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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려봐 띠발노마

오늘 여기 페루는 휴일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학교를 안가서 아이들이 셋 있는 우리집은 하루종일 버글대는 느낌이다.

아침나절 막내가 이불 속으로 겨들어와서 내 품에서 좀 자더니 장난을 걸어온다. 학교에 안가고 엄마품에서 장난하니 좋은가부다. 나도 올만에 막내딸을 물고 빨고 이뻐해줬더니 기분이 참 좋았다.

느지막히 침대서 빠져나와 빈둥거리는데 랑이 오늘 외출하자고 졸른다. 평소같음 가자고 하며 나갔을텐데...에이 오늘은 귀찮다. 싫다고했다.
삐진 랑은 공부하는 아들넘을 데리고 나가더니 저녁 나절 전화를 했다.

뭐 회를 사려고 부둣가를 갔는데 회꺼리가 없어서 슈퍼마켓에서 바베큐 할 쇠고기 사는 중이라나. 그럼서 다야나네 식구들이 와서 같이 저녁 먹을꺼란다.

그리고 5분 뒤에 다야나네 식구들이 왔는데, 옴마나. 빵집 식구들도 왔네. 그리고 랑 대학 동창이라 친해진 나씨 아저씨. 우리 한국학교 동료 교사 허선생. 애들까지 모두 열명이 몰려온거다.

옹. 간신히 세수만하고 앉아있다가 놀랬다.

고기를 오븐에 굽고 철판에 굽고 아들넘이 본격적으로 고기 굽는 기사가 되겠다고 앞치마를 둘렀다. (평소에 고기굽는 법을 잘 가르쳐놓은게 오늘에서야 빛을 보네그려.)

놀러온 두 집은 아들이 하난 네살, 하난 갓난쟁이니 우리 덩치 큰 아들이 고기도 궈다주고 하며 서비스 만점이니깐 부러워했다.

'뭐 우리집이야 원래 아이들 잘 시켜먹는 집이라 그런 교육하난 확실하지~!!'

우리 식구까지 열 다섯이 연신 구워오는 스테이크와 소세지, 쵸리소 등을 잘라먹었다. 반찬은 샐러드와 김치하나. 갑자기 사람이 많으니 칼과 포크도 모자란다.
그 많던 칼과 포크 셋트는 식모님 여러번 바뀌고 나니깐 몇 개 안남았다. 사람 의심하면 안되지만, 뭐 없어진건 확실하니 우째겄나.

고기는 환상적으로 구워져서 참 맛있게 먹었다. 평소 실력을 발휘해 맛있게 굽던 다야나 남편이 오늘은 철저하게 서비스를 받고만 싶다고 버텼지만 그래도 중간중간 랑하고 같이 가서 구워와서 맛나게 구워졌다.

맥주를 돌려가며 마시다 유머 이야기가 나왔다. 저마다 아는 얘기들을 해주며 즐거워했다. 이런 얘기 나오면 랑은 바보 삼형제 얘기를 꼭한다. 아. 난 정말 수십번도 더 들은거라 그 레파토리를 다 외운다. 게다가 여기 와서 앉은 이들의 반은 들은 얘기다. 내가 하지말라고 재미없다고 딴지를 걸었다.

'하지마. 그거 다 아는 얘기잖어. 나도 다 외운다 뭐.'

그거 들었던 허선생은 기억이 안난다고 또 듣는댄다. 미쵸.

랑은 나한테 삐졌지만 그래도 주위에서 잘 모른다니깐 신나서 시작했다. 그 고유의 표정하며 바보 흉내가 이어졌다.

한 바보 삼형제가 있었는데, 첫째는 양 검지 손가락이 서로 맞닿는걸 못한다. 그래서 그게 닿는게 성공하면 아부지가 핫도그를 사준다케따. 성공해서 아부지가 핫도그를 사줬는데 또 그걸 입에다 넣는걸 못해서 못먹었대나. (으 진부해)

둘째는 툭하면 재래식 화장실에 응가하러 가면 빠져서 빠질 때 옆으로 손을 벌리라고 아부지가 갈쳐줬다. 그래서 빠지다 손을 옆으로 벌리는데 성공한 둘째는 화장실에 안빠져 너무 기쁜 나머지 아부지 만세를 크게 외쳤다. 그래서 빠졌댄다. (이건 그래도 좀 웃기지.)

셋째는 나가기만하면 동네 아이들에게 맞고 들어왔다. 그래서 아부지가 피하는 법을 갈쳐줬다. 아버지 손을 때려보라고 했다. 셋째가 때리니깐 아부지가 얼른 피해서 땅바닥을 때리게 되었다. 피하면 안맞는걸 안 셋째는 동네에서 젤루 쌈 잘하는 애한테 가서 손바닥을 얼굴 앞에 대고 손바닥을 옆으로 피해가며 말했다.

'때려봐 띠발노마'

물론 때려서 손을 피하게 되면 얼굴이 맞게 되어있는 거다. 장난끼가 발동했다.

'어휴 나도 그거 다 외운다. 해볼까?'

랑이 심술이 나서 함 해보랜다. 랑을 보고 랑흉내를 고대로 내며 말했다.

'때려봐 띠발노마~!!'

ㅋㅋㅋ 주위에 있던 사람들 다 뒤집어졌다. 히히~ 이럼서 욕함 해보는거지 뭐. ㅋㅋ

랑 옆에 있던 랑 동창이 웃으며 평소에 맘에 안들고 욕해주고 싶은 사람한테 하면 재미나겠다고 말했다. 랑이 씩씩대며 날 쳐다봤다. 장난끼가 또 발동된다.

'때려봐 띠발노마~'

ㅋㅋ 랑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한다. 헤헤~ 고만해야쥐~

다른 얘기들로 넘어가는데 남자들이 너무 담배를 피워대서 우리가 흡사 너구리가 된 기분이다. 으~ 신경질이 났다. 창문을 열라카고 현관문을 열러 가면서 한마디했다.

'어휴~ 뭐야 뭐야 우리가 너구리야 뭐야 담배를 피려면 창가로 가서 피워야지 거기 가운데 앉아서 피고.............................지랄이야. (이 말은 좀 작게했다.ㅋㅋ)'

내가 평소 그런 말을 안하는걸 아는 그들은 또 다들 또 웃겨 죽는댄다.

난 빵집 딸내미 담임인데 너무 심했나. 학부모 앞에서 말야. ㅋㅋ
랑 얼굴이 심상치않다.

고만 까불어야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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