 아내가
힘든 삶도 가벼이 씩씩한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구름
스러져가는 붉은 기운,
물을 떠난 물새들의 행진,
초라하게 우짖으며 서로만 읽고 읽히는 곳,
- 이곳도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이 파로디를 제가 쓴 날은 일기를 보니 1998년 2월 26일이군요.
그 때 아마 고향 생각이 무척 많이 났었나 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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