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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뇌를 시켜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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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운동을 안하다 운동을 아주 열심히 한 댓가를 톡톡히 치뤘다.

내가 배우는 춤이 대부분 엉덩이를 힘차게 돌리거나 흔들거나 하는 모션들이다. 게다가 안하던 기계로 팔뚝 운동도 했고, 윗몸일으키기도 너무나도 열심히 했다. 내 단점은 뭐든 시작하기까지가 어렵지. 일단 시작하면 너무나도 열심히 한다는거다. 그게 장점이 될 때도 있지만, 지금같은 상황에선 단점이 되었다.

한국에서 그넘의 배꼽 수술 받은지가 세 달이 다되어가니...난 그걸 까마득하게 잊고 아주 열심히 운동했는데, 으메 그 효과가 나타났다.

맷속 깊은 곳에서 찌릿하고 아픔이 전해져오는 것이 아닌가. 평상시 내 습관대로 무시했다. 하도 자주 아프니 뭐 어디 아픈거같으면 걍 무시해버리는 습관이 있다. 병원? 물론 생전 안간다. 약? 물론 잘 안먹고 개긴다.
그러다 재작년에 호미로 막을꺼 가래로 막은 격이 된 적도 있다.

장염의 무선 전염병이 페루를 휩쓸 때, 난 그걸 걍 무시하고 약 한 첩 안먹고 개겼다.
남편이 옆에 있던 내 또래 아짐들은 일주일씩 입원들을 하고 난리부르스를 떨었지만....언제나 거의 출장가 있는 랑과 사는 난 그냥 혼자 침대에 딱 달라붙어서 버텼다.

덕분에 난 3주만에 9키로가 빠졌고, 지금 생각해보면, 탈수 탈진으로 목숨까지 위험했던 상황이었는데 정말 무식하게도 난 평소의 깡과 개김증으로 물만 마시며 버텨냈다. 아플꺼 다 아프고 막판에 약먹어서 낫지만 ...

그래서 빌빌거리며 약해진 난 일년넘게 그 후유증을 앓았다. 그 때 팍 늙어버렸고 ㅎㅎㅎ 피부도 맛이 팍 갔고, 잃어버린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렇게 평소의 습관대로 개기다. 이틀을 고열에 시달렸다. 머리까지 지끈거리고 아팠다. 뱃속에 뭔가 근육이 잘못되었던가, 염증이 생겼던가 했나부다. 병원? 물론 안갔다. ㅎㅎ (에구 나 무식한거 맞어.) 어제 만난 선생님이 수술하고 일년은 되어야 뱃속이 제대로 아문다고 말했다. 잉. 난 몰랐다.

그래도 그 고열에 시달리면서도 체육관에 돈냈는데 못가니 아깝단 생각을 하며 가서 사우나라도 해야는데...하며 못가는걸 안타까워했다. 담주초면 괜찮아지겠지. 에효. 담주부턴 슬슬 움직여야지. 그래도 겁은 나니 항생제 한 알 먹었다.

한국학교는 가야하니 애들을 끌고 갔다. 한글날이니 예쁜 글씨 쓰기 대회를 열어야한다. 가서 각 학년에 맞는 용지도 찾아줘야하고, 글짓기 심사도 해야하고 맘이 바쁘다.

우리 반 아이 글짓기를 보다가 흐흐 웃음이 나왔다. 대충 그 아이 글짓기를 정리해보면, 제목은 우리 엄마는...

'우리 엄마는 개미와 베짱이의 베짱이같다. 아빠는 개미처럼 열심히 돈벌어 오면 엄마는 그 돈 갖고 맨날 술마시고 옷 사입고 맛있는거 사먹고 비디오 테이프 빌려다 보신다. 우리 엄마는 이쁘지만 키가 작다. 우리 엄마 취미는 낮잠자기다. 술도 되게 잘 마신다. 엄마는 친구들하고 놀러 다니는 걸 참 좋아한다.'

대충 이런 내용이다. 아이의 눈으로 본 엄마의 모습이다.

우리 막내가 엄마에 대해서 글을 쓰면 어떻게 쓸까? 우리 엄마는 맨날 컴퓨터에 붙어 사신다. 아플 때도 컴퓨터앞에서 누워계신다. ㅎㅎ 아마도 이렇게 쓰지 않을까? 조심해야지. 지금은 다들 놀러가서 아무도 없으니까 모니터 째려보기 놀이도 가능하지만, 아이들 눈에 이쁜 엄마 모습이 되어야겠단 생각을 했다. 무서운 아이들 눈이다.

난 가끔 아이들 눈이 무서워 애교도 떨어본다.

'엄마 취미 생활이 뭐지? 웅 마조마조 엄마 취미 생활은 컴퓨터에서 글쓰는거야.'

(에공....세뇌를 시켜야해 이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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