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한마당         국외교원 한마당         국외교원 한마당

뉴질랜드 여행기 4

하루 하루가 가는게 참 아쉬웠었다. 퀸스타운을 떠나던 날은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구질구질, 으슬으슬 내리는 비 속에 봅스힐 정상으로 곤돌라를 타고 올라갔다. 정상에서 내려다 본 퀸스타운은 엽서에서 보던 그대로다. 여기 저기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건데 여행 전에 이것 저것 많이 알아보고 준비하는 건 좋지만, 한가지 유의할 점은 될 수 있으면 사진을 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을 많이 보고 가면 실제로 현장에 갔을 때 이게 사진인지 진짜인지 구분이 안 가면서 그만큼 감동도 적어진다. 지난 번 앙코르와트에 갔었을 때, 사진을 하도 많이 봐서 그런지 새롭거나 신비로운 맛이 별로 없이 항상 보아오던 것처럼 그냥 친근하고 익숙하게 느껴지면서 좀 싱거운 느낌이었다. 그래서 이번 뉴질랜드 여행에는 될 수 있으면 사진을 안 보려고 했는데 퀸스타운의 정경은 너무 유명하다 보니 머리 속에 콱 박혀서 산 정상에 서 있을 때는 내가 꼭 엽서 속에 있는 느낌이었다. 또 한 가지는 여행지에 대해 너무 많이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그냥 그러려니, 별 생각 없이 간 곳에서 훨씬 더 감동을 받고 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고 보니 우리 인생에서도 절대로 지나쳐서는 안 되는 것이 '기대'인 것 같다. 남편에 대해서, 자식에 대해서, 돈에 대해서, 행복에 대해서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천사님 댁에서 하룻밤을 묵을 때 큰 아드님 방에서 잤는데 그 방 책상에 빌게이츠가 청소년들에게 해 준 조언이라는 글이 있어서 유심히 읽어보았다. 그런데 첫번째가 ‘인생은 공평하지 않다.’였다. (‘청소년들이여, 희망을 가져라.’같은 교과서 같은 조언이 아니어서 역시 빌게이츠 답다 생각했는데 이 글을 쓰면서 찾아보니 사실은 그 내용들이 빌게이츠의 말은 아니라네요.) 내 능력의 한계를 인정할 줄 알고, 내 팔자(?)를 받아들일 줄 아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 아닐까? 어차피 인생은 공평하지 않다니… 아쉬운 남섬을 그 곳에 남겨 두고 다시 오클랜드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 오클랜드 공항에 도착하자 마자 예약해 놓은 차를 렌트해서 천사님이 계시는 해밀턴으로 향했다. 약 2시간 가량을 내 차로 달리면서 보니 북섬은 남섬과 달리 좀 더 아기자기하고 여성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산들도 남섬에 비해 나즈막하고 가까워서 한국의 시골을 달리는 느낌이었다. 여행 내내 그림 같은 집들을 보면서 저 집 안으로 한번 들어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는데 드디어 뉴질랜드의 평범한 민가에 들어가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천사님 댁은 정말 아담하고 조용한 집이었다. 크고 화려하지 않아도 편안하고 안정된 분위기에서 사시는 모습이 참 부러웠다. 이번 여행이 그 어느 때보다 좋았던 이유는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이다. 천사님을 비롯하여 오클랜드의 택시 기사 아저씨, 기차에서 만난 노부부, 그리고 일부러 우리를 배웅 나와 준 여행사 아가씨와 그의 약혼자… 어딜 가나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어 참 편안한 여행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곁에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나의 남편과 내 아이들이 함께 있어서 정말로 정말로 행복했었다… . 나에게 이렇게 좋은 '팔자'를 주신 내 부모님께 너무나 감사한다. 내 행복의 8할은 그 분들 덕이다. 내일은 내 생일날. 내일 아침에 미역국 먹었냐고 전화하실 엄마를 생각하면서 오늘 밤 미역국을 끓여 놓았다. 내일 아침에 먹어야지...뉴질랜드에서 사 온 푸른 홍합 약이 우리 엄마의 관절염을 하루 빨리 낫게 하길 기도하면서 여행기를 마칩니다.
쎄라: 코스모스샘 여행기를 올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나도 여행갈때 사진 안보고 기대치를 낳추고 가서 갑동속에 지내다 와야 되겠군요. 어머니 관절염을 위해 기도하는 딸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하루 속히 깨끗이 나으시길 기도합니다. -[2007/02/14-02:11]-
함박웃음: 함박.. 웃다가 이로써 뉴질랜드가 나와 멀어진다는 사실에 웃음이 싹 가시는걸요! 엉엉ㅠㅠ 이거 너무 아쉽습니다. 천사님과 어떤 곳에 가셨는지 어떤 음식이 뉴질랜드에 있는지 집들은 몇 미터에 한 채씩인지 아파트가 많은지 양은 몇마리나 보셨는지 사람들은 어떤 모습인지 거기도 아울렛이 있는지 백화점은 있는지 쇼핑센터는 몇시까지 문을 여는지 아가씨들은 유행에 민감한지 한국 사람은 얼마나 많은지 학교는 가보셨는지 마을은 얼마나 큰지... 등등 알고 싶은 게 얼~마나 많다고요. 부록 또는 속편을 꼭 준비해 주셔야해요!! 생일 축하해염!! 싸~랑해! 요! ^^ -[2007/02/14-07:31]-
bonn댁: 좋은 '팔자'를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는 샘! 행복한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행복하실 샘의 앞날을 축복합니다. -[2007/02/14-15:43]-
함박웃음: 본님!! 전 잘 몰랐었네요. 편찮으셨었나봐요. 이제 괜찮으신건가요? 외국에서 무엇보다 건강이 제일 중요한 것일 텐데... 이제부터는 절대 아프지 말고 항상 행복하세요~ -[2007/02/15-02:31]-
천사: 코스모스샘...함박웃음샘 말씀대로 아쉽네요. 구절구절 한번씩 돌아보게 하는 말들이 새록새록 예쁜데...제가 괜히 북섬 이야길 한달음에 썼나 하는 후회를 해봅니다. 그래서... 조금 여유가 있어진 훗 날...반장샘의 요청처럼 속편을 올려보는 것도 좋을듯 하네요. 위 궁금증 정도는 샘도 답할 수 있을것 같아서리... 저도 담에 다른곳에 여행가면 전혀 정보없이 가야지?감동 왕창 받아오려고...ㅎㅎ 아, 그 빌게이츠 이야긴 제 반쪽이 지역 신문에 난걸 오려서 아들 책상 유리안에 넣은건데...누구의 말일까요? 신문 정도는 그냥 믿어도 될 것 같은데...그죠... 좋은 사람들을 만난 여행에 제 이름도 넣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샘 가족을 모두 만날 수 있는 영광을 얻어서 고마웠지요. 특히 울 이쁜 성은이와 상원이.^*^ 샘의 행복을 주신 부모님을 위해 사간 관절염 약. 착한 딸의 정성만큼은 못하겠지만 저 또한 빨리 나으시기를 기도합니다. 한번 더 생일 축하해요. -[2007/02/15-18:10]-
코스모스처럼: 걱정마세요, 천사님. 제가 중간중간 심심할 만 하면 좋은 시 한 편씩 올릴게요. 사실 어디 갔다와도 여행기 쓸 생각은 안 했답니다. 이래서, 사람이 크려면 옆에서 채찍질 해 주는 사람이 필요한 건가 봅니다. 그전에 말씀드린대로 저는 그저 술렁술렁 사는 사람이라 스스로는 뭐를 못 해요. 그래도 선생님 덕분에 이번 여행은 여행기라도 남겼네요. 두루두루 감사드립니다. 한마당 선생님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건강하세요. -[2007/02/16-12:55]-
늘감사: 코스모스샘 여행기를 읽고 '나도 뉴질랜드를 꼬옥 가보고야 말리라'라고 생각한 독자입니다. ^_^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는 말씀에 한 표 던지며... -[2007/02/23-23:23]-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