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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얼굴들

23박 24일에 걸쳐 대륙 횡단을 다녀 온 나는 여정도 풀기 전, 재미 한인 학교 협의회에서 주최하는 20차 학술대회에 참석하고자 필라델피아를 향하여 떠났다. 정선미 선생의 만남을 기대하며 7월 18일(목) 하이엇트 호텔에 도착한 나를 로비에서 오 쥴리아 선생님께서 반갑게 맞아주셨다. 김신일 박사의 <한 민족의 정체성> 강의가 끝난 후, 나오는 나를 툭 치는 사람이 있었다. 이조 여인, 이애숙 선생이었다. 외출 금지령에 있었다고 생각한 이조 여인 출두하심에 나도 모르게 기쁨의 함성을 질렀다. 너무 반가웠다! 그녀도 나를 꼭 안아 주면서 손을 꼭 잡고 나주질 않았다. 지난 학회에서 만난 좋은 친구라며 윤병남 회장과 동료들에게 소개해 주었다. 전혀 예상치 않았던 이조 여인의 만남은 나를 상기시켰다. 그런데 정 선생의 흔적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이라도....

금요일 오후, 나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강의실을 향하여 올라가고 있었다. 위에서 '원더우먼' 하고 정 선생의 정다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중부지역협의회의 도우미역할을 맡고 열심히 봉사하는 선생님의 모습은 지쳐있었다. 필라델피아 영생교회에서 준비한 만찬의 밤을 참석하기 위해 막차를 타고 가면서 우리는 기다렸던 데이트를 2시간동안 했다.

김신복 차관을 비롯하여 전국에서 참여한 교사들을 위하여 영생교회에서 베풀었던 만찬의 밤은 은혜스러웠다. 꼬마들의 고전무용, 장구춤 찬양, 가곡에 이루기까지 다양한 프로그램 중 특별순서가 있었다. 벅스 카운트 한국학교의 유일한 미국학생의 수필을 낭독하는 시간이었다. 3년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한국 학교를 다녔다는 제시카 라이큰수학생의 수필은 훌륭했으며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그녀는 9월부터 서던 캐러포니아대에서 동암문화를 전공할 예정이라고 했다. 지난여름 제일 친한 한국친구 애미와 한국을 방문한 그녀는 '가장 뜻깊은 여름이었으며 굉장한 체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이유는 아마도 본인이 전생에 한국 사람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그녀의 숙명적인 말은 모든 군중을 폭소로 이끌었다. 모든 분들의 경탄의 소리와 뜨거운 갈채의 박수를 받은 그녀가 나는 자랑스러웠다. 우리 반의 입양아, 애렉스 노벡과 애쉴리 시글이 생각났다. 그리고 혼혈아인 앤과 스캇도.... 그들도 2년 후에는 제시카처럼 될 수 있을까? 자신 있게 나는 '예스'라고 선뜻 말할 수가 없다. 지금 한국학교에서 이솔반도 가르치는 제시카의 희망은 '아마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울 테지만 정 선생님처럼 잘 가르쳐 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 라고 말했다. 그녀의 훌륭한 스승이 우리 5기생 정선미 선생님이라는 사실이 하염없이 기쁘고 자부심을 주었던 참 좋은 밤이었다. 우리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 을 마지막으로 손에 손을 잡고 부른 후, 호텔을 향하여 발길을 돌렸다.

이 학술대회의 주제는 <세 시대를 여는 교사> 이었다. 귀하신 내빈이 많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던 지구촌 한민족 정체성 개발 특별 심포지움 중에 서울대 명예교수이신 이광규 교수님의 <재미 교포는 한민족의 자산> 이라는 특강은 대갈채를 받았다. 대한민국 재외동포재단의 권병현 이사장은 <재외동포 청소년 사이버 한국어 강좌> 를 2003년 1월쯤 개발할 예정이며 21세기 우리 민족에 있어 핵심과제는 6백만 재외동포와 7천만 민족이 <한 민족 network 시대> 를 열어 가는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 토요일에는 만찬과 더불어 시상식 그리고13개 지역협의회 장기자랑도 있었다. 연회장에서 문법강사이신 남기심 교수님도 뵀다. 학회 연수생들을 꽤 만나보셨다며 흐뭇해하셨다. 우리 5기 모범생 미스 멕시코도 기억나시냐고 여쭸더니 교수님의 독특한 미소로 답변하시며 웃으셨다. 미스 텍사스 이석미 선생님도 만났다. 누리 집에 꼭 놀러오라고 했다. 그리웠던 선생님을 한 분, 한 분 뵈면서 더욱 더 그리움으로 휩싸이는 이 내 마음! 그리워지는 얼굴들.....'강재형! 이정자, 조재영, 김영옥....' 한 분, 한 분의 이름을 호명하면서 출석을 확인했던 김 한빛나리 선생님의 목소리와 함께 떠오르는 얼굴들. 그들의 형체는 어느 덧 <고스트> 의 팻트릭 스웨인의 모습처럼 나의 앞에 서 있다.

내 짝꿍 볼리미아 마나님, 신음을 하며 앓는 그녀 때문에 밤을 꼬박 새며 응급실에 갈 대비를 했던 그 길었던 밤이 지금은 그리운 추억의 날들로 남아있다. 그녀의 비자관계로 열심히 뛰어다니며 땀흘리셨던 조 선생님, 사진도 열심히 찍어 주셨는데 본인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는 분. 그리고 마나님을 위해서라면 휠체어 대신 자신의 등을 빌려드리겠노라고 매사에 적극적이신 젊은 오빠. 101호실에 빵장님, 이정자 선생님 그리고 방원들. 반장님과 미스 멕시코. 정자 고을 강재형 이장님 그리고 정자 마을의 식구들. 사투리 여왕 황미자 선생님. 박 라이사 선생님 친척의 흔적을 찾아주시기 위하여 동서남북 알아보시던 '인정 듬뿍'의 유운상 국장님. 존경하는 허웅 회장님과 교수님들께도 안부인사 올립니다.

이번 6기생은 물론 모범생들만 동원하였겠죠? 아마 그 누구처럼 꾸벅 꾸벅 졸며 시험 공부 '땡강생'은 없었겠죠? 지난해에 급작스럽게 실시된 평가 시험 때문에 불면증 그리고 소화불량 및 변비증으로 괴로웠던 5기생들이 꽤 있었죠. 이호영 교수님은 물론 정각에 도착하졌겠죠?

필라델피아에서 개최된 학술대회는11시 15분쯤 막을 내렸다. 정 선생님은 필라를 상징하는 자유의 종을 나누어주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 부둥켜안고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빈약한 여인이 어디서 힘이 나는지 나를 으스러지게 안아주었다. 학술대회에 처음으로 참석했던 이조여인은 몸이 아파 오후 강의도 듣지 못 했다며 수척한 모습이었지만 나를 안아주며 뺨에 키스까지 해 주었다. '아니, 부인!' 오 교수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우리는 서로의 전류를 느끼며 다음해 때 또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돌아섰다. 그리고 우리의 인연을 이어준 한글 학회에게 감사하며 우리는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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