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말글 사랑방         오순도순 한마당

잘못된 “틀”에서 벗어나야한다! (2)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334
잘못된 “틀”에서 벗어나야한다! (2)



<외래어 표기법> 의 결점

이 법안도 1940년도에 마들어진 법안으로 65년이나 흘렀다.

물론 이것도 세부 규칙에 있어서는 부분적으로나마 미비한 점을 보완 했으나 기본 골격은

65년 전에 만들어진 그대로임은 변함이 없다.

이 법안도 외국어 몇몇의 일본식 교육을 받은 국문학 학자들이 전문 외국어 학자들과 협의

를 거치지 않고 졸속으로 만들어진 법안으로 다음과 같은 결점들이 내포되어 있다.



첫째, 외국으로부터 들어오는 모든 말은 이 법에 따라 표기되어야 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자모는 <한글 맞춤법> 에서 지정한 글자만을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제1장 제1항)

서양 언어에는 우리말에 없는 첫소리가 상당히 많은데 그토록 많은 새로운 첫소리를 제한된

자모를 가지고 적는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하나의 첫소리 글자로 두 가지의 서양 말의 첫소리글자로 쓰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

가 있어서 서로 충돌이 생기고 또한 그 낱말의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서 서로 뜻이 통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한다.



외국에서 들어오는 말은 가급적 원산지의 발음을 많이 살리면서 받아들이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현재 한글 자모의 수를 제한하는 바람에 하나의 글자로 두 가지 발음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예를 들면, [베이스]라는 표기는 영어의 base의 소리도 되고 vase의 소리도 되며, 또한

[파일]이라는 표기는 영어의 file의 소리도 되고 file의 소리도 되게끔 만들어져 있다.

즉, “ㅂ”이라는 첫소리 글자로 서양 말의 [b]과 [v]을 나타내며, “ㅍ”이라는 첫소리 글자로

[f]와 [p]를 나타낼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p]는 “ㅍ”으로 쓰는 것은 당연하지만 [f]를 “ㅍ”으로 쓰는 것은 외국어 학자들에게 자문을

구하지 않고 외국어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저질러진 잘못이라 아니할 수 없다.

만약에 외국어 학자들이나 외국인들에게 자문을 구했더라면 그 당시의 최상의 조건으로는

[f]의 글자로는 “ㅎ”이 채택되었을 것이다.

물론 “ㅎ”도 [h]의 소리이므로 또다시 h로 시작되는 말과 충돌이 생기는 경우가 있겠지만

지금처럼 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본은 이러한 모든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외국어 학자들의 의견도 참고로 해서 [하(ハ)]

행의 글자를 [f]로 쓰고 있어서 어느 정도 우리 보다는 [f]의 소리에 더 가까운 소리로 표

기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우리보다 글자의 수가 적으며 그에 따라 소리도 다양하지 못하지만 적어도 다른 나

랏말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우리보다 월등히 나은 편이다.

심지어 [b]와 [v]의 소리를 구분하기 위해서 [ヴ]라는 글자를 새로이 만들어 쓰는 대담성

을 보이기도 한다.

우리는 우수한 과학성을 가진 한글이 있고 이를 바탕으로 발음기관도 일본사람들보다는 많

이 발달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b]와 [v] 및 [f]와 [p]를 구별하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고

[r]과 [l]의 소리도 구별하지 못하는 민족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글에는 이와 같은 소리를 적을 수 있는 글자들이 만들어져 있는데 끄집어내어서 쓸 엄두

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니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려니와 게을러서 아예 꺼낼 생

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한글맞춤법> 이 아주 완벽해서 훈민정음이라는 소리의 보물 곳간을 열면 무슨 난리

가 일어날 것처럼 야단 법석이다.

소리의 보물 곳간을 열지 못하는 또 한 가지 커다란 이유가 있다.

만약에 섣불리 소리의 보물 곳간을 연다면 지금까지 자기네들이 정립해 놓은 이론이나 학설

들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어 자기들의 기득권을 박탈당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그들 가

슴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소리의 보물 곳간 문을 열면 서양 말소리에 기본이 되는 국제음성기호의 상당하는 글자들이

가득 들어 있어서 우리는 이것을 알맞게 꺼내서 쓰면 되여 비단 영어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 말소리라도 모두 적을 수 있게 되며 한글의 위상과 함께 우리말의 힘도 강성해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한글 자모의 수를 제한하는 행위는 자승자박의 어리석은 짓이며 한글의 발전과 우리

말의 위상을 손상시키는 결과라는 것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둘째, 빌린 말을 표기하는데 있어서 끝소리글자(밭침 글자)를 7 글자로 제한하고 있는 <외

래어 표기법> 제1장 제3항도 말이 안 되는 조항이다.

첫소리글자이든 끝소리글자이든 모든 소리의 글자는 국제음성기호에 맞추어서 쓰도록 해야

된다.

참으로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를 기막힌 사연은 <‘커피숍’을 ‘커피숖’으로 쓰는 예를

흔히 볼 수 있는데 조사 ‘~은’, ‘~이’, ‘~에서’가 붙으면 [커피쇼븐], [커피쇼비]. [커피쇼베]

와 같이 발음이 되므로 ‘커피숍’으로 적어야 옳다.

영어 coffee shop이 영어 is 앞에서도 [p]로 발음되지만 국어에서는 다르다. 외래어는

국어이기 때문에 국어의 특성에 따라 적어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이상 문화관광부가 펴낸 “우리말 우리글 바로쓰기” 113쪽, 글쓴이 김 세중)

왜 우리말에서 [커피쇼픈], [커피쇼피], [커피쇼페]라고 발음을 하면 안 되는지 이유를 모

르겠다.

그것은 애당초부터 ‘커피숖’을 ‘커피숍’으로 적으라고 잘못 가르쳤기 때문에 [커피쇼븐],

[커피쇼비], [커피쇼베]라는 이음현상(移音現象)이 일어나는 것이지 우리말의 특성이 반드

시 “ㅂ” 밭침을 써야 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올바른 표기로 ‘커피숖’으로 표기한다면 모든 언중들은 [커피쇼픈], [커피쇼

피], [커피쇼페]로 “ㅍ”의 이음현상(移音現象)에 숙달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우리말의 가장 두드러진 특성인 것이다.

일본은 shop을 [ショップ(숃뿌)]로 표기하고 있는데 조금이라도 원산지의 소리에 가깝게

접근하려고 [p]를 [プ(뿌)]로 표기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자모의 제한으로 올바른 표기인 ‘커피숖’을 잘못된 것으로 매도되고 있다.



셋째, 파열음 표기에는 된소리를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동법 제1장 제4항)는

조항은 올바른 소리의 표기를 방해하고 있다.

파열음이란 [b], [d], [?], [k], [p], [t] 등등을 말하는 것인데 [k], [p], [t]의 소리는 원

래 한글에서도 된소리가 없는 소리이므로 이해가 되며 [b], [d], [?]의 소리는 한글에 된소

리가 있어서 “ㅃ”, “ㄸ”, “ㄲ”으로 표기할 수 있지만 몇몇 나랏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된소리가 아니다.

즉, 어떤 나라에서는 우리나라 이름을 Corea로 쓰고 [꼬레]라고 발음하는 나라도 있으므로

그런 나라의 말을 빌릴 경우에는 반드시 “ㄲ”으로 표기해야하는 경우를 막은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파열음이 아닌 다른 된소리도 된소리글자를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앞에서 예를 든 'SARS'라는 말은 “싸알스”라는 소리로 분명히 “싸”라는 된소리인데도 방송

자막에는 ‘사스’라고 나오고 소리는 엉뚱하게 “싸스”라고 말함으로서 [s]의 된소리도 막아

버렸다.

나랏말 사전에 보면 summer가 ‘서머’라고 표기되어 있다.

오래된 사전에는 “썸머”라고 비교적 원지음에 가깝게 표기된 적도 있는데 지금은 전혀 뚱딴

지 같은 소리로 표기되어 있다.



넷째, 이미 굳어진 외래어는 관용을 존중하되, 그 범위와 용례는 따로 정한다.(동법 제1장

제5항)라는 독소조항이다.

잘못된 빌린 말이라도 관용을 존중해서 고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즉, 일제하에서 이미 굳어버린 일본식 발음으로 된 빌린 말은 고칠 수 없다는 말이다.

이 조항은 나랏말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 나리들에게는 복지부동을 하거나 근무 태만

으로 추궁을 하지 못하게 하는 편리한 조항이다.

더구나 잘못된 빌린 말에 대해서 시정을 요구하는 백성이 있더라도 “관용을 존중해서”라는

이 조항으로 대항하는 것이다.

이 조항은 어떤 빌린 말의 발음이 두 가지 이상으로 발음되는 경우에 어떤 것을 택하느냐

하는 것의 잣대 역할을 하는 부칙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지 결코 잘못된 굳어진 관용을

인정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예를 들면, coffee는 [코?], [카?], [코오?] 등으로 무려 세 가지로 발음되는데 어느 것

을 우리의 표준으로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경우에 많이 쓴 관용이 있는 발음을 선택하는 잣

대의 역할을 하는 조항이라는 말이다.

이 조항을 남발해서 일제치하에서 쓰던 일본식 발음을 구제하라는 의미가 아닌 것이다.



다섯째, 세부 사항에서 빌린 말을 표기함에 있어서 한글과 국제음성기호나 각 나라의 음성

기호 대비표가 마련되어 있는데 대부분에 걸쳐 이 표를 무시하고 표기하는 경향이 많다.

그 이유는 그 대비표 자체에 신빙성이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p]는 모음 앞에서는 [ㅍ]으로 쓰지만 자음 앞일 때는 [프]로 쓰고, 다시 끝소

리글자로 쓰는 경우에는 [ㅂ]으로 써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원인이기 하지만 소리글자가

일정하지 않으므로 믿을 수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나랏말 정책 당국자들 자신들도 대비표에 따라 표기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ice hockey라는 영어 단어는 발음이 [aishaki]이다. 따라서 이 표에 따라 ‘아이

스 하키’가 된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아이스 호케이’라고 하고 있다. 왜 ‘호케이’인가? 영어

철자가 hockey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영어 철자에 따라 외래

어 표기를 하는 것보다 영어 발음 기호에 따라 외래어를 표기하는 것이 원음에 가깝게 외래

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우리말 우리글 바로쓰기> 108~109쪽, 글쓴이 김 세중)



위의 글은 빌린 말을 표기함에 있어서 “표에 있는 대로 발음기호에 따라 표기”하는 것이 훨

씬 원음에 가깝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 사람의 논리는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이 사람의 실제 행위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행동하고 있다.



영어 gas의 발음 기호는 [?æs]인데 [개스]가 아니고 [가스]가 옳다는 것이고(앞의 105),

bowling은 [bouliŋ]인데 [볼링]을 많이 쓰는데 [보올링]으로 쓰는 사람들도 있다고(앞의

책 106쪽) 비판하고 있다.

[가스]라는 표기는 발음기호가 아닌 철자에 따라 표기할 경우에 일어나는 현상이고 [개스]

는 발음기호와 대비표를 충실히 따랐을 경우에 생기는 차이인 것이다.

bowling도 마찬가지로 [보울링]은 발음기호를 충실하게 따랐고 [볼링]은 아예 철자와 발음

기호를 모두 무시해 버린 결과물인데 도리어 그것이 보편적이라는 것이다.

도대체 그 대비표에 따르라는 것인지 따르지 말라는 것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이처럼 시행 상으로도 갈팡질팡하니까 그 빌린 말 표기가 통일될 수가 없다.

만일 대비표가 정확하다면 백성들도 그대로 따를 것이지만 외국에 나가보니 우리의 발음이

다른 나라에서는 통하지 않고 틀리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이 올바른 소리로 적는 것은 지

극히 당연한 귀결이 아닐까?

이것을 우리말 어법에 맞지 않는 말이라고 억지를 부린다면 과연 우리말의 어법은 외국어를

틀린 발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안 되는 삐뚤어진 특성을 가지고 있는 말이라고 생각할

수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고 본다.



한글 연구회




 댓글
로그인 후 작성 가능합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