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자랑은 소리글자라기 보다는 뜻글자에 가까운 말의 뿌리를 밝혀서
쓸 수가 있다는 점에 있지 않은가 싶다.'꽃'이라 써두고, 꼳받침,꼬닢,꼬치
처럼 여러가지로 소리나는 말의 밑둥을 세우는 일 말이다.
그런데 지금 길거리에서 만나는 우리말의 알파벳 바꿈을 들여다 보면,한글
과는 달리 한글의 아름답고 뜻깊은 모습은 살아지고,위에서 보인 꼬닢,꼬치
처럼 적혀 지고 있다.
이런 안타까운 일을 아무도 아랑곳하지 않으려 한다.아니 아애 까짓것 남의
말로는 우리말을 옮길 수가 없어 하며,우리말과 우리글의 자랑이 이런 거야
하고 뻐기려 들지나 않은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로우만이 세상에 남긴 세가지 가운데 가장 힘센 놈이 알
파벳의 통일인 듯싶다.오늘날까지도 로우만은 지워지지 않고 더욱 드세게
세상 곳곳까지 파고 들고 있다.로우만 글자로 불리는 알파벳이라면,세상 어디
에라도 길거리 이정표에 한자리를 찾이하고 있지 아니하냐?
모든 나라들이 알파벳으로도 제 나라의 말을 적는 로마니제이션의 표준화에
힘을 기울리고 있다.우리의 가까운 이웃 왜와 뙤도 초등학교에서 부터 국어
의 한 과정으로 표준화된 로마니제이션을 써서 제 나라말을 적는 방식을 가
르치기를 영문 못지 않게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일을 서두르면 한글이 다칠까 걱정이 되어서 로마자표기
라는 것조차 가르치려 들지 않은지 모른다.지금의 로마자표기가 한글의 모습과
너무 동떨어진 부끄러운 꼬락서니이니 그렇지나 않을까? 이런 구석을 하나 둘
바로잡아 보는 얼굴로 아래와 같은 말들 사이의 틈새를 파고 드는 한글의 알파
벳 자리바꿈법을 보기로 하자 !
(1) 김치와 단무지(kimtchi & tanmoochi)
한글 (ㅊ)과 (ㅈ)은 같은 잇소리일 뿐만 아니라, 글자의 모습도 (ㅊ)이 (ㅈ)에
한삐침을 얹은 꼴이니,우리말 알파벳 자리로 국제적 표준으로 쓰이는 (ㅈ)의
알파벳 자리인 (ch)에다 앞세울 삐침으로 (t )를 가져와 (tch)로 놓으면,김치의
(치)와 단무지의 (지)가 말의 뿌리를 같이하는 한글의 말의 밑둥에 진배 없이
같은 모습이 된다는 말이다.
(2) 바람과 마파람(palam & maphalam)
한글의 (ㅍ)과 (ㅂ)도 같은 입시울소리이고, 글자의 모습도 (ㅍ)은 (ㅂ)에 (ㅎ)
소리를 섞은소리이니,(ㅂ)의 알파벳 자리가 (p)이면 (ㅍ)에는 (p)에 (h)를 더불어
(ph)처럼 적게 되니,마파람의 (파)와 바람의 (바)라는 말의 말뿌리의 밑둥이 저
절로 세워진다.
(3) 덥석과 텁석(topshok & thopshok)
한글 (ㄷ)의 알파벳 자리의 국제적 표준은 (T)로 우리의 땅이름을 적느데, 널리 퍼
져 있다.이 (ㅌ)도 (ㄷ)에 한삐침을 얹은 꼴이라서,덥석의 (덥)과 텁석의 (텁)에서
말의 말뿌리의 밑둥을 같게하는 모습을 알파벳으로도 나타낼 수가 있다.
(4) 술과 줄(shool & chool)
한글의 (ㅅ)과 (ㅈ)은 같은 잇소리일 뿐만 아니라,글자의 모습도 (ㅈ)이 (ㅅ)에
한삐침을 얹은 꼴이라서 서로 엉뚱한 모습으로 쓰이기 보다는 (ㅈ)이 알파벳 자리에
(h)와 묶이면,(ㅅ)도 알파벳의 여러나라 말이 즐겨 쓰는 (ch,sh)와 잇소리의 틀로
자리잡게 하여,우리말 (ㅆ)소리를 알파벳 (s)의 된소리 버릇으로 받아써서, 한글 (ㅅ)
소리를 따로 살림차리게 할 수가 있다.
쑥이 (sook)이 되고,순이 (shoon)으로,
짐이 (chim)이 되고,찜이 찌프(jeep)의 (jim)이
되는 한글의 된소리 5개의 단자음 자리값을 한글이 아닌 알파벳에서 찾아 주는 고마움
을 맛볼 수가 있다.(훈민정음에서 병서한 첫소리를 빌어서 쓰고 있는 지금의 한글 된
소리 표기는 주시경 이전까지는 같은 글자를 겹자하는 방식을 쓰지 않고, 그때그때 자리
에 맞춰서 여러가지 방식으로 꿰맞춰 써온 것이 보이나 따로 글자를 만들지 않았다.)
(5) 땜,껌,빽,싸이드와 쨈(Dam,Gum,Back,Side & Jam)
한글의 된소리 버릇은 영문 따위의 알파벳으로 된 말의 소리까지 우리말로 된소리로
말하기를 좋아한다.한글 맞춤법은 우리말 삼유음 소리들 가운데 거친소리는 따로 글자를
두고 있는 탓으로 자주 섞여 쓰이는 것은 나무라지 않지만,말의 뿌리를 다치게하는 된
소리에게는 소리대로 글자의 자리를 찾이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즉 된소리가 제자리에
서는 구석은 아주 좁다는 말이다.그러나 된소리라는 이 천덕꾸러기는 거친소리보다
훨씬 많이 쓰이며,소리도 거칠지 않다.다만 말의 뿌리를 거슬리는 수가 흔한 것이 흠일
뿐이다.
'빨래를 짜'지,
'발래를 자'
안다고 말하지 못하듯,우리말의 된소리는 설 자리가 뚜렷한 구석이 많다.이 된소리가 우리말
을 사납게 망치리라는 믿음은 하루 빨리 거두어 들이고,외래어와 같은 말의 뿌리를 밝혀 적는
데서는,오히려 그 밑둥을 세워주는 좋은 표기 방식으로 삼아야 한다. (한글의 알파벳 자리에
대한 남은 이야기는 꾸리로 감아 붙인다.)