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학회만의 잘못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한글의 로마자 표기법'(Romanization, 무식해서 그런지 영어표현이 훨 쉽네요.)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일단, 저는 나이가 30대이고, 학창 시절에 로마자 표기법을 나름대로 마스터 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전부 개정이 되어 버리더군요.
대표적인 게 알파벳 'O' 위에 가로줄 그인 '어' 발음이죠. 그러다가 다시 개정.
지금도 '부천'을 'Pucheon'이라고 해야할지 'Bucheon'이라고 해야할지 헷갈립니다.
'부천'은 그나마 낫습니다. 아시안게임 까지 치룬 'Pusan/Busan'은 언제까지 사람 헷갈리게 할건지.
그리고 '이순신'은 'Yi'입니까? 'Lee'입니까?
발음에 최대한 가깝게 하려는 시도인 것은 이해하겠는데,
도대체 표기 언어가 정보의 전달 도구라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을 무시한 채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보 전달이 제대로 되려면 규칙을 서로 지켜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그 규칙을 시도 때도 없이 바꾸니, 한국인인 저 조차도 난감합니다. 외국인은 더 하지요.
외국인에게 'Pusan'와 'Busan'은 완전히 다른 단어입니다.
이 말은 즉, '부산'을 'Busan'으로 알고 있는 외국인은, 한국정부가 수천억을 들여 'Pusan'을 홍보해도 씨알도 안먹힌다는 뜻입니다. 같은 이치로 '이순신' 역시 정체불명의 인물로 되어버리겠지요.
워낙 표기법이 자주 바뀌다 보니, 이젠 학생들 - 그나마 제일 열심히 익히리라 생각되는 - 까지 외국어 표기법을 틀리더군요. 아니, 제대로 알고 쓰는 사람을 보기 힘듭니다. 제일 흔한 예가, 자기 이름을 로마자로 표기할 때 마다 다르게 써넣는 사람들이죠.
아니, 바꿨으면, 교육이라도 똑바로 시켜야 되는 거 아닙니까? (이건 교육부에 얘기해야하나요?)
아니면, 로마자 표기법 자체를 우습게 보시는 건지?
딱 깨놓고 말해서, 제 정신 가진 학자라면, 한글이 우수하다든가 한민족이 단일민족이라든가 우리말이 아름답다든가 이런 헛소리 말고, 진짜 핵심 기능인 의사소통 - 외국인과의 의사소통도 포함해서 - 에 좀 더 집중적인 연구와 노력을 해야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요즘 처럼 외국인과의 교류가 빈번한 시대에, 로마자 표기법 하나 때문에 사람 바보 만드는 일이 더 이상 없었으면 합니다.
아니, 이제 연구 제발 하지 마십시오.
그냥 현행 로마자 표기법 더 이상 바꾸지만 마십시오.
*사족으로 한 말씀 더 드리자면, 외래어 표기법은 더 엉망이죠. 도대체 표기 규칙이라는 게 있는 건지 의심스럽습니다.
한글이 아름다운 건 저도 느끼는 바 이지만,
정보 전달면에 있어선 못난 후손들 덕분에 3류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