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터에 있는 14번 글을 다시 옮겨왔습니다.
참고하셔요.
No, 14
이름: 박 주영 (pjuyo@hanmail.net) (20 )
2002/4/18(목) 11:59 (MSIE6.0,Windows98) 211.207.142.2 1024x768
읽음: 62
[퍼옴]한자 혼용은 몰라도 한자 병용, 한자 교육까지 반대할 것은 없지 않나요 - 송 영상
해묵은 문제에는 좀 해묵은 글도 어울릴 듯해서 퍼 왔습니다.
본디 글은 아래 주소에 가면 볼 수 있습니다.
http://www.hanmalgeul.org/geulter/hanmal_02/ezboard.cgi?db=gwang&action=read&dbf=12&page=1&depth=1&no=12
한말글 광
12. [묻고 답하기]한자 혼용은 몰라도 한자 병용, 한자 교육까지 반대할 것은 없지 않나요 - 송 영상
좋은메 님 적음, 3 추천, 56 읽음
[묻고 답하기]한자 혼용은 몰라도 한자 병용,
한자 교육까지 반대할 것은 없지 않나요
송 영상
ㅇ 언제 : 2000. 10(?)
ㅇ 어디 : 전국 국어 운동 대학생 동문회 '자유 발언대'
ㅇ 글쓴이 : 송 영상
<한자 혼용은 몰라도 한자 병용, 교육까지 반대할 것은 없지 않나요?>
[어떤 분 물음]
1. 한자 병용(고유명사, 지명, 성명, 공문서에서 명확한 의미를 전달하고자 할 때)을 반대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2. 공항이나 공공 장소 및 박물관 도로표지 등에 한자 병용을 반대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3. 국어운동이란 정확히 어떤 운동을 의미합니까?
4. 국어운동에 한자, 한자어 교육을 병행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길동무 답글]
'한자 혼용'은 몰라도 '한자 병용'까지 반대할 까닭이 있느냐 하는 분들이 계신 듯합니다. 하지만 한자 혼용이든 한자 병용이든 본질에선 차이가 없습니다. 둘 다 '모든 국민이 한자에 능통하고 있다는 전제 아래서만 주장될 수 있는 것인 점'과, 가장 바람직한 쓰기 체계인 '한글만 쓰기(한글 전용)를 가로막고' '한자가 가진 해악을 그대로 끌어안고 가야 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한자는 현실적으로 우리 국민 대부분이 마음대로 읽고 알아 볼 수 있는 글자가 아닙니다. 이 한 가지 이유만으로도 한자는 공적인 글자로서는 존재 가치가 없습니다. 국민 대부분이 모르는 글자를 공문서 같은 공적인 것에 쓴다는 것은 민주 국가일 수가 없는 거지요. 그것은 한자를 모르는 사람에 대한 부당한 차별 대우며 횡포입니다. 우리 국민이 한자를 모르는 게 죄가 될 수 없습니다. 설사 대부분의 국민이 한자를 모르는 게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그 책임을 국민 개개인에게 물을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 국민 누구도, 한자를 모름으로 해서 국가의 정보와 서비스 제공에서 차별을 받아야 할 어떤 까닭도 없습니다.
1. 한자 병용(고유명사, 지명, 성명, 공문서에서 명확한 의미를 전달하고자 할 때)을 반대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홀이름씨(고유명사)는 '뜻이 아니라 소리가 핵심'이라는 설명에 덧붙입니다.
먼저 현실적인 이유입니다. 우리 국민 누구나 - 어린이든 노인이든, 배운 사람이든 못 배운 사람이든, 도시 사람이든 시골 사람이든 - 마음껏 읽고 쓰고 부릴 수 있는 글자는 딱 하나, 한글뿐입니다(아라비아 숫자는 논의에서 제외)[아래 덧붙인 글 참조]. (사자 울음 하나로 모든 짐승들이 고요해지듯이, 한글이 가진 이 능력 하나로 다른 모든 글자를 잠재울 수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한글만이 가지고 있는 민주 글자로서의 자격 앞에, 한자를 비롯한 다른 글자들은 숨을 죽일 수밖에 없는 겁니다.)
우리 국민은 대부분 한자에 대해선 까막눈이입니다. 까막눈이에게 글자는 아무 구실을 할 수 없지요. 한자 섞어 쓰기(한자 혼용)와 마찬가지로, 한자 덧쓰기(한자 병용)도 한자를 모르는 사람에겐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더구나 국민 누구나 알아 볼 수 있는 말글을 써야 하는 '공문서'같은 공적인 것에는 이런 글자를 쓰면 안 되지요.
따라서 한자가 매개가 된 정보 제공은 국민 대부분에게 쓰레기에 불과합니다. 고급 정보이니 아니니 따질 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한자 덧쓰기로 제공되는 정보는 대부분 고급 정보도 아닙니다. 한자에 매달리는 사람들은 흔히 '충북 영동'과 '대관령 동쪽인 영동'이 한글로만 쓰면 헷갈리니 도로 표지판이나 공문서에서 한자를 덧써 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영동(永同?), 영동(嶺東), 이렇게요. 정말 그럴까요? 그게 고급 정보일까요?
먼저 한자를 모르는 사람에겐 이 한자 덧쓰기가 아무 소용없다는 점은 다시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또 한자를 읽을 줄 안다고 하더라도 도림(괄호) 안에 있는 한자만 보고 이것이 구체적으로 우리 나라 어느 부분을 가리키는지 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충북 영동과 강원도 영동 지방을 아는 것은 그런 지리적인 지식이 있기 때문이지 한자를 알아서 아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지금 충북 영동에 살지만 이 영동이 한자로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굳이 알 필요도 없고요.)
그리고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사람이 표지판에 한글로만 영동이라고 돼 있다고, '어? 저게 충북 영동이야 강원도 영동이야'하고 헷갈릴 일이 있을까요? 자기가 지금 충북으로 가는지 강원도로 가는지도 모를 그런 운전자가 있겠습니까?
굳이 둘을 갈라 적어야 할 적에도 얼마든지 한글만 쓰기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영동(충북), 영동(강원도)' 이렇게 적어 주면 됩니다. 이것이 참으로 고급 정보이고 친절한 정보 제공입니다. 누구나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글자로 제공된 정보가 진짜이고 고급입니다. 도림 안에 있는 '충북, 강원'은 누구나 읽을 수 있고, 그 정보로 인해 '아하! 이 영동은 충북에 있구나, 강원도에 있구나' 알 수 있는 겁니다.
사람 이름도 그렇습니다. 저도 친구가 꽤 있습니다. 불알 친구도 있고 학교 친구도 있고. 그러나 그 친구 이름이 한자로 어떻게 되는지 아는 친구는 거의 없네요. 그럼 저는 친구가 없는 것일까요? 한자로 써 있어야 진짜 이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보면 당연히 저는 친구가 없는 사람입니다. 친구 이름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감히 친구일 수 있겠어요. 이것이 얼마나 우스운 얘기인지는 긴말이 필요 없을 겁니다. 동명이인도 얼마든지 한글만 쓰기를 유지하면서 적을 수 있습니다. '이 창호(바둑 기사), 이 창호(아나운서)'처럼요. 한자 덧쓰기가 이루어지는 것은, 거의 다 한글만 쓰기를 할 생각이 없거나 그럴 실력이 못되는 것뿐이지 다른 까닭이 없습니다. 거의 다 어떻게든 한자를 덧쓰고 싶어서 내놓는 핑계에 불과합니다.
2. 공항이나 공공 장소 및 박물관 도로표지 등에 한자 병용을 반대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첫째, 표지판의 한자 병기는 한자에 까막눈이인 우리 국민들에겐 아무 소용이 없는 일입니다.
둘째, 표지판의 한자 병기는 외국인을 위한 것일 텐데, 한글과 함께 로마자를 병기하므로 그것으로 족하다는 것입니다. 표지판에 '자기 나라 글자에다 로마자 하나를 덧붙이는 것', 이것은 세계 공통입니다. 우리만 거기에 더해서 한자까지 병기해 주어야 한다는 것은 지나친 일입니다. 중국 사람과 일본 사람은 로마자를 읽지 못하나요? 일본과 중국 사람들은 아직도 우리 나라를 자기들 속국쯤으로 여기는 모양입니다. 표지판과 간판에 한자를 넣으라고 상식 밖의 요구를, 그것도 아주 대놓고 하니 말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에 가서도 감히 그런 요구를 이들이 할 수 있을까요? 세계에서 '제 나라 글자와 로마자 외에' 또 다른 글자를 하나 이상 도로 표지판에 덧붙여 쓰는 나라는 우리 나라 뿐일 겁니다.
셋째, 한자를 병기하면 표지판이나 안내판을 읽기가 힘들게 됩니다. 크고 복잡한 표지판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쓸데없는 돈이 드는 것도 물론입니다.
넷째는 한자식 지명과 이름을 고수하게 될 염려가 있어, 토박이말 땅이름 되찾기나 한글이름 짓기 운동에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한자식 땅이름이나 사람 이름을 굳이 토박이말로 바꿔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바꿀 수 있으면 바꾸는 게 좋은 것이며, 적어도 앞으로 짓는 땅이름이나 사람 이름은 되도록 토박이말로 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 국어운동이란 정확히 어떤 운동을 의미합니까?
한 마디로 '우리 말글을 살리는 운동'으로, 말글의 민주화와 말글 주권 운동, 민족 문화의 계승 발전 운동에도 잇닿아 있습니다. 흔히 '한글만 쓰기, 쉬운 말 쓰기, 우리말 쓰기'로 요약하기도 합니다.
이 누리집에 있는 '모임 소개'와 함께, 우리 모임 이끔빛 이 봉원 님이 쓰신 아래 글을 참조하세요.
<국어운동의 5대 목표>
(이 봉원 님 글)
국어운동이란 바로 '나랏말을 깨끗하게, 쉽게, 바르게, 풍부하게, 너르게' 하는 일입니다.
첫째, 나랏말을 깨끗하게 하고(외국어를 쓰지 말자. 특히 우리 겨레를 말살하고자 했던 일본의 말은...),
둘째, 나랏말을 쉽게 하고 (노인에서 어린이까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은 역시 우리말이다.),
셋째, 나랏말을 바르게 하고 (우리 식으로 옳게 표현하는 일),
넷째, 나랏말을 풍부하게 하고 (잃어버린 우리말을 되찾아 쓰고, 필요한 것을 새롭게 잘 만들어서),
다섯째, 나랏말을 너르게 하는 것(다듬고 가꾼 나랏말을 온 국민이 다 쓸 수 있도록 널리널리 알리는 일)이 바로 국어운동입니다.
4. 국어운동에 한자, 한자어 교육을 병행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한자 교육이든 한자어 교육이든 그 교육을 반대한 적은 없습니다. 다만, 한글만 쓰기(한글 전용)라는 대원칙을 전제로 해서, 그 틀을 깨지 않는 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 것 뿐입니다. 우리 나라 말글 정책의 기본이 바로, '한글 전용이라는 기본틀 안에서 한자 교육을 병행한다'는 것입니다. 글자를 쓰는 것은 한글만 쓰기 하나로 못 박아 놓은 것입니다. 이것은 건드리면 안 됩니다. 따라서 한자는 '쓰기 위해' 배우는 것이어서는 안 됩니다. 한자 교육은 우리말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이미 한자로 만들어져 있는 문서들-고문서나 1970년까지 쓰였던 학술 서적 등-을 보고 읽을 수 있게 하기 위해 배우는 것일 뿐입니다. 그 이유가 어찌 되었든 한자 문헌들은 이미 존재합니다. 1970년대까지는 한자가 혼용된 서적이 적지 않게 있는 겁니다. 따라서 그것들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분야가 얼마쯤 있는 게 사실입니다(물론 대부분의 국민들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한자를 교육시키고 있습니다. '어제' 만들어진 한자 문서를 '읽고 알아보기 위해' 한자를 알아야 하는 것이지, '오늘' 문서를 작성할 때 '한자를 써서 작성하기 위해' 한자를 알아야 하는 게 아닌 겁니다. 모든 사람에게 '오늘부터 모든 문서는 한글만으로 작성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한글 전용 정책입니다. 한자를 오늘에도 쓰게 되면 영원히 우리는 한자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한자를 읽는 능력'과 '한자를 쓰는 능력'은 전혀 별개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어떤 사람이 '한자를 읽을 줄 안다'고 해서, 한자를 쓸 줄도 아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한자 혼용론자들이 말하는 한자 교육은 한자를 (섞어) '쓰는' 능력을 기르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한글 전용 원칙'이라는 표기 체계와 양립할 수 없는 방법입니다. 한글만 쓰기와 한자 섞어 쓰기가 양립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한글만 쓰기와 한자 교육은 양립할 수 있지만, 한글만 쓰기와 한자 섞어 쓰기는 양립할 수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자 섞어 쓰기'를 전제로 한 한자 교육은 허용될 수 없습니다. 요즘 한자를 배우거나 가르치는 사람들이, 왜 한자를 배우고 가르치는지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자꾸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사람이란 게 뭘 좀 배우면 뽐내고 싶어하고 실제 써먹고 싶어하기 마련입니다. 한자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자를 배우고 나면 어떻게든지 한자를 써먹고 싶어 안달이 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한자말을 찾아 쓰려 들고, 한글로 써도 될 것을 굳이 한자로 써야 직성이 풀립니다. '한글만 쓰기, 쉬운 말 쓰기, 우리말 쓰기'하곤 반대쪽으로 빠지기 십상입니다. 그게 문제입니다. 민주 시민다운 어른스러운 모습이 아닙니다.
한자를 가르치고 배우고 싶은 분들께 이렇게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한자를 가르치고 또 배우십시오! 그러나 왜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지 제대로 알고 난 다음에 가르치고 배우십시오. 그리고 한자를 안다고 우쭐해 하지는 마십시오. 그것 대단한 거 아닙니다. 배운 사람의 도리는 자기의 뱀뱀이를 뽐내려는 것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배우지 못한 사람도 아무 불편 없는 세상을 만들어 주는 데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참다운 지식인(한자를 안다고 지식인인 것은 절대 아니지만)의 할 일이고 사명입니다. 한자를 배운 사람의 도리도 다르지 않습니다. 자기 한자 실력을 뽐내고 자랑하며, 한자를 모르는 사람을 얕잡아 보는 데 한자 실력을 써선 안 됩니다. 오히려 한자를 모르는 사람도 아무 불편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한자를 배웠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가 한자를 배우는 까닭은 한자를 넘어서기 위한 것일 뿐입니다. '한글만 쓰기, 쉬운 말 쓰기, 우리말 쓰기'를 외치는 사람들이 오히려 한자 실력이 뛰어난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한자로 써 놓은 것도 한글로 쉽게 바꿔 쓸 수 있고, 어려운 한자말도 쉬운 우리 토박이말로 풀어낼 수 있으며, 일본식 중국식 한자말도 우리말로 걸러 낼 수 있는 능력, 이것이 참다운 한자 실력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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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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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만 쓰기, 쉬운 말 쓰기, 우리말 쓰기'는 '민주.통일 국가로 가는 첫걸음'이다>
(송 영상. '옳은 말쌈'에 실려 있는 청원 가운데서 퍼옴.)
1. 저는 늘 '한글만 쓰기, 쉬운 말 쓰기, 우리말 쓰기'는 '민주.통일 국가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말합니다. 한글 전용법[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 1948년 10월 9일 법률 제6호]과 관계 법령, 그리고 그 취지가 반드시 지켜져야 할 까닭입니다.
(1) 정부의 '한글만 쓰기, 쉬운 말 쓰기, 우리말 쓰기'는 민주주의와 민주 행정의 첫걸음입니다.
오늘날 민주국가라면, 모름지기 국민의 봉사자인 공무원과 정부.공공기관.공영방송 들은 어린이든 노인이든 누구나 읽을 수 있고 알아들을 수 있는 말글을 써야 합니다. 또 늘 사회적 소수며 약자인 '어린이와 노인, 장애인, 시골 사람'을 염두에 두고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말글을 써야 합니다. 이것이 민주주의와 민주 행정의 첫걸음입니다. 민주주의란 '단 한 사람도 따돌림당하거나 버림받지 않는 사회'를 꿈꾸는 것이며, 민주 행정이란 '모든 국민은 누구나 쉽게 알아듣고 읽을 수 있는 말글로 정부의 서비스를 받을 신성한 권리가 있고, 또한 정부는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신성한 의무가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볼 때 '한글만 쓰기'는 너무나 당연한 시대의 요청입니다. 오늘날 우리 나라에서 모든 국민이 읽을 수 있고 마음껏 부려쓸 수 있는 글자는 '한글'뿐입니다(아라비아 숫자는 논의에서 제외). 반만년 우리 겨레 역사를 통틀어, 한글만이 이런 민주 글자의 자격을 획득한 최초이자 유일한 글자인 것입니다. 이것은 누구도 토를 달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고 사실입니다. 한자는 역사상 단 한 순간도 그런 자격을 가져 본 적이 없습니다. 오늘날에도 우리 겨레는, 열살 아래,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 70대, 80대, 90대, 100살 이상, 어느 세대 어느 나이대에도 한글 이외에 어느 글자에게도 이런 영광을 허락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은 앞으로 적어도 한 세대 안쪽에는, 한글 이외의 다른 글자는 민주 글자 자격을 획득할 수는 없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한글 전용법과 관련 규정에서 공문서에 '한글만 쓰기'(한글 전용)를 규정하고 있는 것도 이런 민주 이념과 민주 행정 이념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입니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해 주어, 10살 어린이, 80살 노인, 장애인까지도 아무 걸림 없이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정부 . 공공기관 . 공영방송에서 '한글만 쓰기, 쉬운 말 쓰기, 우리말 쓰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습니다. 공문서와 공영방송 자막에서 한자나 영문자(알파벳 제외)를 섞어 쓰고 있고, 말은 지나치게 어렵고 딱딱합니다. 아직도 권위주의가 짙게 느껴지는 모습입니다.
한글 전용법과 관련 규정에는 아주 제한적인 경우에만(한자나 영문자를 병기하지 않으면 뜻을 제대로 알 수 없는 경우에만) 한자나 영문자를 '괄호에 넣어' 병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어떤 경우에도 한자나 영문자를 '단독으로 독립해서' 쓸 수는 없도록 못박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 간행물, 정부 홈페이지, 공영방송 자막 들을 보면 '한자나 영문자'를 '단독으로 독립해서' 버젓이 섞어 쓰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일로 한글 전용법과 관계 법령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반한 일입니다.
'민주 이념'을 온몸으로 지키고 실천했다는 공적으로 김대중 대통령은 '노벨 평화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대통령이 이끄는 국민의 정부가 이런 '민주주의의 첫걸음'마저 제대로 떼지 못하고 있다고 해서야 말이 되겠습니까? 더구나 우리 말글을 다루는 문화관광부와 국립국어연구원부터 말글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면 그것을 어떻게 설명할까요?
(2) 정부.공공기관.공영방송의 '한글만 쓰기'는 남북 통일을 위해서도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요즘 남북 통일을 위해 정부.공공기관.공영방송들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남북한이 하나가 되려면 무엇보다도 말글의 동질화가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저번에 북한에서 넘어 온 사람들을 상대로 한 여론 조사에서도 '영문자와 한자 때문에 남한 적응에 심한 곤란을 겪고 있다는 사람이 90%에 가깝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글만 쓰기, 쉬운 말 쓰기, 우리말 쓰기'가 반드시 지켜져야 할 까닭입니다. 북한 한자 교육에 대해 이러 저런 억측이 있지만, 분명한 것은 북한 사람들 한자 실력은 남한보다 더 형편없다는 사실입니다. 남한 정부.공공기관.공영방송들이 스스로 '한글만 쓰기, 쉬운 말 쓰기, 우리말 쓰기'를 지키지 않으면서, 말로만 '우리는 남북 통일과 동질감 회복에 앞장서고 있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남북한 통일 분위기 조성'이라는 큰 일로 해서 노벨 평화상까지 받은 김대중 대통령입니다. 참으로 국민의 정부가 통일을 바라고 남북이 하나 되길 바란다면 반드시 '한글 전용법'을 철저히 지켜야 할 것입니다.
2. 정부.공공단체.공영방송이 스스로 법을 지키지 않으면서 국민에게만 법을 지키라고 해서야 되겠습니까?
(1) 국민 준법 운동 차원에서
국민의 준법 의식을 높이자는 운동에 정부.공공기관.공영방송이 앞장서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본보기를 보여야 할 정부.공공기관.공영방송 스스로 한글 전용법과 관계 법령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습니다. 정부.공공기관.공영방송부터 한글 전용법을 철저히 지켜 주십시오. 그런 다음에 우리 국민들에게도 법을 지켜 달라고 해 주시기 바랍니다.
(2) 한글 전용법과 관련 규정의 적용 범위에 대해서
한글 전용법과 관련 규정의 적용 범위에 대한 여러 해석('공용문서, 공문서', '다만 얼마동안', '필요한 때, 올바른 뜻의 전달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병용' 들에 대한 구구한 해석)을 들이대며 책임을 벗어나 보려는 생각은 제발 삼가 주십시오. 법률 해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법의 취지'에 있습니다. 그런데 한글 전용법의 취지는 너무나 명백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위에 제가 적은 내용 그대로, '모든 국민은 누구나 쉽게 알아듣고 읽을 수 있는 말글로 정부의 서비스를 받을 신성한 권리가 있고, 또한 정부는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신성한 의무가 있다'는 것입니다. 홈페이지에 있는 글, 정부 간행물에 쓰인 글, 공영방송 자막 같은 것이야말로, 우리 국민 모두(열 살 어린이, 일흔 살 노인할 것 없이)를 상대로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것들만큼 '누구나 알아듣고 읽을 수 있는 말글'을 써야 할 필요가 있는 것도 없습니다. 마땅히 한글전용법이 제일 먼저 적용돼야 할 곳입니다. 그런데 이런 취지를 무시하고 '한글전용법은 공용문서에 국한 된 조항이라느니, 위반해도 처벌 조항이 없느니'하며 계속 딴청을 피워서야 되겠습니까? 그것은 스스로 '국민의 봉사자'라는 공무원의 본분을 포기하는 일이며,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권위적이고 비민주적인 공무원임을 스스로 시인하는 일입니다.
정부가 계속 이렇게 딴청을 피운다면 우리 국민도 딴청을 피울 수밖에 없습니다. 법을 지킬 까닭이 없습니다. 정부의 말글 규정, 예를 들면 한글 맞춤법, 표준어 규정,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외래어 표기법 같은 것들을 일반 국민이 존중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한글 전용법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직접 만든 진짜 '법률'(좁은 의미의 법률)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이것을 제대로 지키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정부 내부의 '행정 규칙'(교육부 고시)에 불과한 '한글 맞춤법, 표준어 규정,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외래어 표기법'을 국민에게 지키라고 할 수 있는 겁니까? 정부가 국회를 통과한 '진짜 법률'까지 무시하는데, 국민이 정부 내부 지침에 불과한 행정 규칙을 지켜야 할 까닭이 무엇이란 말입니까? 이래서야 나라 법이 제대로 세워질 수 있겠습니까?
3. '새국어생활'은 전문 학술 잡지라는 특수성이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분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의 핑계에 불과합니다. '새국어생활'을 보면 이미 '한글만 쓰기'를 아주 철저히 지키고 계시는 분들을 적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새국어생활'에서 '한글만 쓰기'를 하지 않고 글을 쓰신 분들은, '한글만 쓰기'를 할 뜻이 없거나 그럴 만한 실력이 없는 것일 뿐이지 다른 까닭이 있을 리 없습니다.
또 저는 한자나 영문자를 '인용하느라고' 어쩔 수 없이 한자나 영문자를 노출시키는 일을 문제삼는 게 아닙니다. 그것은 원문을 인용하는 차원에서 이해될 일입니다. 그러나 그때마저도 한자나 영문자를 노출시키는 일은 최소한으로 줄여야 합니다. 굳이 한자나 영문자를 노출시키지 않아도 될 때는 노출시켜선 안 됩니다. 한자를 어쩔 수 없이 노출시킬 수밖에 없어서 그렇게 하는 것과, 한자를 섞어 쓰거나 병용하고 싶어서 일부러 그러는 것을 구별 못할 사람은 없습니다.
4. 원고 자체가 한자 혼용으로 된 것이라 그것을 존중해서 편집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한자 혼용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둘러대고 싶을는지도 모릅니다. 흔히 '편집상 부주의'라는 명목으로 단골로 나오는 핑곗거리입니다. 물론 말이 되지 않는 얘기입니다. 모름지기 공적으로 펴내는 책이나 잡지에 올릴 글이라면 당연히 그 틀에 맞춰 원고를 써야 합니다. 공적인 글을 원고 청탁을 할 때는 미리 '한글만 쓰기'로 원고를 만들어 달라고 것을 분명히 알려 주어야 합니다. 글을 쓰는 사람도 그것이 공적인 글일 때는 거기에 맞춰 '한글만 쓰기'로 작성하는 것이 기본 상식일 것입니다. 또 설사 원고가 공적으로 펴내는 글로서 적합하지 않은 모습일 때라도, 편집인은 편집 과정을 통해 이를 올바르게 바로 잡아야 합니다. 원고가 한자 혼용이 돼 있더라도, 편집 단계에서 공적인 문서에 맞게 한글 전용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공적인 책과 잡지에 한자 혼용이 버젓이 일어나는 것은, 바로 이 두 단계(원고 자체를 한글만 쓰기로 할 것, 편집 과정에서 한글만 쓰기로 바로 잡을 것) 모두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입니다. 얼마나 한글만 쓰기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돼 있지 않으면 이런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겠습니까? 저로선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마땅히 (1) 원고 청탁을 할 적에 '한글만 쓰기'를 철저히 지켜서 글을 써 줄 것을 미리 고지해야 하며, (2) 설사 그 원고가 '한글만 쓰기'에 어긋나게 돼 있더라도 편집 책임자와 담당자는 '한글만 쓰기'에 맞도록, 한글로 바꾸거나 괄호안에 한자를 넣는 등 바로잡아야 합니다. 괄호안에 한자를 넣는 것도 필요한 최소한으로 제한해야 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5. 결론적으로 말씀 드려서 '한글만 쓰기, 쉬운 말 쓰기, 우리말 쓰기'라는 원칙은 공적인 말글살이에선 늘 존중받아야 합니다. '한글만 쓰기'를 어기는 순간 우리는 민주 행정과 멀어지고 만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아야 합니다. '한자 섞어 쓰기나 한자 덧쓰기(한자 병용)'를 주장한다는 것은 '한글만으로 써선 알아볼 수 없는 말, 귀로 들어선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을 말'을 쓰겠다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고, 그것은 곧 '어려운 말, 우리말 아닌 말'을 쓰려는 것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니까요. 한자 섞어 쓰기는 두말할 것 없고, 한자 덧쓰기도 한자를 모르는 사람에겐 소용없는 일입니다. 한자를 모르는 대부분의 국민을 차별 대우하는 행위인 점에선 차이가 없습니다. 한자 병용은 마치 더 고급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야 할 까닭입니다. 고급 정보 여부를 논하기 전에, 한자를 모르는 사람에 대한 차별적인 정보 제공임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 국민 누구도 한자를 모르는 것이 자기 개인 잘못일 수 없고, 따라서 한자를 모른다는 사실 때문에 행정 정보 제공에서 차별 대우를 받을 어떤 근거도 찾을 수 없는 것입니다. '한글만 쓰기'를 한 치라도 벗어나는 순간, 곧바로 차별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바로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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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2/30 Sun 14: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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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그렇게 할 일이 없는가. 한자 타령이나 하고
한자를 쓰지 말아야 하는 까닭 다섯 가지 - 송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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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문화 식민지를 자처하는 무리들 등촌 2002-04-17 16:56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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